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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번연의 하늘 문을 여는 기도 - 천로역정의 작가 존 번연의 영혼을 사로잡는 기도의 세계, 개정 증보판
존 번연 지음, 정혜숙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
내 수첩은 10년 후를 위한 기도제목, 1년을 위한 기도제목, 한달을 위한 기도제목, 그리고 오늘 하루를 위한 기도제목으로 빽빽하다. 이외에도 가족을 위한 기도제목, 지인들을 위한 기도제목, 중보기도요청을 받은 기도제목, 공동체를 위한 기도제목, 교회를 위한 기도제목, 그리고 거창하지만 인류를 위한 기도제목도 빼곡히 적혀 있다. 제목별로 맨 위에 구분하는 스티커를 붙여놓고, 생각날 때마다 추가하고, 응답될 때마다 하나씩 지워나간다.
그런데 요즘 기도를 해도 영혼에 만족이 없고, 목마름이 해결되지 않는 것을 느낀다. 습관적으로 눈을 감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말하지만, 하나님과 교통하는 느낌을 잃어버린 채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다 기도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존 번연의 하늘 문을 여는 기도>를 다 읽고 나는 내 수첩에 적힌 기도제목들을 모두 뜯어서 내버렸다. ’나’를 위한 계획, ’가족’을 위한 소원, 지체를 위한 것도, 공동체를 위한 것도, 교회를 위한 것도, 인류를 위한 고상한 기도제목까지 모두 ’내 생각’ 속에서 나온 것들! 미련 없이 찢어버렸다.
오랜 신앙생활을 경험으로 ’기도는 어떠해야 한다’,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는 것>만큼 실제로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존 번연의 하늘 문을 여는 기도>를 읽으며 영으로 기도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다시 새겨보았다. 존 번연은 기도가 이루어지기 위한 중요한 첫째 요소로 ’신실함’을 꼽고 있다. 하나님은 신살함이 없는 어떤 기도도 받지 않으신다. 존 번연이 말하는 ’신실함’이란 < 하나님께 자신의 영혼을 쏟아붓는> 기도를 말한다. 하나님께 내 영혼을 쏟아붓는 기도! 나는 이 말을 몇 번이고 되내어보았다.
신실함이 있는 기도의 중요한 특징은 <하나님의 관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알면서도 기도 자리에서 잠잠히 하나님의 임재를 기다리지 못하고, 내 조급한 마음은 늘 하나님 앞에 고개를 숙이자마자 다급하게 나의 ’요청’을 쏟아놓기에 바쁘다.
존 번연은 성경적 기도, 즉 성경에 나오는 기도문을 모범으로, 그리고 기도에 관한 성경의 증언과 가르침을 토대로 기도의 성경적 원리를 명확하게 제시해준다. 그 가르침 중에 <기도할 때 오직 하나님만이 그 영혼 속에 남아 있어야 하며,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이 지극히 당연하고도 평범한 진리 앞에 오래도록 머물며 눈물로 회개해야 했다.
기도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내 뜻대로 간구하며 끝내버리는 초보적인 기도 수준으로 다시 되돌아가 영적인 잠을 자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심장이 차가워지도록 정신이 번쩍든다. 나태하고 형식적인 나의 기도!
<존 번연의 하늘 문을 여는 기도>의 내용이 그대로 내 고백이, 내 기도가 되도록 나는 소리내어 읽었다. 존 번연의 가르침을 따라, 성령님의 도움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고백하며, 내가 기도를 단지 흉내 내며 중얼거리고 있지 않도록 나의 영혼을 "깨워 주옵소서"라고 간구한다. "성령의 총명으로 마땅히 빌 바를 알게 하옵소서"라고 엎드려 간구한다.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주시는 은혜의 보좌 앞!
그 은혜를, 그 자리를, 그 특권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나는 새로운 결심을 한 가지 했다. 그것은 기도 후에 기도제목을 적는 것이다! 책과 함께 받은 <기도수첩>이 있는데, 이것을 활용하여 하나님께 기도 드린 후, 마음에 결정되고 정리된 기도제목을 적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