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 - 글로벌 시대, 치열했던 한중일 관계사 400년
오카모토 다카시 지음, 강진아 옮김 / 소와당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개그맨 김영철 씨가 광복절 특집으로 기획된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을 방문하여, 한국에 대한 왜국된 정보를 수록한 영국 교과서 수정을 약속받고 돌아왔다는 뉴스 기사를 읽었다. 우리나라가 1인단 10달러 이하의 원조를 받는 나라며, 경제적으로 발전이 덜 된 나라로 분류되어 있었고, 중국어를 사용한다는 설명도 있었다고 한다. 김영철 씨의 인터뷰에 따르면, 심지어 한국이 중국에 포함된 나라가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외국의 교과서가 왜곡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에 대한 정보와 자료가 부족해서 UN 자료를 받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영철 씨는, “일본의 경우 매주 자기 나라의 변동사항을 (영국의) 저자에게 알려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타까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8년 8월 15일은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이한 지 64년,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61년째가 되는 날이다. 그런데 8월에는 광복절과 건국기념일과 함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날이 또 있다. 8월 29일 '국치일'이다. 모든 통치권을 일본에 빼앗긴 치욕의 날이다. 우리는 이날의 치욕을 '경술국치'(庚戌國恥)라고 부르지 않는가. 내년이면 '경술국치'(庚戌國恥) 100주년이 된다고 한다. 웰스라는 역사가는 "역사를 통해 배우는 가장 분명한 사실은 인간은 역사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역사의 교훈을 새기지 못하면, 부끄러운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이라는 책은 8월의 역사적인 감흥을 새롭게 일깨워준 책이다. 책 제목이 기분 나쁘지만, 더 기분 나쁜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것과, 더 기분 나쁜 것은 세계 열강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우리나라의 부끄럽고 안타까운 역사를 마주하는 일이며, 그것보다 더 기분이 나쁜 것은 일본인 학자가 쓴 책을 읽으며 이러한 자국의 역사를 배우고 있는 나 자신이다. 지극히 유치한 감상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 솔직한 심정이니까. 그런데 돌이켜 보니, 우리는 줄곧 이렇게 반응해왔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기분 나빠하기' 말이다. '나쁜 놈'들이라고 욕하기 전에, 이제라도 진지하게 반성하며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역사의 창을 통해 과거는 물론 '오늘'에 대한 성찰과 '내일'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치욕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은 조선 반도를 둘러싼 역학 관계, 즉 국제정세와 조선의 외교 관계를 살핀 책이다. 뻔한 말이지만 다시 깨닫는 것은 나라에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시대를 읽는 눈이 있어야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씁쓸하다. 책을 읽을수록 조선의 독립이 '미완'이라는 명제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이다. 광복(光復), 우리가 속히 회복해야 할 빛이 아직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