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소여 비행 클럽 - 판타스틱 청춘 질주 사기극
하라다 무네노리 지음, 임희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수업 시간에 책상 밑으로 몰래 펼쳐 두고 읽었던 그때 그 시절의 책처럼,
그렇게 몰래 읽어야 할 것만 같은 소설이다. 
심지어 귀 밑 아래로 머리카락을 4cm 이상 길러서는 '안 되는' 나의 청소년기가 무색하게도,
<톰소여 비행 클럽> 안에서는 청소년들이 하지 말아야 할 모든 금기가 일상으로 버무려진다.
엄마에게 반항하기, 오락실 출입(시대 착오적인 금기인 것 같지만), 
수업(학원) 땡땡이, 여기까지는 그래도 명색이 질풍노도의 시기이니 귀엽게 봐줄만 하다.
모텔 출입, 소매치기, 도청, 마약, 대학입학 입시문제를 빼내려는 입시 부정까지
그들의 일탈은 범죄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톰소여 비행 클럽>은 사회 고발 소설이 아니다. 
그러니 지나친 문제의식을 가지고 분석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입시'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앞에 두고 
질식할 것만 같은 현실과 불안한 미래의 중압감에서 탈출하고자 전심전력으로 분투하는
청춘의 용감무쌍하고 흥미진진한 도발에 가담하여 함께 질주해 보는 거다.
책도 스스로 '판타스틱 청춘 질주 사기극'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나도 '판타스틱' 하게 이들의 이야기를 '즐겼다.'

천부적인 손가락의 감각을 '약간' 사용하여 소매치기로 용돈을 벌어 쓰는 '노무라 노부오',
허클베리 처럼 집이 있으나 집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수학'(별명),
순진한 것인지 발칙한 것인지 정의를 내리기 힘든 4차원 소녀 '가쿠치',
우연히 대입 문제지를 빼돌리려는 야쿠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이들 셋은
위험천만한 작전에 돌입한다.
야쿠자가 입수한 문제지를 다시 빼돌려 최고 명문대에 진학하려는 꿈을 꾸며 말이다.

이 세 명의 청춘이 벌이는 범죄 행각에 동정심을 갖게 되는 것은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 남을 해치고자 함이 아니라, 
결국 스스로에게 상채기를 내는 그들의 무모한 몸짓이 애처롭기 때문이다.
여린 날개를 퍼덕이며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이 어린 새들이
창공으로 멋지게 날아오를 수 있도록 길을 내주고 문을 활짝 열어주고 싶다.

너무 버거워서 빨리 소모해버리고 싶었던 청춘의 무게,
그 어떤 것도 전혀 사소하지 않아 앓고 또 앓아야 했던 청춘의 가슴,
숨막힐 듯 답답하고 불안했던 그 시절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보낸 청춘의 벗,
그렇게 너무 뜨거워서 위태로웠던 나의 청춘에 대한 옛 기억이
<톰소여 비행 클럽>과 만나 하룻밤을 무한 속력으로 질주했다.
아무것도 분석하지 않고, 아무것도 문제 삼지 않고, 아무것도 비판하지 않고,
어떤 의미 부여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즐긴 것으로 마무리해야겠다. 
이제 막 시작된 그들의 봄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며,
뒤돌아보지 않으며 나는 가던 길을 열심히 마저 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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