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그들의 이야기
스티브 비덜프 엮음, 박미낭 옮김 / GenBook(젠북)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남자,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성’을 강요 당하는 일이 불쾌하고 불편한 것처럼,
남자들도 남성성을 강요 당하는 일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서문에서 
"존경받는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남자에 대한 이미지는 
197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에 의해 심하게 훼손을 당했다. 
그 뒤로 남자의 이미지는 결국 자기 욕심을 위해 가족들 위에 군림하는 
가부장적인 맹수의 이미지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글을 읽고 뜨끔했다.
어릴 때부터 대가족의 장남으로 특별 대우를 받아온 ’오빠’(남자)와 대립각을 세우고 
자라서인지 유난히 남자들에게 매정한 기준을 가지고 있음을 시인해야겠다.
남자 답지 못한 남자를 "찌질남"이라 통칭하며,
여자에게는 꼼꼼하다고 하면서 남자에게는 쪼잖하다고 하는 
불평등한 기준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남자에게 남자 답기(!)를 강요하는 것도 
또다른 차별, 또다른 폭력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반성을 해본다.
차별 대우만큼이나 특별 대우와 과도한 기대도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남자, 그들의 이야기>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 모음’, 
즉 말 그대로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남자의 내면에 대해 다룬 글이라고 해서 심리학적인 책은 아니다.
여기 모인 글들은 남자에 ’관한’ 글이라기보다,
대부분 ’남자로서의 경험’, 즉 남자의 자기 고백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특별히 "남자의 내면에 대해 다룬 최고의 글들"을 모은 것이라고 스스로 소개하는데,
남자의 내면에 대해 다룬 최고의 글이라는 평가는 
남자들이 자기 경험과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했다는 데에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여자들은 자신의 문제나 감정을 말의 수단, 즉 대화나 고백을 통해 밖으로 표출함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남자들은 문제가 있을수록 자신의 내면이라는 동굴 속으로 깊이 잠적해버린다는
측면에서 남자의 내면 고백(!)이 의미를 갖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이런 식으로 단순화시켜 접근하는 것이 좀 편협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남자들을 짓누르고 있는 불편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남자들이 가장 먼저 깨뜨려야 하는 고정관념은 
바로 "남자는 감정을 안에다 담아 두어야 한다"는 잘못된 신화이다. 

남자의 고정관념 깨뜨리기는
자신의 불편한 감정, 즉 분노, 두려움, 수치심, 상실의 고통 등과
남자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감정, 즉 어린아이로부터 받는 신뢰, 여성과의 협력,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라 매일 포기하지 않고 끈질지게 살아가는 인내와 같은 용기 등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것과 대면하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고백하는 작업이 첫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남성의 해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남성의 해방은 남성이 스스로 마음을 여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아주 조금만이라도 마음의 빗장을 여는 것,
이것이 남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독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남자들이 인간으로서 마음을 여는 데 필요한 문제들을 다룬 책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진정한 남자가 되는 과정에서 돌파구를 찾은 사람들의 기쁨, 
지독한 고통을 겪은 남자들의 부르짖음, 
남자들의 항변을 다룬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17).

<남자, 그들의 이야기>는 서양의 문화 배경을 가진 남성들의 이야기여서 
한국적 정서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다.
남자들이 읽으면 자신이 직접 말하지 못하는 은밀한 내면의 고백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고
(그 간접적인 고백이 치유적인 기능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글도 있다),
남자로 살아가는 지혜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여자들이 읽는다면?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뭐지?라는 물음이 생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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