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청춘 - 어른 되기가 유예된 사회의 청년들
장 비야르 지음, 강대훈 옮김 / 황소걸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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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길어진 청년기가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의 필연적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 밥벌이하고 가족을 꾸리려면 대학 교육은 기본이고, 유동적이고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세상의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법까지 배워야 한다. 그렇다면 물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하고 불안정한 사회에서 청년들은 어떻게 어른이 될까?"(54)

<기나친 청춘>은 오늘날 현대 사회가 새롭게 경험하고 있는 '길어진 청년기' 현상에 대해 말하며, 그러한 현상이 던져주는 사회적 현안을 고찰하는 프랑스 사회학자의 책입니다. 저자인 장 비야르는 '취업'과 '출산'을 기준으로 볼 때, 현재 프랑스의 대다수 청년은 보통 서른 살 무렵에 어른이 되고 있다고 보고입니다. 지난 세대와 비교해 볼 때, 프랑스에서 청년기는 최소 10년 이상 지속되는 셈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길어진 청년기' 현상, 다시 말해 느릿느릿 어른이 되는 삶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 16-30세 프랑스 청년들은 이렇다 할 지위도 수입도 없는, 긴 수업 과정에 있다"는 것이며, 불연속성과 불안정성을 중심으로 짜인 사회에 진입하려면 대학 교육 외에도,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전 세대가 '정규직, 결혼, 집'을 통해 어른으로 자리를 잡으며 안정감을 추구했다면, 이제 나이에 상관없이 '직업, 배우자, 거주지'를 바꾸며 새 삶을 시도할 수 있는 현 세대 청년들은, '변화와 단절, 새출발의 능력'을 갖추어야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를 제대로 향유할 수 있는 어른이 된다는 것입니다.

<기나긴 청춘>은 이와 같이 '길어진 청년기' 현상 속에서 청년들의 어른 되기는 긴급한 사회적 현안이라고 경종을 울립니다. 이렇다 할 지위도 수입도 없이 긴 수업 과정을 거쳐 느리게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법적,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고, 그들이 어른이 되는 데에 필요한 청춘 수업의 수단을 민주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나긴 청춘>은 청년들이 '학업, 노동, 여행, 사랑'이라는 4가지 근본적인 청춘 수업을 통해 어른 되는데, 현재 노동시장에서 선호하는 인재도 여행과 학업, 연수 경험을 모두 갖춘 이들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국가와 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그들의 사회적 징검다리가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청년들의 '사회적 배낭'에 넣어주어야 할 다섯 가지 정책적 프로젝트를 프랑스 사회에 제안합니다.

"역설적으로 평균수명은 길어지고 더 적게 일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옛 세대보다 시간이 없고 잘살지 못한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우리가 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좌절감이 만족감보다 크기 때문이다"(21).

<기나긴 청춘>은 프랑스 사회를 모델로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시사점도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발적 프로젝트형 여행, 프랑스 국토 여행 등을 위한 청년 수당 신설과 같이 구체적인 대안도 힌트가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인생적이었던 것은 지금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시간의 혁명'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한 손에는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다른 손에는 비싼 요금제를 쓰는 최신형 핸드폰을 들고, 지난 해에는 어느 나라를 여행했고, 올해는 또 어느 나라를 여행할 예정인지를 이야기하면서, 내일에 대한 불안을 이야기하는 청년들을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서른이 다 되도록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것을 그저 '철 없음'으로 치부했던 오만과 편견이 미안해집니다.

<기나긴 청춘>은 우리가 겪고 있는, 자유라는 이름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 그리고 불평등이 가져오는 불안과 박탈감의 실체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저자는 "여가와 소비가 늘수록 우리가 향유하고 소비하지 못하는 것의 목록은 더 빠르게 늘어난다"고 분석하며, 그리하여 우리가 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좌절감이 만족감보다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평균수명은 길어지고 더 적게 일하면서도 옛 세대보다 시간이 없고, 잘살지 못한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고 말합니다(21). 우리가 이러한 감각에 속지 않으려면, <기나긴 청춘>과 같이 현 사회를 꿰뚫어보는 사회학적 혜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음 세대의 불안을 이해하기 위해서,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자주 초조함을 느끼는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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