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1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1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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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사서지만,

<삼국지연의>는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적 사실과 무관한 이야기를 섞어 내었다(9).

<삼국지>와 <삼국지연의>의 차이를 이제야 명백하게 알게 된 것이 이 책, <삼국지 기행>을 통해 경험한 가장 큰 충격입니다. <삼국지>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사서지만, <삼국지연의>는 역사책이 아닌 소설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삼국지'는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라고 합니다. '삼국지'는 소설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관련 유적이 있고, 문화 기행이 가능한지 의아했고, 역사인듯, 역사 아닌, 역사 같은 '삼국지'의 정체가 비로소 분명하게 깨달아지니 눈앞에 환해지는 기분입니다.

"한고조 유방이 흉노의 선우인 모돈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무제 때까지 조공을 바친 치욕은 조조가 오환을 공격할 때 참수시켰고, 몽골의 칭기즈칸에 멸망한 패배는 몽골 출신의 최고 무장인 여포를 배신자와 패륜아로 낙인 찍어 복수하였다. 또한 한족우월주의에 입각한 소수민족 통치의 정당성을 구축하기 위하여 제갈량의 칠종칠금 고사를 만들었다. 이처럼 소설에서의 복수와 포용을 통해 '땅에는 사방의 경계가 없고 백성에게는 다른 나라가 없다'는 중화중심주의 천하관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20-21).

실제 사실의 순서를 바꾸고, 사건의 일부를 다른 사건으로 꾸미고, 동시대에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끼워 맞추거나, 사실이 아닌 이야기도 아주 감동적인 사실처럼 지어냈는데, 소설이 소설로 끝나지 않고, 실제 역사보다 더 실제 역사처럼 받아들여지고, 날조된 역사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인식하고 유통하는 그들의 방식이 뻔뻔스럽다 못해 무섭기까지 합니다. 과장과 확대와 창작을 통해 재창조된 역사는 민중들에게 재미는 물론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주면서, 동시에 권력자들에게는 민중을 통합하는 강력한 통치 도구가 되었다는 점에서, <삼국지>는 그저 재밌게 보아 넘길 책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삼국지 기행>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삼국지>와 <삼국지연의>의 꼼꼼한 비교를 통하여, 실제 역사의 무엇을, 어떻게, 왜 재창조하였는지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삼국지 기행>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인기도 많은, 삼국지 영웅들(조조, 유비, 관우, 여포 등)의 '본' 모습을 폭노합니다. 그들에게 어떤 이미지가, 어떤 이유로 덧 입혀졌는지를 듣게 될 때마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역사 공부라고 여겼던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 '역사'와 '이야기'가 얼마나 강력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아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삼국지 기행>은 다시 읽는 삼국지가 아니라, 새롭게 읽는 삼국지, 바로 읽는 삼국지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삼국지 기행>을 읽기 전에는 '삼국지'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어떤 해설서보다 '삼국지'를 탁월하게 해설해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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