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전략, 자기 PR - 성공 비즈니스 라이브러리 01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정세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자기 PR'이라는 개념을 몰랐을 때부터 나는 '자기 소개'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흔히 남자 이름으로 인식되는 유명하고 흔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다,
성씨도 특이 성씨(채 씨)여서 자기 소개를 하며 이름을 말할 때마다 
잘 알아듣지 못하는 상대를 위해 몇 번씩 고쳐서 알려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학교 다닐 때는 "우리 조상 중에 가장 유명한 분이 채플린입니다"라고 자기 소개를 했다.
이렇게 소개하는 인사가 꽤 인상적이었는지, 친구들은 나를 보면 '채플린'을 떠올렸고,
선물도 그것이 무엇이든 '채플린'의 사진이 들어간 것을 많이 받았다.

자기 소개를 하는 두 번째 방법은 이름을 먼저 말하고
"저는 채시라와 같은 집안입니다. 제 성은 채시라의 그 채입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친구 결혼식 피로연에서 이렇게 자기 소개를 했더니, 
옆에 있는 친구가 "저는 최진실할 때의 그 최입니다"라고 해서,
그날 우리는 "채시라, 최진실"로 불리며 집중되는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심리적 전략, 자기 PR>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훈이나 주먹구구식 '자기 PR'이 아니라, 
심리학자가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견고하게 전략을 세운 '자기 PR 방법'이다.
사실, 인간 심리의 그 미묘한 간극을 공략하는 '심리적 전략'은 
뭔가 진실하지 않은 트릭 같은  느낌을 주어 나는 다소 꺼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심리학자 나이토 요시히토가 쓴 <심리적 전략, 자기 PR>은
심리를 '이용'하는 전략이 아니라 심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전략이라 안심이 된다.

<심리적 전략, 자기 PR>에서 말하는 '자기 PR' 기술은 간단하다.
우선 가르쳐주는 핵심 기술은, 완벽한 자기 PR 기술을 익히려 하지 말고, 
두 세 개 정도의 심리 테크닉을 기억하면서 바로 실천하라는 것이다. 
책은 총 47가지의 노하우를 알려주는데 전체를 암기할 필요 없이,
필요한 기술 몇 가지만 익혀도 유용하게 활용 가능하다.

<심리적 전략, 자기 PR>에서 특별히 새롭게 배운 것은
"상대방의 대화 속도에 맞추면 유능해보인다"라는 이론이다(54-56).
여섯 가지 속도로 이야기를 하는 연설 테이프를 남성과 여성에게 들려주고,
자신의 말하는 속도와 비교했을 때, 연설자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가를 추측해보는
실험을 한 결과, '나와 비슷한 대화 속도'라는 평가를 얻은 연설자일수록 
평가가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또 재밌는 이론을 하나 소개하면,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이름은 문장 중에 어느 부분에 들어가면 좋을까?
예를 들어, "지혜 씨, 다음에 식사하러 같이 가요"라고 하는 것과,
"다음에 식사하러 같이 가요, 지혜 씨"라고 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저자는 일반적으로 짧은 문장에는 앞에서, 
긴 문장에는 뒤에서 불러줄 때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159).
그러나 "지혜 씨, 우리 같이 식사 하러 가요, 지혜 씨"라고 두 번씩 불러주는 전략도 있는데,
이것은 '샌드위치법'이라고 하는 심리 기술이다.

이 밖에도 "인기남은 상반신을 잘 사용한다"는 이론도 신선했다.
"첫인상에서 호감을 주고 싶다면 상반신에 신경을 써라"(149). 

그러나 3장 '첫인상을 180도 바꿀 수 있는 대화 기술'이라는 주제를 말하면서,
'표준 체중을 유지하라'는 전략은 다소 엉뚱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화 기술이라는 주제어와 외면적 호감도를 좌우하는 '표준 체중'을 연결한 것은
좀 억지스러운 분류라는 생각이 든다.

<심리적 전략, 자기 PR>은 상황별로, 
여성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자기 연출과 
접대나 회식, 그리고 면접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홍보 전략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몇 해 전에, 직장에서 공동체 훈련을 받으러 간 적이 있는데,
훈련 리더가 한 사람씩 자기 소개를 하라는 미션을 주었다.
모두 몇 년을 알고 지낸 사람들이라 참가자가 아니라 리더를 향해 
소속 부서나 직함 등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자기 소개를 했다.
조금 차별적으로 자기 소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OOO 사무실 안에서 팔팔한 청춘을 다 보낸 OOO입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당시 나이로는 '막내'에 가까웠던 나의 발언은 모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어려 보이지만 선배라는 것이 각인되어 공동체 훈련 기간 동안 '팀 리더'가 되었고,
우리 팀의 팀명은 '청춘', 팀가는 '청춘을 돌려다오'가 되었다.

나의 에피소드처럼, <심리적 전략, 자기 PR>에서 내가 배운 것은 
자기 PR은 '준비'보다 '열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을 알리고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열의가 얼마나 크냐가
'자기 PR'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열의에 밑바탕이 되는 것은 바로 '자신감'이다.
자기 스스로 자신을 수용하고,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자신을 알리려는 열의가 밖으로 표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어떠한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자기 PR 전략은,
(고급스런) '유머 감각'을 익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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