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적용하는 구약 - 김중기 교수의 창세기부터 말라기까지 396가지 성경 이야기
김중기 지음 / 두란노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오늘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 읽는 구약성경

구약성경을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생경한 느낌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성경’, 즉 생전 처음 ’경전’을 대하면서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최대한 경건한 자세를 유지하며,
마음 가득 경외심을 가지고 한자 한자 또박또박 읽어나갔다.
그런데 곧 시들해졌다.
흥미로운 내용들도 있었지만 경전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미심쩍은
사사롭고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많았고, 
또 어떤 부분은 통째로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계속 되기도 했다.
나중에 배워게 알게 되었지만, 언어의 장벽, 역사의 장벽, 문화의 장벽, 지리의 장벽 등
구약성경에는 뛰어넘어야 할 벽이, 제거해야 할 장벽이 너무 많았다.
구약성경의 삶의 자리는 ’오늘’ 내가 서 있는 곳과 너무나 먼 곳에 있었다.
그리고 신앙생활이 계속되고, 신앙이 성장하면서부터는
통독을 목표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그냥 음독만 하면서 그렇게 쭉쭉 읽어나갔다.
이후로 꽤 오랜 시간을 성경과 함께하며 신앙생활을 해오고 있는데,
일부러 찾아 공부하지 않으면 지금도 여전히 모른 채로 남아 있는 성경 본문이 있다.
한 권의 책을 이렇게 오랜 세월 반복해서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매번 새롭게 깨달아지고,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기도 하고, 
여전히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이 참 신기하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고,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쉽고, 
성경은 정말 신비로운 책이다.

구약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란노를 통해 내가 만난 반가운 책, 
<삶에 적용하는 구약>은 김중기 교수님이 들려주시는 "구약 이야기"이다.
이 책은 김중기 교수님이 ’입’으로 들려주었던 구약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교수님은 구약성경은 이야기이고, 그러니 우리도 구약을 이야기로 읽자고 말씀한다.
"하나님은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이야기(말씀)로 창조하시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성경은 온통 이야기로 꽉 차 있습니다.
하나님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하나님을 체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끝나지요"(6).

구약전체를 여섯 등분하여 주제별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삶에 적용하는 구약>은
"그때 거기서" 말씀하신 하나님과 "오늘 여기서" 다시 만나며,
"그때 그들에게" 들려주신 하나님의 이야기(말씀)가 
그때 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오늘 나에게" 살아 움직이는 말씀이 되도록 해준다.
이 한 권에 우주가 있고, 역사가 있고, 인생이 있고, 그리고 내가 있고, 미래가 있다.

1부 <창조의 경륜>은 전우주적인 창조를 시작으로, 
그 창조주와 한 사람과의 만남이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성경의 첫 단어 "태초에"는 "삶의 태초"와 연결되며,
하나님의 음성이 우주와 시간를 뚫고 나의 삶으로, 나의 영혼으로 밀착해들어온다.
성경은 하나님과 사람의 만남, 다시 말해 신앙 사건들의 모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사건들이 대부분 병들고 가난하고 억눌림 당한 ’약자들을 통해’ 일어났다"(54).

김중기 교수님은 패미니스트가 틀림없다.
김중기 교수님이 패미니스트인 것은, 바로 성경 자체가 패미니즘적이기 때문이다!
<삶에 적용하는 구약>은 하나님과 여성의 만남, 여성의 신앙에 특별하게 주목한다.
 "약자들의 신앙 사건을 깊이 들여다보면 약자들 중의 약자는 
역시 가부장제도 속에서 억눌림 당한 여성들이었으며, 
그들의 고통이 컸던 만큼 그들을 통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역사 또한 
크게 일어났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55).


우리가 믿음의 조상을 아브라함이라고 일컫지만 맨 처음의 신앙 사건과 더불어
신앙고백을 했던 사람은 아브라함이 아닌 여종 하갈(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의 여종)이었고,
이 세상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을 두려워하는 여인, 
그들이 바로 히브리 여인들이었다고 증언한다. 
구약성경은 히브리 여인들의 믿음을 증거하는 많은 이야기를 유산으로 간직하고 있다.
(다말, 십보라, 드보라, 룻, 한나, 밧세바, 수넴의 귀한 연인, 에스더 등)

한 개인의 신앙체험은 종종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온 백성이 함께 신앙체험을 하기는 쉽지 않다. 
2부 <이스라엘 공동체의 신앙 사건>은 하나님과 한 사람과의 만남이
어떻게 개인과 가족을 넘어 공동체로 이어지는지 공동체가 공유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3부 <삶 속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은 하나님을 만난 개인과 공동체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반응하는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신앙의 의식화 못지 않게 신앙의 생활화가 중요하다(263).

4부 <네게 새 힘을 주리라>는 역사와 민족의 지도자로 쓰임 받은 인물들을 통해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통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5부 <네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하나님과 믿는 자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생의 의미는 하나님을 알 때 찾아진다.
"인간의 삶은 그것이 고난이든 기쁨이든,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갈 때에만 의미가 있다"(384).


6부 <네 영을 네게 부어주리라>는 장차 이루어질 일에 관한 우주적인 선포이다. 

익숙하지만 또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오는 <삶에 적용하는 구약>을 읽다 보니,
총 여섯 가지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삶에 적용하는 구약>의 핵심은,
구약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가 "임마누엘"이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책은 축복의 핵심적인 요소가 임마누엘이라고 해석하고 적용한다.
개인 신앙이든, 공동체 신앙이든, 과거, 현재, 미래까지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시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
하나님과 함께 일하면 반드시 승리한다. 이 믿음이 성공의 열쇠이다.
"임마누엘"의 축복은 하나님의 직접 개입하셔서 나의 삶을 바꾸시는,
다시 말해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이다.

구약의 이야기(말씀)을 오늘 나의 삶에 끌어다 적용해주는 <삶에 적용하는 구약>을 통해
공간적으로는 우주적이고, 시간적으로는 시작과 끝이 되시는 하나님의 역사,
그 광대하고 위대하신 분이 그때 거기서 말씀하셨듯이, 
오늘 여기 나에게도 이야기(말씀)으로 찾아오신다.
그 이야기는 우주와 시간 안에 작은 먼지와 같은 나와 내 삶에 개입해 들어오고, 
나의 삶을 바꾸는 놀라운 힘이요, 능력이요, 생명이다.
그리고 이 작은 변화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다스리고, 변화시키며, 완성시키는 동력이 된다는 것에 감격한다.
책을 덮으며 이렇게 신앙고백을 해본다.
"내 삶의 의미이시며, 나의 전부이시며, 나의 모든 것 되시는 하나님,
하나님과 함께하는 임마누엘의 은혜!
그 은혜로 나의 영혼이 만족하고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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