망각의 힘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김은경 옮김 / 북바이북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사색을 잃어버린 시대에 사색의 힘을 생각하다.


스스로 사색을 잃어버린 세대라는 위기감을 느낀다. 
변명을 하자면, 세상이 우리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듯 하다. 
눈도, 귀도, 손도, 몸도 쉴 틈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를 걸으면서도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어디에 눈을 두어도, 보다 합리적이고 적합한 판단을 유도하기보다 
먹이감을 노리는 웅크린 사자와 같이 소비를 부추키는 현란한 광고들이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눈을 빼앗기면 마음을 빼앗기고, 마음을 빼앗기면 생각을 빼앗긴다.
내 친구는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 할 일 없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TV를 보면서도 빨래를 개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등 무엇인가 할 일을 자꾸 찾게 된다고 한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한다고 해도 주도적인 삶을 살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다양성과 상대성을 이야기하고 개성이 강조되는 사회이지만
문화와 유행의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원하는 만큼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망각의 힘>은 잊고 사는 사색의 세계, 잃어버린 사색의 힘을 다시 생각나게 해주었다.
제목과 표지를 보고 ’뇌’에 관한 책일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엉뚱하게도 ’사고의 에세이’이다.

모두가 보이는 쪽만 보고, 모두가 한 가지 생각밖에 하지 않을 때,
혼자만 다른 쪽을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난 듯,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사고가 신선하다.
수십 편의 에세이 중에 책의 제목으로 선택된 ’망각의 힘’이 가장 주목하여 볼만하다.
정보의 저장과 암기에 목숨 걸고 사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능숙하게 잊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다.
머릿속에 지식을 억지로 집어넣느라 고심하던 내가
적절히 망각하는 일에 힘써서 머릿속을 개운하고 상쾌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사나운 발톱도 없고,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도 없는 인간이 
사나운 맹수를 잡을 수 있는 이유는 생각하는 힘 때문이라고 한다.
맹수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맹수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요즘 세상의 문화가 추구하는 생각의 방향은 어디인가?
편리와 소비를 지향하는 문화는 창의력이 경쟁력이라며, 
창의력을 최고의 지적 능력으로 대우하고 있다.
그러나 <망각의 힘>을 읽으며 나를 사로잡는 생각은 ’올바르게 생각하기’의 중요성이다.
모두가 따르며 살고 있는 생활 양식에 대한 물음, 
익숙하여 지나치게 되는 일상에 대한 통찰,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인 신념에 대한 의문

저자의 생각에 모두 동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물과 현상을 비틀어 보는 듯한 저자의 생각을 읽으며
마치 깊은 곳까지도 꿰뚫어보는 도인과 대면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