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닉 혼비.조너선 샤프란 포어.닐 게이먼.레모니 스니켓 외 지음, 이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책에서 이 말을 발견한 뒤로는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뭥미?"라고.
정말 "뭥미?"

유명한 대가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책을 낸 것일까?
단순히 지루하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워낙 독특하다 보니 뭔가 깊은 뜻이 담겨 있으리라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재미있게만 읽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가닥을 잡기가 쉽지 않다.

11편의 단편 중에서 
리처드 케네디의 <카울릭에서 벌어진 시합>이 가장 정상적으로 보이는 이야기이고,
겁나 소심한 아버지를 그린 ’조지 손더스’의 <라스 파프, 겁나 소심한 아버지이자 남편>과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의 이야기 ’클레멘트 프로이트’의 <그림블>과
이상한 휴대전화 이야기 ’잔 뒤프라우’의 <이상한 전화>는 
그나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켈리 링크’의 <괴물>은 가장 아리송하고,
’제임스 코찰카’의 <전장의 용사들>은 웃다가 쓰러졌다. 너무 허무해서!!!

진지함과 심각함을 마음껏 비웃어주는 단편들!
그러나 블랙코메디처럼 무엇인가 수준 높은 풍자가 숨어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
어쩌면 개성 강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는 이유만으로,
또 작가들의 화려한 양력에 혹하여,
그들이 어떠한 말을 할지라도 깊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픽션>이 비웃어주는 강박이요, 관념이요, 허영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으며 다시 보니, <픽션>이라는 제목이 굉징히 의미심장하다.
<절대 픽션>이 아니라는 강조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겁나 긴 제목의 이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현대인의 자화상인가?
그것을 과장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 자체가, 우리가 날마다 하는 짓거리가, 바로 '픽션' 같은 '코미디'라고!

그저 단순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읽지 못하고
이렇게 계속해서 무엇인가 주제의식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쩌면 책을 다 읽고 난 개운하지 않은 찜찜한 뒷맛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재미있게 번역된 이 책의 뒷맛이 왠지 씁쓸하다.
(사실 번역에도 점수를 많이 주고 싶은 책이다!)
눈으로 읽을 때는 가볍고 유쾌했는데, 정작 소화가 잘 안 된다.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해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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