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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 그 개념의 역사
알리스터 맥그래스 엮음, 오현미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0년 12월
평점 :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시다. 그분은 인간의 죄를 속하려고 죽으셨고, 3일 후에 다시 사셨다. 이는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나는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죽는다(워치만 니, 297).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이 가진 믿음의 핵심적인 내용이며, 또 그리스도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세상 가운데 들려주는 기쁜 소식, 즉 '복음'의 핵심적인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대략 2천 년 쯤에 유대라고 좁은 땅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라는 한 남자가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그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세상 가운데 태어나 인간의 죄를 속하려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고, 3일 후에 다시 살아나심으로 모든 인간을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는 역사를 이루셨다고 믿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진리'로 받아들이며, 예수님을 죄로부터 구원할 구세주요, 내 삶의 주인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삶의 모든 근본적인 혼란과 무질서와 어두움으로부터 영원히 해방된다고 믿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생각과 행위와 소망이 달라졌다고 고백하는 '증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교회에 모여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며 기뻐하는데, 이것을 우리는 '예배'라고 부릅니다. 이 '예배'는 자신의 전 존재를 다 걸고 드리는 삶의 한 방식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예배 행위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사고 방식, 가치 체계, 지식 안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진리요, 복음(기쁜 소식)이라고 말하는 내용들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예수'라는 자가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 살아남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증명되었고, 우리의 구주가 되었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은 종종 이성이 마비된 사람, 바보스럽고 억지스러운 논리에 현혹된 어리석은 사람들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믿음에는 믿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한 빛도 충분하고, 믿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을 눈멀게 하는 어둠도 충분하다"는 블레즈 파스칼의 말처럼, 그리스도인들이 전하는 복음의 내용은 믿고 싶다고 해서 순순히 믿어지는 내용도 아니며, 또 많은 이들이 부정한다고 해서 부정되고 사라질 내용도 아닙니다.
"기독교에서 믿음보다 더 핵심적인 단어는 없다. 얼마나 핵심적인지, 흔히 기독교 자체를 기독교 '신앙'이라고 일컬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 단어는 우리 시대에 널리 오해되어 왔다. 사실 하도 오해되어서, 지적 사고를 포기하고('믿음 대 이성') 불확실한 일을 할 때는 생각도 근거도 없이 운에 맡겨야 하는 것('믿음의 도약')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주저하는 이가 많을 정도다. 그렇다면 믿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예수 본인부터 우리 시대의 많은 이에 이르기까지 사려 깊고 이성적인 사람들이 우리에게 믿음을 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49)
솔직히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제 자신도 어떻게 내가 이러한 믿음에 확신을 가지고 이 믿음에 나의 모든 것을 걸게 되었는지 믿기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믿음은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자신이 믿는 바가 정말로 진리인가에 의구심을 가지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치열한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 책, <기독교 신앙 그 개념의 역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믿는 바 그 신앙의 내용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추적하며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들이 믿고 받아들여야 할 '믿음'의 의미와 치열하게 씨름해온 기독교 신앙의 길고도 지속적인 '역사'의 물줄기를 '개념' 중심적으로 살펴봅니다. 개념 중심적이라는 것은 교리 중심적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교리 자체가 체계적으로 개념을 규정하는 작업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이것은 역사적이면서 논쟁적이기도 합니다. 개념을 규정하는 데 치열한 싸움이 있어 왔고, 기독교 신앙의 역사는 그 개념이 계속 위협받는 속에서 발전하며 지켜져온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기독교 신앙 그 개념의 역사>는 과거에 있었던 논쟁을 참고하지 않고는 기독교 신앙을 공부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그 논쟁 속에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중요한 기독교 저자들의 사상은 무엇이었는지를 정리해줍니다.
<기독교 신앙 그 개념의 역사>는 믿음, 하나님, 예수, 구원, 교회, 기독교의 소망이라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적인 여섯 주제를 다루며, 우리가 하나님, 즉 성경이 말하는 '창조주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식하고 고백하게 되었는지, 계시의 빛에 의해 믿음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믿음을 위협하는 쟁점은 무엇이었으며, 또 어떤 쟁점들이 논쟁이 되고 있는지, 신앙인들이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믿음은 무엇이며, 그 믿음을 근간으로 어떻게 같은 믿음을 가진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고, 일명 '벽돌책'이라고 할 만큼 두껍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신앙하는 내용의 그 깊이를 더해주며, '이단', '사이비'를 가늠할 수 있는 신앙의 핵심적이면서도 큰 기준점을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지식 없는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우려로, 많은 목사님들이 (성경책을) 덮어 놓고 믿지 말고, 열어 놓고 믿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제대로 잘 읽어내기 위해서는 "나는 해가 떴다고 믿는 것처럼 기독교를 믿는다. 이는 내가 해를 보기 때문만이 아니라 해에 의해 다른 모든 것을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45)라고 한 루이스의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 자체가 신앙인들에게 일면 바로 그 '해'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열심이 우리에게 믿음을 선물로 주셔서 구원에 이르게 하는 역사를 이루어주신 것처럼, 그 하나님께 대한 열망으로 우리도 열심을 내어 이 책을 정독해보자고 믿음의 공동체에 권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