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2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2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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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얻는 것이 최선의 상책이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공략하는 방법을 상수로 삼고, 성을 공격하는 방법을 하수로 삼습니다. 심리전이 가장 좋은 전략이고, 군사를 투입하여 싸우는 것이 가장 나쁜 전략입니다. 바라건대 승상께서는 충분히 그들의 마음을 굴복시키실 것입니다"(309).

우리 아버지는 탁월한 이야기꾼이셨고, 늦은 밤 가족들이 둘러 앉아 수박을 먹을 때나, 등산을 할 때나,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가질 때도 그랬지만, 특히 우리 4남매를 훈육하실 때 아버지는 회초리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택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이야기에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이야기가 바로 '삼국지'였습니다. 오빠와 다투는 문제로 가장 많이 야단을 들었는데, 아버지는 '형제우애'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면 늘 유비와 관우와 장비를 기억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유비와 같이 '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지요. 그리고 4남매 중에 둘째로 태어나 위로 치이고, 아래로 치이기 일쑤였던 저에게 '삼국지'는 결국 힘 있고 힘이 센 자가 아니라, 사람을 얻는 자, 다시 말해 마음을 얻는 자가 이긴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책이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해설에 의하면, 그 마음을 얻는 비결이 바로 '덕'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좋아하고 환호했던 이야기는 만두를 먹을 때마다 기억나는 인물, 바로 제갈량의 지혜였는데, 제갈량의 '칠종칠금' 이야기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하니 바람이 빠지는 기분이 들긴 합니다.)

<삼국지 기행>은 '삼국지' 이야기를 들으며, 그 역사적 현장과 유적을 함께 둘러보는 여행입니다. 마치 성지순례를 떠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기회가 된다면, 아버지와 함께 꼭 이 책을 들고 삼국지 영웅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역사적 현장, 그 풍경 속에서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들의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다른지, 그 현장은 그 이야기를 어떻게 간직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를 담아 아버지에게 이 책을 선물하니, 아버지는 이렇게 책으로 떠나는 여행도 의미가 있고 재미가 있다며 좋아하십니다.

<삼국지 기행>을 통해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보는 사실은, 우리는 그동안 역사는 어떻게 해석되고, 기억되는가만 보았는지, '역사'는 어떻게 도구화되고, 유통되는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또다른 의미와 또다른 차원에서 역사에 무지했다는 반성이 생깁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삼국지'(또는 '삼국지연의')를 읽었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삼국지를 제대로 읽기 원한다면, 꼭 이 책을 참조하라고 일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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