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문학 강좌를 들었습니다. 강사님은 "읽지 않으면 읽히고, 쓰지 않으면 쓰러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고를 덧붙였습니다. 지금 유행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짧은 영상만 계속 보다 보면, 우리의 뇌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뇌가 가만히 있게 된다는 것은, 우리의 뇌가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뇌로 바뀐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뇌가 썩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유하는 능력을 잃어버릴 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는, 자기 분노나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고, 직감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또 하나 심각한 증상은, 맥락적 사유를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맥락적 사유를 하지 못하면, 겉으로 드러난 정보만 가지고 판단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생각을 쉽게 무시해버리게 됩니다. 강사님은 이런 사람들을 "교양이 없는 사람"이라고 불렀습니다.
사유하는 인간이 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낯선 책을 읽고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언어는 생각의 옷인데, 낯선 자극이 없으면 틀에 박힌 것들을 자꾸 쏟아낸다고 합니다. 틀에 박힌 언어, 고정관념에 젖은 언어들만 반복해서 쓰다 보면, 나의 생각을 독창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기만의 언어가 부실해지는 것이지요.
이런 증상들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강사님은 시를 읽는 생활을 추천해주셨습니다. 두꺼운 인문학적 교양은 천천히, 느리게, 머뭇거리면서, 생각해보면서 축적되는 것인데, 시어가 바로 그렇게 탄생된 언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2025년에는 시어를 가슴에 품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책이 바로 이 책, <문해력을 위한 윤동주 전 시집 필사 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