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인생 그림 - 아트메신저 이소영이 전하는 명화의 세계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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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의 하루가 다소 비극처럼 느껴지더라도 멀리서 내 인생 그래프를 내려다보면 희극의 한 요소라는 생각을 해야 다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19).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를 생각할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들이 '선악과'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에덴동산에 넘쳐나는 다른 과일 나무에 시선을 돌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시선을 빼앗기니, 마음을 빼앗겼고, 결국 문제 하나에 마음을 빼앗긴 탓에 그 많은 과일 나무를 거져 얻고서도 그들의 마음은 감사가 아니라 불평으로 가득 차버렸습니다. 기쁨의 동산이라는 에덴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문제 하나에 우리의 시선을 빼앗길 때가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봅니다. 하루 종일 지독히 싫은 그 한 사람을 쫓아다니느라 나의 눈은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보지 못하고, 불만스러운 문제 하나에 집중하느라 나의 마음은 더 많은 감사거리를 보지 못하니 말입니다.

이와 같은 시선의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저는 가까운 곳에 있는 그림을 바라봅니다. 이 책의 저자처럼 옹색한 생각이 나를 자주 가로막는 것 같으면 의도적으로 나의 시선을 그림에게 주어, 새롭게 눈의 '길'을 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을 보았을 때, 이 책이 바로 우리의 눈에 새로운 길을 내주는 책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은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아트 컬렉터로 출연하신 이소영 작가님의 책입니다.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은 미술계에서 활동하며 특별히 작가님의 눈길이 자주 갔던 '인생 그림'을 모아, 언어의 옷을 입힌 책입니다.

일단 작가님이 이야기를 참 잘하는 분이라 언어의 옷을 입은 그림이 참 재미있게 읽힙니다. 예를 들면, 클로드 모네의 <생 라자르 기차역>이라는 그림을 앞에 두고, 작가님은 여행과 사랑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해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둘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해본다. 시작은 호기심이고, 출발은 설렘이고, 과정은 에너지 낭비와 에너지 충전이며, 끝은 이별과 성숙이다. 내가 사랑을 왜 또 시작했을까 하면서도 또 사랑을 하고, 그냥 집에 누워 있을 걸 그랬나 하면서 또 나는 여행을 했다"(201). 이 책은 그림의 이야기이자, 화가의 이야기이고, 화가의 이야기이자 작가님의 이야기이고, 작가님의 이야기이자 인생 이야기인 것입니다.

"화가가 답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그림은 우리를 두고 먼저 떠난 소중한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갈 것 같지 않냐며 질문한다"(577).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이라는 책 제목처럼, '아트메신저' 이소영님의 안내에 따라 하루 한 점씩 그림을 감상할 때마다, 화가들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열어젖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야에 한계가 없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모네의 그림을 보면 겨울 한 철에도 수천 개의 시간이 존재한다"(211)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을 해봅니다. "모네는 어떻게 그 수천 개의 시간을 볼 수 있었을까?" 화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화가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다 보면 우리 안에도 새로운 질문이 생겨나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게 젖어들듯이 어느 새 우리는 다양한 각도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훈련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 한 장, 인생 그림> 덕분에 명화와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꼭 여러 번 봐달라고 말하는데,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그림이 마음 안에 아주 깊고 진한 잔상을 남깁니다. 책에서 눈이 떠나도 그 그림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이지요. 이 책을 정말로 여러 번 자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가며 생기는 새로운 버릇이 하나 있다면, "내 주변의 일상에서 화가들의 명화 한 장면과 비슷한 풍경을 찾아 보는 것"(209)입니다.

그림에 관한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은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게 될 것 같습니다. 특별히 친한 친구들과 '함께' 읽고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강한 열망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림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면을 치유할 기회를 더 많이 얻는 것과 같다"(10)는 작가님의 말이 실제로 경험되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을 보는 좀 더 아름다운 시선, 좀 더 넓은 시선, 좀 더 지혜로운 시선을 얻기 위한다면, 이 책을 가까이 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기대보다 훨씬 재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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