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피터 드러커
이재규 지음 / 살림Friends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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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존경하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늘 '피터 드러커'를 지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내가 <청소년을 위한 피터 드러커>를 읽으며 부끄러움을 느낀다. 닮고 싶은 인물이라고 하면서도 그의 생애나 사상적 기반에 대한 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번역된 몇 권의 책을 읽고, 또 그가 말하는 이론의 명제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마치 피터 드러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피터 드러커>는 그의 '이론'이 아니라, 그의 삶과 사상을 통합적으로 보여주며 그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의 진의를 입체적으로 구성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피터 드러커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다는 점이 유익하다. 저자 이재규는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단골 번역자로 기억에 남아있던 이름이라,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는 제목에도 망설임 없이 선택하여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소년을 위한 피터 드러커>를 읽으며 마음에 큰 공명을 준 깨달음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로 피터 드러커는 세상을 '관찰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뛰어난 통찰력은 바로 세상을 관찰하는 자세에 비결이 있었다. 그는 자기를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유복한 가정 배경 덕분에 당대의 뛰어난 인물들과 교제할 수 있는 행운을 타고 난 덕도 있지만, 그 행운의 기회를 확실한 행복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배움의 자세 덕분이다. 사람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피터 드러커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임으로 배움을 얻었다. 그는 세상을 관찰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명제를 하나씩 정립하여 명저를 남겼다. <청소년을 위한 피터 드러커>를 읽다 보면, 그의 이론은 어느 날 그의 연구에서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현장과 당대의 주요 인물들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슘페터로부터 경영학 이론을 정립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둘째로 인상적인 것은 피터 드러커는 '답이 아니라, 질문을 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의 탁월한 통찰력과 미래를 예측하는 식견은 그가 제기한 몇 가지 주요한 질문을 통로로 하고 있다. 그가 던진 핵심적인 질문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죽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 그리고 인간이 만든 각종 조직이 이 세상에서 제 몫을 다하면서 기능을 수행하려면 사회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가?", "자본주의 다음에 올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지식이 주요 생산수단인 지식사회에서는 기존의 두 주요한 생산 수단, 즉 노동과 자본의 미래의 기능은 무엇일까?", "내가 맡은 조직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제와 의무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에 공헌해야 하는가?" 등이다. 그는 미래 사회를 예측하면서도 질문하기를 잊지 않았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다음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 경영자들이 해야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직은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 앞으로 다가올 다른 큰 변화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학문의 방향을 결정하는 탁월한 '질문'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로 인상적인 것은 피터 드러커는 '실천하는 지식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질문을 제기하고 답을 한 그대로 살았다. 평균 수명의 연장과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고 그는 스스로 은퇴 후 30여년 동안 왕성한 학술 활동을 하면서 수명이 길어진 지식사회의 지식근로자의 모습을 모범적으로 보여 주었다. 피터 드러커는 이것을 다른 말로 지적 성실성(intellectual integrity)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미래사회에서 사회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 비영리단체의 존재 목적, 지식근로자들이 자원봉사를 해야 하는 이유와 삶과 '공헌'에 대한 철학, 그리고 경영은 삶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라고 하는 그의 명제는 내 생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가르침이다.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과는 사뭇 다른 각도의 위인전 스타일이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되는 가르침을 준 위대하고도 고마운 분의 이야기를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 집필되어 있어 이해하기도 아주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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