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따른다지만 우리처럼 변덕스러운 이들에게 그분이 자신의 평판을 맡기셨으니 교회야말로 그분의 가장 위험한 모험이다"(21).
몇 해 전,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쪼개지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오랫동안 대형 교회에 몸 담았다가 이제 막 교회 개척을 시작했던 때라 그 고통과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로, 한 사람 한 사람이 함께 교회로 세워져 간다는 것, 신앙고백의 터 위에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며 잠 못드는 밤이 이어졌고,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교회 공동체가 되기 위한 몸부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몸이라는 선물>을 읽으며,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에 비유하신 하나님의 '뜻'이 얼머나 경이롭고, 기묘하며, 감동적인 이야기인가를 깨닫고 놀라고 놀라는 중입니다! 동시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또 입술을 열어 가르치기도 했으나, 사실은 그 깊은 진리의 표피에도 제대로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달아야 했습니다.
"고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우리 한센병(나병) 환자들에게 그보다 더 귀한 선물은 없다. … 치밀한 연구 끝에 얻은 확신이었는데, 이 잔인한 병의 끔찍한 발현(손가락과 발가락의 소실, 실명, 피부 궤양, 안면 기형)이 모두 하나의 원인 곧 무통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한센병은 작디작은 신경세포를 마비시키기 시작해 종국에는 몸 어디에서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자멸의 상황까지 치닫는다"(13-14).
<몸이라는 선물>은 평생 한센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 살라는 소명을 받은 폴 브랜드의 의학적 지식과 경험, 그리고 기독교 대표 저술가로 유명한 필립 얀시의 영적 통찰력이 합해진 책입니다. <몸이라는 선물>은 몸의 통각을 잃어 고생하던 이들을 치료해 준 의사의 남다른 삶의 이야기와 더불어, 하나님께서 지으신 오묘한 인체의 신비를 통해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신비를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한때 '무교회주의자'로 알려졌던 필립 얀시가 들려주는 신비로운 교회(공동체)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흥미롭다 할 수 있겠습니다.
<몸이라는 선물>을 읽으며 하나님께서는 말씀(성경)으로 자신을 계시하시며 우리를 인도하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계에도 하나님의 뜻을 분명하게 새겨놓으셨고, 자연계를 통해서도 자신을 계시하며 우리를 인도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나님의 말씀에 분명히 계시되어 있기도 하지만, 마치 동방박사들이 하늘의 별을 보고 그 별을 따라 아기 예수를 경배하기 위해 예수님께 나아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몸이라는 선물>은 우리의 '몸'이 하나의 거대한 복음임을 놀랍고 아름답게 일깨워줍니다. 특히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교회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우리 몸에 가득 새겨놓으셨음을 발견할 때마다 온 몸과 마음과 영혼에 전율이 이는 듯했습니다. 우리 몸의 원리를 이해할수록, 그리스도의 몸(교회)의 원리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음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몸이라는 선물>이 가르쳐주는 인체의 신비, 그리고 교회의 신비 가운데 하나는, "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몸에는 무언가가 더 필요한데, 그 결정적인 통합의 고리가 바로 고통"(314)이라는 사실입니다. 한센병이 가장 무서운 병 가운데 하나인 이유는 환자가 통각을 잃었기 때문인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무통이 가져오는 최악의 저주는 위험을 경고하지 못해 자신의 몸을 파멸로 몰아간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다세포 유기체가 생존하려면 머리가 꼬리가 호소하는 이야기를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적인 몸의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몸은 가장 약한 부위의 고통을 느끼는데, 몸된 교회가 지체들의 고통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면, 그 교회도 한센병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 <몸이라는 선물>이 가르쳐주는 깊은 영적 통찰력 중 하나는, 어떤 공동체든 연합의 기초는 유사성이 아니라 다양성에서 시작되지만, 건강한 교회는 연합이 다양성을 이긴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몸이 건강하려면 많은 지체 하나하나가 다 필요하지만, 그 각자는 전체와 맞물려야 비로소 제 기능을 다 하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