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정요의 인간력
나채훈 지음 / 바움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한국의 조직은 일반적으로 가부장적 가족형이나 군대형 조직이 많아 보인다. 
조직 안에 ’우두머리’가 있고, 그 밑으로 서열 배치가 이루어진다.
커뮤니케이션은 보통 ’명령하달’로 이루어지며, 
’우두머리’의 명령이 곧 법이 되고, 명령에 대해서는 
절대 복종이 원칙이요, 예절이며, 조직의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는 미덕으로 받아들여진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귀국한 한 지인이 한국 사람들은 만나면 
일단 내가 이 사람보다 ’위’인가, ’아래’인가를  먼저 따지는 습관이 있고, 
그렇게 상, 하가 정리되었을 때 
비로소 관계가 안정을 찾는 듯하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이러한 가부장적 가족형, 군대형 조직의 병폐 중 하나는
상, 하 간에 커뮤니케이션, 즉 대화나 토론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아랫’ 사람은 ’윗’ 사람에게 업무에 관련 된 회의석상에서조차
충고나, 직언이나, 조언이나, 반대의견이나, 건의사항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잘못 말했다가는 찍히기 쉽상이고, 그렇게 찍히면 결국 나만 손해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요즘 젊은 세대의 조직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런 풍토가 암묵적인 조직 분위기로 살아있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조직 문화가 동양적인 전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내게
<정관정요의 인간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관정요>라는 책을 사전으로 찾아보니,
중국 당나라의 오긍이 지은 책으로,
태종이 가까운 신하들과 정관 시대에 행한 정치상의 득실에 관하여 
문답한 말을 모아 엮은 것이라고 한다. 

그 옛날에 임금과 신하가 정사를 서로 논하며 문답을 하는데,
임금의 질문에 답변하는 신하들의 지혜롭고 소신 있는 대답이 놀랍다.
최고 지도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면서도 소신껏 조언과 충언과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신하들의 태도와 또 그것을 귀담아 듣고 수렴하는 임금의 태도가 놀랍다.

<정관정요의 인간력>은 태종과 신하들의 이와 같은 대화를 바탕으로
사람을 움직이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이상적인 모습과 
국가경영 또는 조직경영의 원리를 법칙화해내고 있다.
(책은 인간관리라고 표현하는데 나는 이 말이 싫다.)

<정관정요의 인간력>이 전하는 핵심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흥망은 지도자와 부하의 공동 책임이다!"
지도자 한 사람만 잘나서는 조직이 흥왕할 수 없다.
현명한 지도자는 부하의 진가를 알아보아야 하고, 
조직에서는 공정한 인사가 모든 일의 시작이며,
인물평가는 치우침이 없이 정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정하지 못한 리더나 감정적인 평가가 판을 치는 조직이 순탄하게 작동할리 없다.

또한 "바른말 하는 부하가 있으면 망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그런데 부하들이 침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리더의 책임인 것이다. 
달콤한 조언만을 귀담아 듣고, 따르는 리더에게 충직한 부하가 나올 수 없다.
저자는 "부하를 충신이 아닌 양신이 되게 하라"고 하며,
"소금과 매실의 역할을 하는 사람과 사귀어라"고 충고한다.
(이 문장의 깊은 의미는 책을 읽고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조직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내게 가장 큰 깨우침을 준 것은
"부하에게 완벽함을 구하지 말라"는 충고였다.
부하의 잘못이나 결점을 늘 정확하게 짚어서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그저 내 성격이라고 합리화하고 그건 내 스타일이라고 고집했던 일이 부끄러워진다.

<정관정요의 인간력>은 한 편의 사극을 보는 듯 하는 재미와
지혜가 담긴 우화를 읽듯이, 고전을 읽으며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리더십 이론서들보다 기억에 더 오래 남으며,
잔잔한 감동과 함께 깨우침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군주는 배에 비유되고, 백성은 물에 비유된다. 
물은 배를 떠가게 할 수도 있고, 물속으로 가라앉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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