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신학 (월간) : 1년 정기구독
두란노서원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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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빠른 회개보다 묵묵하게 고난의 현실을 살아가는 힘이 필요하다.

교회 개척을 시작하고, 늘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목회 방향에 대한 고민이나, 목회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함께 나눌 동료 목회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목회자와 동역하는 것이 습관처럼 당연했다가, 이제는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준비해야 하니 외롭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또 혼자서 여러 가지 사역을 감당하다 보니, 교계 소식에 둔해지기도 하고, 목회 현장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뒤늦게 전해들을 때는 아무런 대안이 없다는 사실에 순간 긴장감이 확 몰려올 때도 있습니다.

오랫만에 정독하게 된 <목회와 신학>, 그리고 <그말씀>이 유난히 반가웠던 건, 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삼, <목회와 신학>이 목회 현장에 있는 목회자들에게, 특히 개척 교회 목회자들에게 얼마나 좋은 동역자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우리 교회만의 당면 과제뿐 아니라, 이 시대의 고민은 무엇이며, 그 대안은 무엇인지, 목회 현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어떤 준비를 필요로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목회와 신학> 2월호에서는 '스페셜 인터뷰'로 남포교회 원로목사님이신 박영선 목사님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첫 페이지부터 충격적이었습니다. "발 빠른 회개보다 묵묵하게 고난의 현실을 살아가는 힘이 필요하다"는 목사님의 한마디가 묵직한 교훈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고난을 극복해야 하는 개념으로만 이해하면, 인생 속에 일어난 실패와 자책을 회개로 지워버리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는 말씀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신앙 인생에서 실패를 회개로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실패를 다음을 위한 실력과 지혜가 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하고 자라야 한다"는 말씀에, 우리가 목회 현장에서 얼마나 많이 이런 실수를 반복해왔던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어려운 시기를 살아내는 성도들에게,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는 고난을 짊어지고 오해와 왜곡과 부당한 삶 속에 살아가야 합니다"(36)라는 박영선 목사님의 메시지를 깊이 있게 나눠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고난을 '살아낼' 믿음의 실력을 함께 키워야겠다는 각오가 다져집니다.



<목회와 신학> 2월호는 <MZ세대를 품는 목회>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요즘 세대를 'MZ세대'라고 부른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목회 현장에서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어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고민해볼 수 있어 신선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교회는 '내가 희생하여 섬겨야 하는 공동체'라기보다는 '나에게 종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역자(또는 리더) 집단'으로 여긴다."는 것과, "교회를 종교 서비스 기관으로만 대한다면 교회는 늘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목회 현장에서 MZ세대를 만날 때, 가끔 외계인 같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놀랄 때가 많은데,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목회와 신학>을 통해, 목회 현장에서 발행하는 고민에 신학적인 대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목회와 신학>, 그리고 <그말씀>이 주는 또 하나의 큰 유익 중에 하나는, 목회 현장에서 선포되어지는 '설교'가 늘 신학적으로 검증되어지고, 더 깊이 있게 연구되어야 한다는 점을 긴장감 있게 일깨워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점입니다. 목회 현장에 있으면 가장 중요하면서도 부담을 많이 느끼는 사역이, 설교를 준비하는 시간일 것입니다. 성경을 묵상하고 연구하는 시간은 늘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고, 시간에 쫓기며 설교문을 작성하다 보면 뭔가 채워지는 느낌보다 소모되는 느낌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목회와 신학>은 목회자들의 그러한 고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전문적인 동역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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