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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면 열리리라 - 율도국 테마시집 2 기도시집 (치유의 기도)
김율도 외 지음 / 율도국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 아일랜드 지방의 기도 > (-작가 미상-)
당신의 손에
언제나 할 일이 있기를,
당신이 지갑에
언제나 한 두 개 동전이 남아 있기를,
당신의 집 창틀에
언제나 해가 비치기를,
이따금 당신의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친구의 손길이 언제나
당신 가까이 있기를,
그리고 신께서
당신의 가슴을 기쁨으로 채우기를,
기도드립니다.
지금 내 손에 할 일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지금 내 지갑에 하루의 끼니를 해결할 수 있고,
언제라도 친구에게 연락할 수 있고,
찻집에서 잠시 몸과 마음을 쉬었다 갈 수 있고,
고운 시집과 아름다운 소설 책을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지금 내가 머무는 사무실 창틀에 햇살이 반짝이고,
그 초여름 햇살에 숨을 헐덕이며 무성하게 성장하는 초록 나뭇잎들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이따금 비가 내리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집이 있고, 따뜻한 차가 있고, 음악이 있고,
우산이 있고, 비오는 거리를 걸을 수 있고, 또 무지개를 기대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마음으로 기억하는 친구의 사랑이 있고,
언제든 내가 부르면 달려와줄 친구가 있고,
문득 문자로 연락을 해도 항상 반겨줄 친구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허락하신 당신,
참된 기쁨의 지혜를 깨우쳐주신 당신,
나의 호흡, 나의 모든 것 되시는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지치고 고단한 몸으로 낯선 사람들 틈에 끼여 무표정하게 버스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가 문득 내 가방 안에 있는 시집을 기억했다. 표지에 적힌 낯익은 시인의 이름 중에 서정윤, 그 이름을 보니 '홀로서기'라는 긴 시를 외우게 만들었던 사춘기의 열꽃이 그대로 마음에 살아난다. '기도시집', '치유의 기도'라는 부제를 가진 <기도하면 열리리라>라는 제목의 이 시집은 강은교, 이해인, 김소엽, 도종환의 시와 유명한 성자의 시, 한국 문인들의 시, 작자 미상의 시, 그리고 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엮은이 김율도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엮은이 김율도 시인은 "시는 가장 절제된 최상의 기도"라고 말한다. "시인들은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고 신에게 가까이 가려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 시집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정결한 마음으로, 생각을 모아, 그렇게 절대자와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읽을 때, 시를 통한 기도로 치유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고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며 권한다.
정제된 시인의 언어와 고운 시의 리듬이 내 마음 안에 흐르니 번잡하고 요란하던 소리가 그치고 마음의 파도가 잠잠해진다. 모으고 모아서 간결하게 기도하는 시인의 짧은 음성이 내 마음 안에 가득한 욕심과 번민을 덜어내준다. 지은이의 이름을 알 수 없는 '아일랜드 지방의 기도'를 따라 읽으며 나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내가 감사하지 못했던 것들에 눈 뜨며, 내가 무심하게 지나쳤던 아름다움에 눈 뜨며, 내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에 눈 뜨며, 그렇게 기도했다.
<기도하면 열리리라>는 늘 옆에 두고, 어느 날에, 어느 시간에, 어느 곳에서나, 그렇게 손에 잡히는 데로 아무곳이나 펼쳐서 읽어도 좋을 그런 시집이다. 좀더 세련된 디자인과 색체와 종이로 포장되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지만, 그것도 곧 나의 허영임을 꼬집는다. 책의 뒷표지에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장애인을 위해 쓰여집니다'라는 글귀가 말이다.
'오늘'을 살며 내가 구하고 싶은 삶의 의미, 그것을 조용히 묵상하며 다시 이렇게 따라 기도해본다.
<의미 있는 하루를 위한 기도> (-윌리엄 바클레이-)
오늘도 의미 있는 하루를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내게 허락 하소서
내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할 줄 아는 판단력을 주소서
사소한 것에 화내거나 조바심을 갖지 않게 하시며
유머 감각을 주셔서 항상 웃게 하소서
나에 대해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시고
내가 행하는 모든 일이 다른 사람과 당신을
유익케 하는 것이 되게
책임의식을 갖게 하소서
내게 뛰어난 감성을 주셔서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 주는 행동을 하지 않게 하시고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을 행하지 않게 하소서
예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항상 의식함으로
나의 언행과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시는
그분의 마음을 슬프게 하지 않게 하옵소서
이 모든 것을 당신의 사랑에 의지하여
기도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