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위한 행복한 10분 묵상 - 아버지가 행복해지는 이야기
쿡 커뮤니케이션 편집부 엮음, 전나리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은 "함께"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두 명의 아버지를 알고 있다. 그분들은 바로 내 친구의 아버지이다. 내가 그분들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버지라고 하는 이유는 내 친구들의 고백 때문이다. 가족 이야기를 하는 중에 두 명의 친구가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 가족의 행복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날 시작되었어!" 처음에 나는 친구의 말을 잘못 알아들었는 줄 알고 내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도 분명하고 태연하게 다시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날이 우리 가족의 행복이 시작된 날이야!"

두 친구의 기억 속에는 아버지와 행복했던 추억이 단 한조각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언제나 술 취한 모습으로, 폭군의 모습으로 그려진다고 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가족 안에는 항상 불안과 눈물과 분노가 끊이지 않았다고.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는 불행과 공포를 의미했다고. 나는 세상에 이보다 더 불행한 아버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친구들에게 아무말도 해주지 못했지만, 살면서 깨닫게 되는 사실은 불행한 아버지 역시 또다른 피해자라는 것이다. 누구의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아버지’에게도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 알고 보면 아버지의 어린시절도 상처와 분노로 가득하다는 사실말이다.

토기장이가 발행한 <아버지를 위한 행복한 10분 묵상>은 "아버지가 행복해지는 이야기"라고 소개된다. 대체로 우리는 아버지에게 ’책임’을 많이 말했지 아버지의 행복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로 기뻐하기보다, 우리에게 무엇을 해 준 아버지인가를 더 많이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무능력한 아버지, 무책임한 아버지라는 사회적인 지탄과 가족의 시선과 스스로의 자책이 아버지로서의 존엄을 잃어버리게 하고 아버지를 고개 숙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 안에서조차 능력으로 평가받고 대우받다는 사실이 얼마나 괴로운 일일지 너무 무관심했다. 표현력이 없고, 가족이 보는 앞에서는 울어서도 안 되는 한국의 아버지들, 책임이라는 돌덩이가 언제나 아버지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을 텐데 이제야 눈이 떠진다. "아버지, 험한 세상이 아버지에게도 두려움이었을텐데 그 두려움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책임을 떠안겨 드려 죄송합니다."

<아버지를 위한 행복한 10분 묵상>은 하루에 10분씩 투자하는 ’아버지의 자기계발서’ 같은 책이다. 아버지로서의 삶, 아버지로서의 사명, 아버지로서의 역할, 아버지로서의 행복, 아버지의 영향력 등을 묵상해볼 수 있는 짧지만 긴 여운을 가진 이야기들을 모았다.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직접 보여주라’는 제목의 글이다.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야구공과 야구방망이를 선물했다. 그런 그는 공을 던져주거나 어떻게 방망이를 휘드르는지 보여준 적은 결코 없었다. 그는 아들에게 장난감총을 사주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으로 강도가 아닌 ’경찰’ 놀이하는 법을 가르쳐준 적은 없었다. 한번은 아들에게 주머니칼을 사주었다. 그러나 그는 비누에 동물을 새겨넣는 방법 같은 것을 보여준 적은 결코 없었다. (...) 당신이 자녀들에게 주는 물건을 통해 그들이 세상을 이해할 것이라고 결코 기대하지 마라. 아이는 삶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어떻게 그 삶을 받아들이고 최선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바로 당신이 직접 보여주기를 원한다"(36-37).

그리고 이런 명언을 덧붙인다. "너무 많은 사랑이 자녀를 망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존재’를 ’선물’로 대신할 때 자녀를 망치는 것이다." <아버지를 위한 행복한 10분 묵상>은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그 무엇이 아니라, 함께해주는 아버지, 그 아버지와의 추억임을 가르쳐준다. ’최고의 선물’(50-51), ’우리 아버지는 오늘 여기 오셨어!’(122-123), ’딱 오분’(214-215), 모두 아버지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함께"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을 읽으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아버지를 다섯 난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한 시간에 돈을 얼마나 버느냐고 묻는다. 짜증나고 피곤한 아버지는 대답조차 귀찮아 화를 내지만 아들의 진지한 물음에 ’한 시간에 만 원을 번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에게 ’오천 원만 빌려달라’고 요청한다. 장난감이나 사려고 돈을 빌려다고 하는 것으로 오해한 아버지는 매우 화가 나서 아들을 심하게 야단쳤다. 그러나 화가 좀 가라앉은 아버지는 너무 심했다는 생각에 아들의 방으로 가서 오천 원을 빌려주었다. 아들은 벌떡 일어나 미소 지으며 베개 아래 넣어둔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을 꺼냈다. 그것을 본 아버지는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돈이 있었으면서 왜 더 달라고 한 거냐?" 아들의 대답은 이것이다.  "왜냐면... 모자랐거든요. 그치만 이젠 됐어요. 아빠, 제게 이제 만 원이 있어요. 아빠의 시간을 한 시간만 살께요. 내일은 조금만 일찍 집에 돌아와 주세요. 아빠랑 저녁을 같이 먹고 싶어요.>

어쩌면 우리가 아버지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자녀에게 무엇이든 가장 좋은 것을 해주기 원하지만, 자녀가 아버지게 원하는 것은 ’함께’하는 사랑, 바로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일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 존재 자체여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사람 노릇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부모 노릇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남은 것은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 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이다.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이 하루에 10분만 투자하여 <아버지를 위한 행복한 10분 묵상>을 읽으며, 돈 잘 버는 아버지여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 자녀된 우리도 아버지에게 무엇을 바라기보다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와 행복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떠나신 후에는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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