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을 걷는 기도 - 위기의 동반자가 되어 줄 존 던의 하나님 대면 기록
필립 얀시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뜻밖의 시련이

삶을 멈춰 세울 때,

어떻게 오늘을 살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어느 작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의 목숨은 지구보다 무겁다." 그러나 "목숨을 중이 여기는 당연하지만, 인간의 목숨이 최우선이라는 과대평가 때문에 과보호와 에고이즘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얼마나 나약하게 만든 것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과 시체를 금기로 여기고 철저히 은폐해왔다.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우리는 지나치게 묵숨을 과대평가했고, 죽음이 우리 곁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믿어왔다." 코로나19는 우리 곁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여겨졌던 '죽음'과 '시체'를 우리 눈앞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정상적인 삶이 멈춰서 버렸고, 불과 몇 달만에 경제는 심각한 곤경에 처했습니다. 삶을 유희로만 여겼던 현대인들은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습니다.

"존 던은 죽음이 주변에 널리고 널렸던 시절, 아이들의 절반이 어른이 되기 전에 죽고, 기대수명이 33년이었던 시절에 이 글을 썼다"(24). 인류가 경험하는 펜데믹은 코로나19가 처음이 아닙니다. 이 책은 "코로나19보다 4세기 앞서 세상에 나온 책"으로, 영국 런던에서 치명적인 역병(페스트)이 유행하던 1623년에 존 던이 쓴 <비상시의 기도문>을, 필립 얀시가 21세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든 것입니다(12).

역병이 창궐하던 시절, 어느 날, 존 던에게도 병증이 시작되었고, 존 던은 병상에 누워 사람들의 죽음을 알리는 교회 종소리를 한 달 동안 들으며, 질병 때문에 극도로 쇠약해진 육체를 가지고 영적인 고갈, 무기력, 죽음의 공포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일기를 써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존 던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비상시의 기도문>, 그리고 그것을 21세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든 <한밤을 걷는 기도>가 의미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극한 위기의 상황에 하나님과 대면한 기록이라는 것입니다.

 

 

고통 때문에 힘들 때 제가 당신을 바라보게 하시고,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님을 고통이 드러낼 때

하나님이 제 전부이심도 깨닫게 하옵소서.

주님은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십니다.

무엇이 찾아오든 주님에게서 옵니다.

무슨 일이 다가와도 제가 주께로 가게 하소서.

<한밤을 걷는 기도>는 하나님과의 한판 씨름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신앙인이라면, 죽음 그 자체에 직면하는 일보다, 하나님 앞에 서는 일이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상황을 허락하시고, 이 상황을 지켜보시는 전능자의 '뜻'을 이해하려는 몸부림이 더 고통스러울테니까요. 코로나19 이후, 카페를 경영하며 한 달, 한 달이 고통스러운 동생도, 망해가는 가게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알 수 없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습니다. <한밤을 걷는 기도>에서 역병으로 죽어가는 한 사제가 절규하듯 소리치는 것도 그것입니다. "하나님, 우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입니까?"(20)

"나는 태어날 때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매일 그 이유를 알게 된다"(29).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죽을 존재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총 가운데 삶의 유희를 즐기기에 바빴던 현대인들에게, 코로나19는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고통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실존적 현실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주님은 이 병상을 제단으로 만드셨습니다"(61). <한밤을 걷는 기도>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가장 큰 질문, 가장 핵심적인 질문,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아마도 "우리는 무엇에 소망을 두고 사는가?"일 것입니다. 결국 한 줌 흙으로 돌아갈 운명에 처한 우리들이 질병 가운데서도, 고통 가운데서도, 홀로 죽어가면서도, 낙담하지 않고, 위안을 얻고, 소망을 붙잡을 수 있는 길이 있는가?

"제게 회개를 허락하셔서 후회할 것이 없게 하신 것처럼 제가 두려워하지 않도록 제게 두려움을 주소서"(88). <한밤을 걷는 기도>는 죽을 준비, 즉 신자로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임종에 어떻게 임할 것인가를 깊이 묵상하도록 이끕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한밤을 걷는 기도>가 신앙인들에게 던지는 가장 큰 충격은,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입니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던에게 전환점이 찾아왔다. 그는 죽음을, 삶을 영원히 망치는 질병으로가 아니라 삶이라는 질병을 다스리는 유일한 치료제, 우리를 하나님께로 데려다주는 인생 여정의 마지막 단계로 보기 시작했다"(242). <한밤을 걷는 기도>는, 그것이 무엇이든, 역병이든, 죽음이든, 고통이든, 그것이 우리를 하나님께로 인도한다면, 그것은 선한 것이라는 사실에 눈 뜨게 해줍니다.

필립 얀시는, 선조들이 지옥을 두려워한 것처럼, 우리는 천국을 두려워한다고 말합니다(245). 언제부터인가 신앙인들에게조차 천국은 가상 세계가 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한밤을 걷는 기도>는 병상에 누워 죽어가는 한 신앙인을 따라, 우리도 마지막 날을 준비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소망 가운데로,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첫 발걸음이기도 합니다. 하루에 한 편씩 읽으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해주신 영생을 묵상해볼 수 있기를 권합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에게 '영원'을 말씀하실 수 있으며, '영원'을 약속하실 수 있는 분이라는 진리 앞에 다시 전율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주님의 영광, 주님의 기쁨이 있는 곳에서

주님을 바라보며 영원히 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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