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 - 글쓰기의 달인을 위한
로버트 그레이엄 외 지음, 윤재원 옮김 / 베이직북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글을 잘 쓰려면, 열심히 살아야 한다!


언론의 고시의 꿈을 접고 뜬금없이 작가가 되겠다며 방송국의 ’아카데미’에 다닌 친구가 있다. 그런데 그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경쟁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고,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친구는 M 방송국의 작가가 되었다. 작가 수업은 어떻게 받나 궁금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훈련 강도가 높았다. 그중에서 가장 나를 질리게 했던 것은 프로그램마다(드라마, 예능, 뉴스 등) 한 편씩 선정해서, 그 한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든 대사와 자막과 지문(스스로 만들어 넣어야 한다)을 대본으로 써오는 훈련이 있었다. 매일 한 편이었는제, 일주일에 한 편씩이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나는 그 과제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던 기억이 난다.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그 과제가 얼마나 탁월한 훈련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문인의 나라라는 문화 안에 살아서 그런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어릴 때부터 있었던 것 같다. 글을 잘 쓰는 것을 떠나서 글 쓰기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학부 때, 공대에서 문과로 편입한 분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이 ’논술 시험’이었다. 제목 하나 놓고 커다란 시험지를 앞뒤로 꽉꽉 채우고도 모자라 몇 장을 더 받아 답안을 작성하는 친구들을 보고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냐며 의아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요즘은 <논술>이 입시전형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특별한 관심이나 재능이 없어도 기본적으로 글쓰기는 누구나 익혀야 할 중요한 ’기술’이 되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기안 문구 한 줄을 쓰는 일에도 쩔쩔매는 후배들을 많이 본다.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 제목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나는 제목과 함께 어마어마한 목차에 반해서 이 책을 선택했다. 글쓰기의 준비 과정부터 핵심적인 테크닉은 물론, 출판에 관련된 제반 사항과 작가로서의 철학 등 아주 세부적인 사항까지 두루 다루어준다. (그러나 계약금, 대리인, 서점과의 협상 등과 같은 출판과 관련된 부분은 개념을 익히고, 우리나라 출판문화와 관례를 따로 알아봐야 할 것이다.)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명확한 개념과 함께 필요한 원리를 간단하지만 꽤 세부적으로 다루어준다는 점이다. 설명과 함께 예시문도 인용되어 있어 개념과 원리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정독을 한 번 하고 필요할 때마다 사전처럼 찾아 읽어도 좋을 책이다.

나에게 재밌고 새로웠던 것은, <글쓰기 아이디어>에서 낱말을 나열할 때 자음순으로 기록해보자’라는 아이디어이다. "개미, 노란색, 다리미, 리듬, 망아지, 바람, 사람, ... 이런 식으로 말이다. ㅎ에 다다르면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읽으며 마음에 드는 낱날 세 개를 골라보라. 구체적인 낱말 두 개와 추상적인 낱말 하나를 선택하고, 이 세 낱말을 사용해 문단을 작성하자. 몇 번 반복해서 시도해보고 같은 단어를 사용해 문단을 몇 개 써보자. 모든 문단은 글의 시작이 될 수 있다"(20).

글을 쓴다는 것은,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고, 열심히 관찰하과 열심히 쓰고, 열심히 생각하고 열심히 읽고, 열심히 다니고(여행 등) 열심히 쓰고(기록하고), 열심히 보고 열심히 쓰고, 삶의 모든 것을 글로 연결시키는 작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글을 쓴다는 것은 열심히 사는 일이다라는 다소 엉뚱한 결론에 도달했지만, 글이란 스킬로 쓰는 것이 아니라 뭔가 글로 담아낼 것이 있는 삶의 양분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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