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하이벨스의 좋은 사역자 - 거룩한 불만을 하나님의 비전으로 만들라
빌 하이벨스 지음, 김진선 옮김 / 두란노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참을 수 없는 한 가지, 거룩한 불만을 찾으라!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이라는 것이 있다. 이 실험에서 실험 대상이었던 절반의 신학도들이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주제로 ’설교’를 하기 위해,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그냥 지나쳐갔다는 보고가 있다. 나는 오늘 ’교회 사역이 바쁘다’는 이유로, 나의 도움이 필요한 한 이웃을 외면했다. 외로움을 호소하며 친구가 되어달라고 했는데, 나는 달려가지 못했다. 오늘 처리해야 할 일거리가 책상 위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맡겨진 ’업무’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역자이다. 교회에서 풀 타임으로 일하는 유급 사역자. 사역자인 내가 공식적으로 한 번도 말하지 못했던, 말하지 말아야 하는 고백이 있다. 오늘 그것을 말하려 한다. 나는 지쳤다. 15년을 풀타임 사역자로 일하면서 오래 전부터 만성 피로에 시달렸고, 어쩌다 쉬는 날이면 겨우 잠에서 깨어 한끼 정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거의 탈진 상태로 하루를 보낸다. 물론, 성경을 가르칠 때는 열정이 넘치고, 기억에 남을 사역의 열매도 풍부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괴로우나 즐거우나 주만 따라 가며,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을 들고 가겠다"고 했던 맹세는 시들해지고, "쉬고 싶습니다"라는 탄식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있다.

늘 기쁨과 감사와 은혜로 충만해야 할 사역자가 이렇게 큰소리로 "나는 지쳤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은, 사역자의 탈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딜레마를 이해하는 빌 하이벨스 목사님 앞에서 마음의 문빗장이 풀렸기 때문이다. <빌 하이벨스의 좋은 사역자>는 사역자의 탈진을 이해하고 진단한다. 나는 더 이상 스스로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속이지 않기로 하고, 지친 상태 그대로를 인정하며 피하지 않고 다가서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했을 때의 시원함과 해방감이란!!!

문제는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않고,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빌 하이벨스 목사님은 좋은 사역자만 ’한 가지 일’, 즉 내가 참을 수 없는 단 한 가지 ’거룩한 불만’을 찾아 키워서 수많은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는 데 헌신하는 사역자가 좋은 사역자라고 말한다. 나의 ’거룩한 불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다시 뜨거워지며, 연료 탱크가 충전되는 기분이다. 

<빌 하이벨스의 좋은 사역자>는 ’평상 상태’(Normal State)에 있는 사역자를 ’근본적 상태’(Fundamental State)로 옮겨 놓는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평상 상태에 안주하려고 한다. 그러나 리더십 환경이 다른 수백 명의 리더들을 연구한 퀸 교수는 "어떤 리더가 강렬한 열정에 사로잡혀 그 열정으로 리더십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에 몰두할 때, 그 리더는 실제로 다른 상태에 들어갔다"는 것을 발견했다(90). 퀀 교수는 이 발견을 ’근본적 상태 이론’이라 불렀다. "그것은 한 리더가 자기 중심적 태도나 염려하고 근심하는 모습을 버리기로 결단하고, 열정과 끈기가 있고 그룹의 목표가 최고의 결실을 맺는 방향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때 확인된다"(90). 한마디로, 근본적 상태는 거룩한 불만의 열정으로 살며 사역하는 것을 가리킨다.

사실 사역자들이 과도한 업무로 지쳐가는 것은 ’조직’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필요 때문이고, 통제되지 않은 돌발적 필요들이 날마다 쏟아지기 때문이다. <빌 하이벨스의 좋은 사역자>가 사역자들에게 조언하는 중요한 목회 전략은, 공동체의 거룩한 불만을 일깨우고, 공동체의 비전을 공유하며, ’조직적인 시스템’을 세우라는 것이다. 내가 이해한 대로 설명하면, 한마디로 ’은사 배치’를 실행하라는 의미로 들린다. 공동체에 속한 한 사람, 한 사람의 거룩한 불만을 찾아내고, 그것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며, 그 사역을 하나로 묶어주는 ’조직적인 시스템’을 세우라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거룩한 불만이 개발되고, 요소 요소에 그것에 헌신된 사람이 세워질 때, 비로소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인 공동체로 작동되는 원리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좋은 사역자가 품어야 하는(!) ’거룩한 불만’은, 결국 ’하나님의 사람을 세우는 일’이라는 이 한가지 사명 안으로 압축된다. 하나님의 사람들 안에 잠재된 거룩한 불만을 일깨우고 키우는 일,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사역자가 집중해야 할 ’한 가지 일’인 것이다. 진리는 단순하고, 문제는 언제나 근본으로 돌아갈 때 해결되는 것을 느낀다. 돌아보니, 나의 사역은 하나님의 사람을 세우는 일보다 스스로 많은 일을 처리하느라 지쳐가는 ’직원’이었던 것 같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거룩한 불만’(Holy Discontent)이라고 번역된 단어가 많이 어색했는데,  어느새 그 단어 자체로 사역의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목회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는다. 이 원리를 나누기 위해 동역자들에게 <빌 하이벨스의 좋은 사역자>를 교재로 워크숍을 제안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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