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야 - 기도로 밤을 뚫다
이규현 지음 / 두란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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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철야기도회가 한국 교회에서 사라졌다(16).

이제는 교회도 '메타버스'에 올라 타야 한다는 고민에 빠져 있던 중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철야', 너무 낡은 이야기가 아닐까, 시대를 역행하는 구습의 답습은 아닐까, 자꾸만 좋았던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관성은 아닐까, 주저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러나 어두운 밤을 기도로 뚫어내던 <철야>가 어둡던 제 마음도 시원하게 뚫어내었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교회의 근간, 영성의 뿌리는 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뜨겁게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교회가 시대를 관통하기 위해 운행하려고 하는 메타버스의 엔진도 결국 기도일 테니 말입니다!

<철야>는 뜨겁기로 소문난 수영로교회의 금요철야기도회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담아낸 책입니다. 구체적인 운영 방안이나 노하우가 아니라, 왜 '철야'기도회여야만 하는지를 뜨겁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철야>는 먼저 한국 교회에서 사라진 '금요철야기도회'를 애통해합니다. '금요철야기도회'의 실종은 한국 교회의 영적 태만과 변질의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금요철야기도회'를 뜨겁게 이어가고 있는 수영로교회는, 한국교회가 금요철야기도회를 잃어버린 것은, 팽배해진 물질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합니다(16). 가난했던 심령이 이제 물질로 배부르게 된 것입니다. 돈 버느라 정신이 없었던 세대는 이제 번 돈을 쓰느라 정신이 없고, 배부른 교회는 기도대신 이제 하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고난이 깊을수록 하나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우리에게, 오히려 축복이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의 자리에 돈이 앉아 있고, 기도하기보다 돈으로 해결하는 일이 더 빠르고 편리해지니, 무엇보다 하나님을 절실히 찾아야 할 이유가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타협도 문제입니다. 당장 우리 교회만 해도 이름은 '금요철야기도회'인데, 밤 9시에 시작해서 늦어도 11시면 끝이 나니, 철야가 아니라 저녁기도회라 해야하겠지요. 그마저도 코로나19 여파로 가정예배로 전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철야>를 읽으며 생각해보니, 한창 뜨거웠던(?) 시절에는 밤 9시에 시작해서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기도회를 우리는 '철야'라고 불렀고, '철야기도회'는 그렇게 드려지는 것이 당연했데 말입니다. 우리의 철야기도회가 어쩌다 추억이 되어 버렸는지, 하나님 앞에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금요철야기도회는 파수꾼의 사명이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깨어 기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깨어 있으려면 남들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 세상의 흐름에 역류해야 한다.

모두가 자는 밤에 일어나 기도하는 것은 일종의 역류다.

나만 깨어 있을 것이 아니라 자는 자들을 깨워야 한다.

깨어 있는 영성으로 공동체를 지키고 시대를 지켜 내야 한다(57).

<철야>가 던지는 호소 가운데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두 가지 문장이 있었습니다. "기도에 대해서 무관심해졌다면 하나님으로부터 받을 것이 없다"는 것(42), "성도들도 어디를 가야 내 영혼이 살 수 있을지 방황하며 찾고 있다"(93)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굳이 '금요철야기도회'가 아니더라도, 새벽기도회, 수요예배 등 기도를 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변명을 해보지만, 성도들이 영적 무기력증을 앓으며, 영적 패배주의자로 살아가고 있는 책임이 목회자가 먼저 편리와 타협하고, 시대와 타협한 탓이라고 하는 채찍질이 느껴졌습니다. 교인들이 기도 없이도 잘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면, 그것은 기도의 DNA를 깨우지 못한 담임 목회자의 탓이라는 사실에 온몸이 떨려옵니다. "야성을 가진 신앙인이 되려면 편안한 일상과 싸워야 한다"(54).

수영로교회의 <철야>는 말합니다. 시대정신에 저항력을 키우려면, <철야>만한 것이 없다고 말입니다. 밤을 새워 부르짖는 금요철야기도회는 죄의 열기로 뜨거운 세상에 기도의 열기로 맞붙을 놓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영적인 온도를 높이려면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금요철야기도회>가 답이라고 말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하나님이 충분히 역사하실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금요철야기도회는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는 열린 공간이다(83).

한국 교회의 기도의 화력이, 세상 유혹을 다 떨치고 교회로 몰려들 만큼 세상보다 강력하기를! 다음세대를 집어삼키는 죄의 유혹으로부터 다음세대를 넉넉하게 지켜낼 수 있는 강력한 영적 보호막이 되기를! 이러한 간절한 소망을 품고 기도의 용사들과 함께 뜨겁게 일어나 외치고 싶습니다. "역류하자!"고 말입니다!

"금철 미룰 이유가 없다"는 <철야>의 외침이 저에게 성령님의 음성이 되어, 우리 교회도 2022년 4월 29일 다시 금요철야기도회를 연다고 선포했습니다. 기도회를 전진배치하는 것입니다. <철야>를 통해 한국 교회의 기도의 열기가 들불처럼 번져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금요일 밤이 기도의 열기로 다시 뜨거워져서, 교회가 영적 권세를 되찾고 도시의 영적 기선을 제압할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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