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델피누스 - 아틀란티스의 돌고래 인간
마를리제 아롤드 지음, 김태성 옮김 / 지양어린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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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에 스며드는 ’루저(loser) 문화’]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를 읽었다.
대중문화에도 패배자의 정서를 담은 ’루저(loser) 문화’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루저(loser) 문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극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양산하는 사회 분위기와,
그 패배자 정서가 젊은이들 사이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서는 ’인디계의 서태지’라고 불리며 주목받고 있는 가수 ’장기하’의 노래를 주목한다.
그의 노래가 "현실이 힘들더라도 패자로 인생을 포기하지 말고 
노는 방식을 가르쳐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기하는 
미디어가 20대의 정서를 항상 즐겁게 묘사하는 데 대해 반감을 표시하며,
"우리 팀은 승자의 느낌도 아니고, 패자도 아니다.
승패가 결정 안 된 사람의 불안과 허무라고 본다"고 말했다고 한다.

[호모 델피누스]라는 성장기 아이들을 위한 성장소설을 읽고,
내가 이렇게 거창한 문제의식으로 글을 시작하는 것은 
’88만 원 시대’라고 불리우는 20대의 패배자 정서를 염려함이다.


스펙(specification)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는 20대의 스트레스를 아는가?
스펙(specification)은 원래 제품의 사양을 뜻하는 용어인데,
20대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평가지수로 통한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이 토익점수, 전공 관련 자격증, 인턴 경력 등
자신의 스펙을 더 올려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어느 대학의 교수님께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
과제물을 내주면, 과제수행에 필요한 주제 등과 같은 핵심적인 질문이 아니라,
주변적인 질문을 시시콜콜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글자 포인트, 서체, 용지 여백, 줄간격’ 등을 열심히 물어보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일일이 지정해주지 않고 자유를 주면 오히려 어리둥절해 한다고.
교수님은 이것이 어릴 때부터 숙제를 대신해주는 
엄마들의 교육 때문에 생긴 습관이라고 분석했다.
청소년기의 아이를 둔 많은 엄마의 고민은 자녀가 컴퓨터에 너무 빠져사는 것이라고 한다.

상상력과 모험심, 그리고 도전정신을 잃어버리고, 경쟁에만 내몰린 채 실내에서 지쳐가는 아이들.


[호모 델피누스]를 읽으며, 내가 계속 생각한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읽히고,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꿈을 심어줘야 하는가?

[호모 델피누스]는 어른 세대인 우리에게는 어릴 때부터 익숙했던 ’모험’ 이야기이다.
’호모 델리누스’는 주문을 외우면 돌고래로 변신을 했다가,
다시 주문을 외우면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돌고래 인간을 가리킨다.
이야기 안에서는 이들을 ’바다 산책자’라고 부른다.
[호모 델피누스]는 바로 이 바다 산책자인 ’마리오’라는 소년이 엄마를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역시 바다 산책자인 소녀 ’세일라’의 도움을 받으며 모험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추리소설의 방식으로 전개된다.
어느날, 갑자기 실종되는 사람들, 그리고 걸려오는 정체 모를 협박 전화.
그 안에서 정의롭고 용감한 두 소년과 소녀가,
아틀란티스 제국을 건설하려는 악당 ’차이돈’과 맞서는 신나는 모험 여행이다.
아이들 소설답게, 선과 악의 대결 구도가 명확하다.
[호모 델피누스]는 돌고래의 습성과 칠대양 자연환경에 대해 
자연스럽게 학습이 되도록 유도하며, 무궁한 상상의 나라 해양세계로 아이들을 안내한다.

상상력을 자극하며, 도전과 용기를 심어주는 ’모험담’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성장소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내가 주목한 것은 이 책의 결론이다.
(* 이후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호모 델피누스]의 모험담은 의외의 결론으로 끝이 난다.
두 주인공의 용감한 모험 여행이 끝나고,
마리오는 위험에 빠진 엄마를 구출해내고, 세일라는 실종되었던 아버지를 찾는다.

그런데 마리오는 엄마와 함께 돌고래 세상에서 살아가기로 선택을 하고,
세일라는 실종되었던 아빠와 함께 엄마가 있는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다.
저자는 왜 두 주인공의 각기 다른 선택으로 이야기를 결론 맺었을까?

열심히 생각해본 끝에 나는 의미심장한 해석을 하나 얻었다.
저자가 결론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교훈은,
혹시 아이들에게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것과,
 그 결정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주인공들의 여행은 마법의 돌을 찾고, 악당을 무찌른 것으로 끝나는 꿈이 아니다.
그들의 꿈은 이제부터이다.
그들이 모험을 통해 찾은 것은 보물도 아니고, 신비한 능력이나, 절대 권력이 아니다.
아틀란스 제국과 같은 신천지도 아니다.
그들은 지혜와 용기로 문제를 풀어내고, 스스로 그들이 살아갈 세상을 선택한다.
그리고 인생의 방향을 선택할 때, 그들이 보여준 기준은 바로 ’가족’이고, ’가족애’이다.
더구나 그들은 부모님의 희생이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지혜와 도전으로 엄마와 아빠를 구출해내지 않았는가!

패배자 의식이 우리 사회와 젊은이들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것은 일반적인 젊은이의 불안과 허무와는 구별되는 정서이다.
자녀에게 무엇을 읽히고, 가르쳐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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