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수국水國 프로젝트 - 경제를 일으켜 조선을 구하다 한국사를 바꾼 인물 2
장한식 글, 조창배 그림 / 행복한나무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바다를 버린 나라’ 조선 안이 ’수국’(水國)을 건설하여, 경제전쟁에서 승리하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최후의 한마디를 남기고 장렬하게 전사한 충무공 이순신. 그는 갔지만, 우리의 가슴에, 그리고 전 세계인의 가슴에 위대한 영웅으로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그런데 이순신의 죽음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왠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음을 제기하는 학자와 가설이 많다. <이순신 수국 프로젝트, 경제를 일으켜 조선을 구하다>의 저자 장한식도 그런 의문을 가지고 밝히는 바에 따르면, 조정의 공식문서인 <실록>은 이순신이 ’적환’(적의 탄환)을 맞았다고 적고 있지만, 이순신의 조카 이분이 쓴 <행록>에는 ’비환’(날아든 탄환)에 맞았다고 적혀있다. ’홀중비환’(忽中飛丸), 즉 ’문득 날아든 탄환에 맞았다’는 것이다(366-374). 적환이라는 말 대신 굳이 비환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뭔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한가지 더 재밌는 것은 이순신의 ’사망’을 처음 보고 받던 날, 선조의 반응이다. 선조 임금은 싸늘하기 짝이 없는 반응을 보였다. 이순신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임금의 답변은 "알았다"이다. 조선 최고의 무훈을 세우고, 풍전등화 같았던 왕조를 지켜낸 제일가는 충신이 죽었는데도 "알았다"는 무미건조한 한마디뿐이다. 이순신에 대한 임금의 심기가 불편해보인다. 그러나 충무공이 전사한지 엿새 후에는 완전히 대조적인 반응을 보인다. 임금의 태도가 크게 바뀌어 이순신에게 극도의 호의를 표시한다. 살아있는 이순신은 두렵고도 미운 존재지만 죽은 이순신은 그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375-383).

선조는 충신 이순신을 왜 그리도 두려워하고 또 미워했을까?

장한식의 <이순신 수국 프로젝트, 경제를 일으켜 조선을 구하다>는 이순신이 한 나라의 군주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바다를 버린 나라’ 조선을 대신하여,  조선 안이 또다른 나라 ’수국’(水國)을 건설하였던 것이다.  ’수국’(水國)이라는 표현은 이순신이 한산도 군영을 ’수국’에 비유한 한시에서 따온 말이다. <이순신 수국 프로젝트, 경제를 일으켜 조선을 구하다>는 바로 이 수국에 초점을 맞추어, CEO로서의 이순신의 모습을 재구성하고, 그가 세운 수국의 위용을 복원했다. 

이 책은 이순신이 7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이 ’군(軍), 산(産), 정(政)’ 복합체라고 할 수 있는 수국 건설로, 전쟁의 물적 기반을 튼튼히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동안 이순신은 탁월한 전략가로,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한 지도자로, 거북선이라는 획기적인 상품을 만들어낸 발명가로, 정직하고 소신있는 정치가로, 또한 기적같은 불패 신화를 이룩한 리더십과 리더로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되고 그 위대함이 칭송되어 왔는데, 이번엔 경제전문가이다! 장한식은 이순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즉 버려진 해변의 빈 땅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세운 대 경제인이자 건국영웅으로 이순신을 재탄생시켰다.

이순신에 관한 글을 읽을 때마다, 이렇게 완벽한 인물도 드물다 싶을 정도인데, 이 책을 읽으니 그의 ’주도면밀’함이 무서울 정도이다. 해전의 승패는 육상기지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알았던 이순신은 해변을 개간하여 영역을 확보하고, 경제적 자립을 도모한다. 해변의 땅을 일궈 벼와 보리를 경작하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 소금을 굽고, 칡을 캐고, 나아가 국내외 해상무역까지 추진해 군량미를 확충하고, 전투에 소요될 재원을 마련하며, 전선과 무기 제조를 위한 군수공업의 진흥에까지 착수했다. 한산수국에 잉여생산물이 생기면 오로지 군수물자 생산에 투입했다. 그는 해전만이 아니라, 경제전쟁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그것을 직접 진두진휘하였으며, 전쟁비용까지 그의 수국에서 직접 조달했던 것이다.

"이순신은 조정의 군수지원 없이도 스스로 백성을 불러모아 산업을 일으키고, 자립한 경제로 군사를 먹이고 입히고 또 무장하였다. 삼도수군이 보유한 여러 농장과 어장, 조선소와 공작소들의 총제적인 규모는 참으로 웅장하였다. 이 같은 군산복합 경영체야말로 한산수국을 뒷받침하는 튼튼한 물적 토대였고, 전란으로 결딴난 조선국이 그나마 형체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 동력이었다고 하겠다"(174).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의외의 사실은 이순신의 인사정책이다. 이순신은 강력한 인재풀을 갖추었는데, 거기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었다. "삼남의 해변을 통제사의 배타적 영역으로 확보해가는 동시에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강력한 인적기반을 마련하였다. 그 첫째는 수군의 독자적인 무과를 실시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유능한 인재는 반드시 휘하로 끌어들이는 일이었다. 또 무능, 부패 관리는 조정의 권위를 빌어서라도 교체하거나 벌칙을 안김으로써 해변의 인사권을 자신의 의지대로 행사하였다"(178).

이순신에게 충성하는 세력은 점점 강해져가는 반면 그의 눈밖에 난 인물은 수군에서 견딜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그리는 장군 이순신의 이미지는 부하의 실수에도 너그럽고, 포용력이 있으며, 인자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순신은 무능하거나 자신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인물들은 가차 없이 대하였다. 본인에게 교체권한이 없을 경우에는 조정에 장계를 해서라도 그 직을 갈았다"(198)고 한다. 실로 의외의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조직경영을 배울 때,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가 무임승차자를 가려 내고, 상벌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는 이론을 배웠다. 자신의 명령을 불이행하거나 무능하고 부패한 인물들에게 가차 없었다는 대목은 전쟁에 나선 장군으로서의 위용과 함께, 무조건 용서하고 포용적인 사람이 좋은 인격이고 좋은 리더라는 착한아이컴플렉스적인 단편적인 사고를 시원하게 깨준다.

제아무리 임금이지만 선조가 신하 이순신을 꺼리고 경계하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이순신이 아무리 충성을 맹세한다 해도 스스로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최고 리더라 할 수 있는 임금으로서 아마 그의 모든 것을 못견디게 질투했을 것이다. 역사는 가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러나 선조가 자신의 권좌보다 나라와 백성을 더욱 위하는 임금이었다면, 더 필요한 인물이 누구인지 스스로 비켜설 줄 아는 인물이었다면, 아니 적어도 충성을 맹세하는 신하를 믿어줄 배포라도 가진 임금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장한식의 <이순신 수국 프로젝트, 경제를 일으켜 조선을 구하다>은 드라마를 ’읽는 듯’한 재미를 준다. 직접 인용하고 있는 풍부한 사료는 마치 사극의 해설자의 목소리 같다. 7년 전쟁의 시작에서 끝까지를 추적하며, 이순신의 여러 가지 면모 중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지 못했던 수국의 건설과 경제전쟁, 그리고 국토의 중요한 영역으로서 해양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하고 의미 있는 책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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