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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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던 책을 밀어두고, 이 책부터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그의 책에 대한 쟁쟁한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예지몽>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용의자 X의 헌신> 시리즈 제2탄이라고 소개되는데,
<용의자 X의 헌신>을 아직 읽지 못했지만, 그것이 <예지몽>을 읽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예지몽>이라는 한 제목의 소설일줄 알았는데,
이야기는 다섯 편의 단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표지에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크로스오버"라고 설명되어 있어,
오컬트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먼저 사전을 찾아보고 읽었다.
’오컬트’(occult)는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을 칭하는 명사이다.

<예지몽>에 실린 총 다섯 편의 에피소드는 모두 이 신비적으로 초자연적 현상,
즉 오컬트와 관련 되어 있다.
드라마로도 제작된 일본 영화 ’기묘한 이야기’처럼, 그야말로 기묘한 사건이다.

그런데 히가시노 게이코는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이 오컬트와 과학을 접목시킨다.
오컬트 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과학으로 풀어가는 것이다.
꿈에서 본 미래의 연인을 수년이 흐른 후에 실제로 만나고,
한밤중에 창 밖에 나타난 연인의 모습을 보고 불길한 사건을 직감한 남자 친구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애인의 집에 연락을 취하는데 그 시각 그곳에서 애인이 살해되고,
예지몽을 꾸는 소녀가 등장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 인스턴트 커피를 한 잔 타서 마시며 이 글을 쓴다.
달짝지근한 인스턴트 커피를 즐기는 ’유가와’를 흉내내보는 것이다.
<예지몽>을 너무 단숨에 읽어버려서, 다시 기억을 더듬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컬트 사건이 발생하면, 오컬트 사건에 관심이 많은 형사 ’구사나기’에게 접수된다.
그러면 구사나기는 물리학을 전공한 젊은 조교수인 친구 ’유가와’에게 자문을 구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의 가장 탁월한 점은 바로 ’반전’의 묘미이다.
모든 추리소설이 반전의 묘미를 갖는 것은 당연할 일이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반전에는 탄성을 자아내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추리소설’을 쓰는 법에 대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예지몽>은 도저히 풀 수 없는 트릭, 그 자체가 항상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도록 한다.
문제를 일으킨 신비한 오컬트 현상 그 자체가 과학적 반증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유가와의 추리가 완성될 때마다, 탄탄한 과학적 이론과 발상을 뒤집는 논리력을 갖춘
히가시노 게이고의 천재성에 탄복하게 된다.

조금 장난스럽게 덧붙이자면, 재밌는 것을 하나 발견한 것이 있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 <예지몽>은 자살 사건을 미리 꿈꾸는 소녀가 등장한다.
그런데 책의 꼬리말이 에피소드 제목인 ’예지몽’으로 나오다가 
갑자기 맨 마지막 장(p. 291)에 꼬리말이 ’미래를 아는 아이’로 바뀐다.
편집 과정의 단순한 실수일 수 있는데, 
한밤중에 침대에서 스탠드 켜놓고 읽다가 순간 섬짓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이다.
<그녀의 알리바이>의 결말에서 보여지듯이, 
기계적인 정의보다는 따뜻한 인간미도 흐르는 인물이여서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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