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괴짜가 세상을 움직인다 - 모방이 넘치는 가라오케 자본주의에서 혁신적 개인과 기업으로 살아남기
요나스 리더스트럴러.첼 노오스트롬 지음, 조성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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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창조적 괴짜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책의 제목만 보고 한참을 오해했다. 기발하고 때로는 엉뚱하다 못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세계적인 괴짜들의 창조세계를 '유쾌하고 가볍게' 즐겨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 책, 수준이 상당하다. 가볍게 읽을 책이 아니었다.

저자 '요나스 리더스트럴러'와 '첼 노오스트롬', 이름도 어렵도 낯익지도 않은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로 정평이 나있으며, 차세대 경영학 리더로 꼽히는 인물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야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창조적인 괴짜'이다. 자신들의 강연을 '공연'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연단을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좌중을 압도하는 특별한 강연으로 인기가 높다고 하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마치 저자들이 눈앞에서 실제로 '프리젠데이션'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상당한 유머 수준과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내용의 핵심을 놀랍게 축약하고 있는 한 컷 한 컷의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시각화해주면서 학습효과와 함께 재미를 더하고 있다. (곧바로 와닿지 않는 서구적인 사고 방식의 표현도 다소 눈에 띄지만) 번역의 힘인지 메시지를 담은 문장들도 멋지다.

저자들의 시각은 거시적이면서 동시에 미시적이다. 크게 보면 현대사회의 흐름과 작동 원리를 분석해서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고, 좀더 미세하게 말하면 자본주의 사회의 현상을 수평적인 관점으로 분석하고, 또 그러한 사회가 흘러가고 있는 방향을 읽어내는 나침반 같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저자는 우리가 시장이 지배하는 세상의 시민으로 살고 있임을 깨우쳐주는데, 시장이 지배하는 세상은 "상업적 영감으로 빛나는 은하수"뿐 아니라, "어둠침침한 도랑"을 함께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는 '가라오케 자본주의'이라고 이름 붙였다. 가라오케 술집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화려한 조명 아래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사람의 노래이다! 가라오케 클럽은 제도적으로 모방을 허용해주는 장소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모방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저자는 모방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현금'과 '능력'만 있으면 누구든지 가라오케 클럽에 입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것인지 말이다. 저자가 이 비유를 통해 전달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자본과 능력은 자본주의 사회에 입장하는 필요조건이 될 수는 있어도, 성공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라오케 클럽 안에서 기업과 개인은 '타인을 모방하느냐 아니면 스스로 미래를 창조하느냐'에 사이에서 궁극적인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모방하지 마라." "혁신하라." 이것이 이 책이 전하는 궁극적인 메시지이다.

왜 혁신이 중요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화' 되어가는 바로 그 개인이 '거대 권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전세계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했다." 자본과 능력이 있는 한, 기술은 우리가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고 노래했는데, 지금 바로 내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것이다. 세상의 규칙을 바꾸는 것은 이제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이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분열과 사라져가는 사회 자본은 우리 모두에게 개인적인 제도 혁신자가 되기를 요구한다. 힘은 규칙을 준수하는 자(룰테이커)에서 규칙을 깨뜨리는 자(룰브레이커)와 규칙을 창조하는 자(룰메이커)에게로 옮겨지고 있다." 지금은 재능 있는 '개인들'이 움직이는 독점자들이다. 자본가들이 울고 있다. "유능한 개인들에게 인질로 잡히고, 까다로운 고객들의 포위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보여주는 한가지 희망적인 전망은 이것이다. 이제는 '창조적인 개인'이 세상을, 시장을 지배하는 중심이다. 오늘날의 희소 자본은 '자본'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창조적 괴짜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상상력과 재능을 지닌 '개인'이, 개성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이, 다름을 보여 주는 것이 현대적인 기업과 생활의 중심임을 보여준다. 지금은 기괴하고 놀라우며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이다! 이제 내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마음껏 개성을 표현하라! 무한한 상상력이 빚어내는 다름과 차별, 이제 이것이 성공 자원이다. 

<창조적인 괴짜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현재와 미래 사회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책이다. 시장의 흐름과 작동 원리를 읽고, 사회의 변화를 읽고, 무장하여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준다. 녹녹치 않은 내용이었지만 알차게 꾸며져 있어 유쾌하고 뿌듯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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