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사 걷기 - 한민족에게 임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따라
임경근 지음 / 두란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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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활 주일에 여기에 왔습니다. 이날에 죽음의 철장을 부순 주님이 이 백성을 얽매고 있는 줄을 끊고 그들로 하나님의 자녀들이 얻는 빛과 자유를 누리게 하소서!"(아펜젤러, 82)

한국 개신교의 역사는 150년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의 역사이지만, 기독교 2천 년 역사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다 겪었다고 합니다. 복음의 확장과 복음과 함께하는 고난, 부흥, 선교의 열정이 그것입니다. 한국의 개신교는 그 짧은 역사 동안, 어떤 역사를 찾아봐도 유례가 없는 영적 축복을 다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딱 하나,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개혁'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때, 한국 교회의 역사를 뒤돌아보는 일은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지만, 미래의 소망으로 가는 길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한국 교회사 걷기>는 이러한 소망을 가진 독자들을 안내하는 친절한 교회사 가이드입니다. (다만, 저자의 신앙의 뿌리가 장로교라는 것을 참고로 알아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국 교회사 걷기>는 한국 교회사 전반을 다루고 있는데, 무엇보다 한국 교회사만의 특징, 즉 한국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특별하신 섭리가 무엇이었는지를 통찰하게 해줍니다. "초기 해외 선교사들은 한반도에 들어올 때 다시 살아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각오를 해야"(91) 했을 정도로, 복음에 척박한 땅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이 얼마나 놀랍게 역사하고 있었는지 뜨겁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교회사 걷기>가 가르쳐주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 중 하나는, "한민족에게 복음을 전해 준 국가와 한민족을 식민지화한 나라가 달랐다"(29)는 것입니다. "근세 식민 역사를 보면, 식민지 개척국가와 기독교 선교사가 함께 들어왔기 때문에 정치적 이해관계와 교회 정착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는데, 한국은 그 반대였던 것입니다. 한국에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은 대부분 식민 지배와 무관한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출신이었고, 그래서 순수하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데만 전념할 수 있었던 덕분에, 개신교는 옥토에 뿌려진 씨처럼 한반도에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29-31).

또 하나 주목해볼 만한 한국 교회사의 특징 중 하나는, "선교사들의 의료와 교육 사역은 불안한 조선인의 마음에 위로와 희망이 되어 주었다"(95)는 것입니다. 교육선교와 의료선교는 한국 선교의 발판을 놓는 쌍두마차와 같은 역할을 했는데, 이는 한국에 복음의 씨가 뿌려지기 좋은 토양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의료선교는 조선 사회의 신분제도를 허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역사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은 자국에 처음 온 선교사들의 자질과 관련하여 볼 때 특별한 은총을 받은 나라다. 언더우드는 대단히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었고, 모펫은 전도자로서 그 열정이 충만했으며, 에비슨은 의료 분야의 지도적 인사였고 의과대학을 설립했다. 베어드는 인문대학의 설립자였고, 게일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 탁월한 번역가이자 학자다. 선교 초기에 이와 같이 재능 있는 인적 자원으로 시작된 선교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110).

한국 교회사의 가장 큰 특징으로, 선교사가 조선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번역된 한글 성경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꼽습니다. <한국 교회사 걷기>는 이 외에도 이 한반도 땅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얼마나 크고 놀랍고 위대한 은총이었는지를 가르쳐줍니다. 조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치밀하고 뜨거운 것이었는지, 하나님께서 얼마나 우리 말로 우리에게 말씀하고 싶으셨는지, 그리고 직분자도 없고 조직과 제도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말씀의 통한 하나님의 능력이 얼마나 강력하게 한반도 땅에서 역사하고 있었는지를 다시 깨달으며, 선교는 역시 하나님의 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선교사들이 연구를 거듭한 결과, 한굴에 띄어쓰기를 도입해서 가독성이 훨씬 좋아졌다는 역사적 사실도 흥미롭게 읽으며, 우리 민족이 교회사에 참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아졌습니다.

"'부흥'에 아무리 거룩한 뜻이 있더라도 인간의 기대, 바람, 욕망, 욕심, 탐욕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것은 잘못이다. 인위적 부흥은 애초에 없다. 그런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하나님의 일이 아니라 사탄의 졸개인 거짓 영들의 역사인 경우도 있다"(188).

<한국 교회사 걷기>를 읽으며, 가장 유익했던 부분은, 평양 대부흥 이후에 나타난 반응이었습니다. 평양 대부흥의 물결은 4-6개월이 지나면서 식어 가기 시작했는데, 그 열기가 식어가자 성령님의 일하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불안을 느꼈던 선교사님들이 부흥의 열기를 일으키려 애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은, 그 열매는 초라했고, 이는 "부흥을 인간이 만들고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191)는 것입니다. "1907년 평양 대부흥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이다. 1909년 시작된 '백만인구령운동'은 하나님의 주권보다는 인간의 열심이 더 많이 보인다. 그리스도인은 무슨 일이든지 과장하거나 부풀리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열심과 열정이 귀하지만 인간 자신의 주권이 앞서고 하나님을 들러리 세우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191).

국 교회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 교훈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교회가 고난을 피하려고 했을 때, 빠르게 타락했다는 점입니다. "교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 앞에서 살기보다 서슬 퍼런 일제의 칼 앞에서 생명을 구걸하는 비굴한 삶을 선택했다. … 그런 곳에서 일제 천황의 통치 아래 살겠다고 다짐한 것이다"(267).

<한국 교회사 걷기>를 읽으며, 우리가 가진 '역사' 자체가 하나님의 크신 은총이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우리에게 본보기가 되어 우리를 깨우치기 위해 기록되었다고 했습니다. <한국 교회사 걷기>는 선교는 하나님의 일이며,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한국 교회사를 주권하고 계셨고, 주관하고 계시며, 주관하실 것이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깨닫게 해줍니다. 그리고 부흥의 주인은 하나님이심을 뜨겁게 고백하게 해주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고 싶다면, 역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한국 교회사 걷기>를 통해 교회 안에서 교회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불꽃처럼 일어나기를 소원해봅니다. 모든 목회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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