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동물들이 왜 긴 줄을 이루며 서 있는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이 무얼 하려고 줄을 선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길게 늘어서 있는 동물들의 줄을 보며, 내가 오랫동안 서 있었던 줄,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그 줄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 줄은, "태어났으면 어린이집에 가야 해, 어린이집을 졸업했으면 유치원을 가야 해, 유치원을 졸업했으면 초등학교를 가야 해,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면 중학교를 가야 해, 중학교를 졸업했으면 고등학교를 가야 해,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면 대학교를 가야 해, 대학교를 졸업했드면 취직을 해야 해"라는 줄입니다. 우리는 왜 그 줄에 서야 하는지 미쳐 깨닫기도 전에 줄 서기를 시작했고, 어쩌면 나는 여전히 그 줄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그 줄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나뭇잎에 파묻혀 움직일 수 없었던 동물처럼, 꼼짝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트위그"가 동물 친구들을 구출해 낼 묘수를 찾았습니다. 그 줄 안에 끼어 있지 않았던 트위그에게는 줄을 보는 다른 눈이 있었거든요. 그것은 판을 흔드는 생각의 힘이었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새로운 줄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며 끝이 납니다. 줄이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줄'이 다시 시작된다는 결말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지만, 만약 줄이 우리 삶의 필수 요소라면, 이 책은 무엇이 '공정'인가를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이토록 묵직한 메시지라면 아이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사회의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르웨이 아동문학의 기준을 끌어올리다"라는 찬사가 빈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림책 수업이나, 독서지도용 도서로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