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놀라운 자아상을 보라. … 그는 자신이 여전히 사도 중에 가장 작은 자이며 또한 "죄인 중의 괴수"(딤전 1:15)라 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많은 열매를 맺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런 자아상을 잘 모른다. … 그는 자체적으로 여전히 버림받아 마땅한 흠 많은 죄인이었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은혜로 사랑받으며 풍성한 열매를 맺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라고 고백한 그가 어떻게 죽음을 담대히 비웃고, 자신을 죽을 수 있는 왕들에게 직언하며, 역사를 바꾸어 놓은 운동을 이끌 수 있었을까?(60-61)
저는 제가 개척했던 교회에서 쫓겨난 목회자입니다. 하나님께서 교회 개척에 대한 꿈과 소명을 주셨지만, 여자 혼자서 교회를 개척하는 일에 큰 부담을 느꼈던 저는 하나님께 간절히 동역자를 구했고, 부교역자로 대형 교회 안에서 오랫동안 함께 사역하며 교제했던 동역자 부부와 뜻을 합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모두가 놀랄 만큼 빠르게 성장했지만, 몇 년이 못가, 그 목회자 부부에 의해 교회에서 내쳐지고 말았습니다. 제게는 몇 가지 죄목도 덧입혀졌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시 교회를 개척할 기회를 주셨을 때, 도저히 그 자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목회자로서 사형선고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이 시기에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새예배당까지 선물로 주시며 교회 개척의 사명을 회복해주셨지만, 예수님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약한 나, 결함이 많은 나, 못난 나, 부족한 나의 모습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나는 죽었다는 고백은 절절하게 터져나왔지만, 예수와 함께 부활했다는 고백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팀 켈러의 부활을 입다>에서 만난 한 문장 앞에서 꼬꾸라졌습니다. "그분은 연약함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연약함을 통해 구원하신다"(119).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용하시는 것이 아니라, 연약하기 때문에 나를 사용하신다는 하나님의 음성이 제 심장을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기쁨은 "슬픔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슬픔을 통해서 오는 기쁨"(303)이었습니다. 패한 듯 보이지만 그것이 진정한 승리라는 것, 약함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그 약함을 통해 승리할 것이라는 약속을 다시 붙잡습니다! 빈털터리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을 소유했음을 진정으로 노래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봅니다. 바울의 놀라운 자아상이 그리스도께 '산 소망'을 둔 결과였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된 것같습니다.
<팀 켈러의 부활을 입다>는 그동안 팀 켈러 목사님이 전하여 온 '복음'의 진수, '복음'의 핵심이 하나로 녹아져 있는 책입니다. 부활의 주님을 만나고 하룻밤 사이에 제자들의 세계관이 송두리째 바뀐 것처럼, <팀 켈러의 부활을 입다>는 하룻밤 사이에 우리의 세계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힘을 가진 책입니다. 우리의 삶 더 큰 이야기, 우주적 이야기, 영원한 이야기의 영광스러운 일부라는 것을 아직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의 일독의 권합니다. 세상의 탁자를 뒤엎으시며, 어둠의 세력에 맞서 위대한 침투 작전에 동참하라고 지금 우리를 부르고 계신 주님의 음성에 전율하게 될 것입니다! 왜 이 책의 제목이 부활을 <입다>인지 그 비밀을 풀어보시기를 강력히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