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
마크 트웨인 지음, 린 살라모 외 엮음, 유슬기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 우리가 '마크 트웨인'으로 알고 있는 작가의 본명이다. 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고, 신선하고, 재치 있고, 신랄하고, 지혜롭고, 활력 있는 초절정 익살을 담았다는 <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은 그가 직접 편낸 책이 아니다. 캘리포니아대학 뱅크로프트 도서관의 ‘마크 트웨인 프로젝트’ 편집자들이 마크 트웨인의 사적인 편지, 자전적 글, 연설문, 소설, 미발표 원고 등을 추려 엮은 것이다.

편집자 중 한 사람인 린 살라모는 이 책의 특징을 잘 설명해준다. "마크 트웨인의 여러 가지 일화, 기발한 제안, 격언, 훈계 등을 모은 이 책은 인류를 위한 독창적인 에티켓을 담고 있으며, 일상의 변덕스러운 파도를 잘 헤쳐 나가게 돕는 색다른 길잡이가 되어 준다. 도덕 교육이라든지 가정과 해외에서의 올바른 처신에 대한 고찰, 옷, 건강, 음식, 육아에 대한 의견, 좀도둑 대처 방안부터 천국에 들어가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제안은 발표되거나 발표되지 않은 그의 글들 곳곳에 퍼져 있다 "(p. 9).

<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은 마크 트웨인의 일상에 정밀하게 밀착된 글이다. 한마디로 마크 트웨인의 "살며, 사랑하며"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의 일상은 다소 엉뚱하고 기발하고 장난끼가 가득하다. 일상에 밀착된 그의 유머는 말장난이나 그저 웃자고 하는 농담이 아니다. 정말 기발하다고 한바탕 웃고 지나칠 수 있는 풍자요, 해학이 아니다. 가족을 온 열정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내면에 무섭도록 몰두하면서도 어울려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들에도 전력으로 반응하는 그의 에너지가 놀랍다. 남성의 시각에서 거의 불가사의한 일로 해석되는 여성들의 전화 통화를 묘사하고,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전화기 때문에 분노하고, 형편 없는 음식을 증오하는 마크 트웨인은 한마디로 "모든 것에 대한 예의"를 존중한다. 주기적으로 변덕스럽게 새로운 건강요법 혹은 식이요법에 열광하고, 편안하면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옷차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고한 견해로 흰 양복을 즐겨 입는 강하면서도 톡톡 튀는 개성의 마크 트웨인은 자신만의 세계를 즐기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사는 일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았던 것이다.

학부 때,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라는 교양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는데, "일상에서 실패한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예로 제시하고 그 상황을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직접 제시해보라"는 과제를 받았었다. 나는 잔소리가 부부싸움으로 발전하는 상황을 포착하고,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 '유머의 활용'을 제안하여 레포트를 작성해 제출했다. 그런데 평가가 형편없었다. 이유는 '유머'를 잘못 사용하면 상대가 그것을 자칫 조롱과 비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잔소리를 대신하여 유머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부부싸움과 같이 예민하고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 교수님의 해석이었다. 마크 트웨인을 보면서 다시 깨닫는다. 유머야말로 예의와 수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못말리는 개구장이이면서도 또 자상하고 다정한 남편이요, 아버지인 마크 트웨인의 위트는, 날카로운 독설의 또다른 얼굴로 보인다. 위트로 표현되어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그 어떤 철학과 논리보다 중요한 사람과 삶에 대한 정중한 예절이라는 것에 감탄하고 또 감탄하게 된다. 철 없는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마크 트웨인의 모습을 보면, 그가 "물질문명과 종교와 전쟁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불의와 제국주의에 맞서 신랄한 비판을 가한 미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떤 책보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상과 위트의 만남! 일상적인 문제을 위트로 풀어낸 그의 접근과 의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마크 트웨인의 본명이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마크 트웨인으로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혁신적인 만찬 신호 체계"에서의 행복한 모습으로 그를 내 기억 속에 살게 하고 싶다. 남편을 걱정스레 나무라면서도 무척이나 귀여워 했을 것 같은 아내의 사랑스러운 눈길, "아빠 야단치기" 거사를 몰래 숨어보며 아빠를 놀리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가족들 안에서 무한히 행복한 마크 트웨인. 아마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가족을 잃어야 했던 마크 트웨인도 이 시절을 가장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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