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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버려야 할 60가지 나쁜 습관
뤼슈춘 지음, 홍민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자기계발서를 잘 읽지 않는 내가 [사는 동안 버려야 할 60가지 나쁜 습관]을 선택한 것은
나쁜 습관에 주목했다는 점 때문이다.
좋은 습관만큼이나 나쁜 습관도 무궁무진할텐데,
저자가 나쁜 습관으로 지목한 60가지가 궁금했고,
그중에 나에게 있는 것이 몇 개나 될지 헤아려보고 싶었다.
게다가, 보통 자기계발서는 이렇게 부정적인 접근을 잘 하지 않는데,
배짱 좋은 저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저자가 지목한 60가지는 '습관'이라고 하기보다,
'처세'에 더 가까운 기술이 아닌가 생각된다.
솔직히 깊은 통찰에서 우러나오는 지혜와 이론이 아니라,
갖가지 성공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Tip' 정도를 모아놓은 것같다.
재밌게 읽기는 했지만, 공감할 수 없을만큼 당황스러운 처세도 몇몇 등장한다.
게다가, 등장하는 사례는 나무랄 데 없이 재밌는데,
저자가 그것을 적용하기 위해 해석하는 데서 약간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는 동안 버려야 할 나쁜 습관 7번으로 지목된 것은 '겸손이 미덕이다'라는 습관(?)이다.
그런데 이것이 왜 버려야 할 나쁜 습관인가 하면,
"몸값을 높이기에 능해야 대접받는 시대"이기 때문이란다.
몸값이 높아야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고 존중 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대접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몸값을 높이는 기술 세 가지를 제시하는데,
첫째, 자신의 가치에 맞는 적정선을 찾아라.
둘째, 몸값을 높이려 할 때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라.
셋째, 몸값을 높일 절호의 타이밍을 잡아라.
잘 살펴보면 눈치챌 수 있겠지만, 몸값을 높이는 노하우라기보다는 꼼수에 가깝다.
너무 앏팍한 처세아닌가.
버는 동안 버려야 할 나쁜 습관 1번으로, "원수를 갚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다"를 지목하며,
중국인에게 그렇게 중요하다는 복수관(은원관)사상,
즉 복수의 문제를 첫 번째로 건드리는 것을 보고 역시 중국인 저자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자가 나쁜 습관이라고 지목한 것들이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에게는
미덕으로 여겨지는 것들이여서 이런 식의 접근과 해석이 중국 독자들에게는
발상의 전환이며, 그래서 굉장히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격언 같은 멋진 표현도 많이 등장한다.
"산이 푸르고 무성하면 땔나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호랑이는 위엄을 보이지 않아도 호랑이다."
"훌륭한 신하는 군주를 가려 섬긴다."
재밌는 사례나 교훈적인 내용도 많아서 이야기 듣듯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저자가 목표하는 바가 삶에 대한 깊은 성찰보다 오로지 성공지향적이고,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받아들인지 얼마 되지 않은 혼란함에서
성공하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얇팍한 처세술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