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쉽게 읽는 지식총서 2
하이디 베첼 지음, 한영란 옮김 / 혜원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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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한 영화 '타이타닉'에 보면, 화가 지망생인 잭이 매혹적인 로즈의 누드화를 그리기 전에 방 안에서 어느 화가의 작품을 발견하고 감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구의 작품인지 아느냐고 묻는 로즈에게, 잭은 감탄하는 목소리로 "모네!"의 것이라고 대답하면서, 그림의 화려한 색채가 모네의 것이라고 설명하며 넋을 잃고 감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고딕 양식부터 현대까지 위대한 화가들과 그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했다는 [명화]를 받아들고, 쟁쟁한 화가와 작품들 중에 가장 먼저 '모네'부터 찾아보았다. 연도를 확인해보니, 타이타닉이 출항한 날짜는 1912년 4월 10일이고, 모네는 1840년에 출생하여 1926년에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모네는 살았을 때 이미 유명했었나보다. 잭이 모네의 그림을 알아보고, 당시 모네는 생존해있었으니 말이다.

그림 전공자도 아니고, 특별한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닌 내가 '명화'에 관한 책을 읽기 좋아하는 이유는 타이타닉의 잭처럼 '명화'를 보고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원해서이다.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보면, 궁중악장 살리에리가 천재 작곡가 모짜르트가 작곡한 악보를 들고 그 악보만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느끼며 절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신에게 이렇게 부르짖었던 것 같다. "왜 나에게는 감상할 수 있는 능력밖에 안 주셨습니까!"라고. 이를 두고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용어도 생겨났지만, 나는 오히려 이 살리에리가 미치도록 부럽다. 연주되지도 않은 악보만 보고도 그 아름다운 선율과 음악을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십대와 이십대 시절, 나는 '과천'과 가까운 곳에 살았고, 거기서 가까운 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또 우연히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도 모두 '과천'에서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어서, 나는 친구들과 자주 과천에서 만나 놀았다. 대공원도 있고, 동물원도 있고, 놀이동산도 있었지만, 우리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좋아했다. 함께 걷는 그 길을,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말 없이 함께 있어도 편안한 그 분위기를 즐기고 사랑했던 것 같다. 그때를 생각해서인지 그림은 내게 꿈이고, 낭만이고, 추억이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보는 것을 즐겼던 친구들이 한 번은 아주 난해한 그림 앞에서 서로에게 물었다. 그림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엇이냐고. 한 친구는 '색'의 느낌, 즉 색감을 가장 먼저 본다고 했고, 나는 무엇을 그렸는지 '주제'를 본다고 했고, 다른 친구는 작가의 마음을 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그때부터 미술의 이론을 조금씩 공부했던 것 같다. 작품 설명을 열심히 읽고, 그림에 관한 책들을 함께 읽었다. 그림을 '해독'하는 재미에 빠졌던 것 같다. 

혜원에서 출판한 '쉽게 읽는 지식총서'라는 부제가 붙은 [명화]는 이런 나에게 더 없이 반가운 책이다.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이 연대기적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미술사도 익히면서, 작품과 작가를 공부할 수 있다. 위대한 작품인지도 모르고 보았던 익숙한 작품들이 왜 위대한 작품인지 그 이유를 하나씩 발견할 때면,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는 눈 하나가 떠지는 느낌이 들어 좋다. 

[명화]에 소개되는 명화들은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여서 대부분 낯이 익는데, 카스퍼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 낀 바다 위의 방랑자>를 발견하고서는 너무 놀라서 한참 웃었다. 편지지에서 보았는지, 책받침이나 노트 같은 문구류에서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너무 익숙한 그림이다. 그런데 이것이 이렇게 위대한 예술품인지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작가와 작품에게 너무 미안하다. 재밌는 것은 [명화]에 소개되는 위대한 예술품들을 처음 본 곳이 대부분 카페였던 것 같은 기억이다. 너무나 위대한 명곡들이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지만 일상 속에 깊이 스며있듯이, 명화들도 사실은 우리의 가까이에서 있다는 것이 재밌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 가치를 몰라보고 아무렇게나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다. 

'명화'를 알아보고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이 내 안에서 쑥쑥 자라주기를 바라며, 함께 그림을 감상할 친구를 헤아려본다. 시간을 내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한 번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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