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크리스마스 캐럴 - 1843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찰스 디킨스 지음, 황금진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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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있게 한 그분도 크리스마스 때는 아이였으니,

크리스마스만큼 아이로 돌아가기에 안성맞춤인 때도 없었다(121).

너무나 유명한 동화인데, 내 안에 이 작품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단 이 작품의 제목은 <스크루지 영감>이 아니었습니다. 왜, 어떻게 해서 이 작품의 이름을 저는 <스크루지 영감>으로 기억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심술 궃고 욕심 많은 스크루지 아저씨가 크리스마스에 무서운 유령을 만나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본 후, 지금까지의 삶을 반성하며 전혀 다른 새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이 이야기의 제목은 <크리스마스 캐럴>이었습니다.

또 하나, 이 작품은 어린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좋은 이야기였을 뿐, 동화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단순히 권선징악적 교훈을 주는 작품이 아니라,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영국을 상징하는 문호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디킨스"(188)의 작품으로 "크리스마스에 대한 서구인들의 인식 자체를 바꿔놓았다"(184)는 평을 듣는 소설입니다. 이 책에 실린 '작품 해설'에 의하면, "영미의 청교도적 사회 속에서 이교도 문화라며 짓눌렸던 축제 문화를 복권시킨 소설이라 평가하기도 한다"(184)고 그 역사적 의미를 상기시켜 줍니다.

이러한 문학적, 역사적 가치 이외에도, 한 해를 마무리 짓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며, 잘 살아 왔는지, 잘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를 깊이 성찰해보기에 좋은 문학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좋은 책이란 이런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세대를 초월하여, 문화를 초월하여, 정말이지 '누구나' 자신의 삶을 반추해볼 수 있도록 하는 작품말입니다.

이 남자의 시신은 어둡고 텅 빈 집에 누워 있었다.

남자건 여자건 어린아이건 저 사람이 이런저런 일로 내게 친절을 베풀었으며

그가 건넨 친절한 말 한다마디를 떠올리며 나도 저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어야겠다고

말해줄 사람 하나 없이 저렇게 누워 있었다(148-149).

성경에 보면, 전도서 7장 2절에,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 모두 죽을 수밖에 없으니 살아있을 때 이것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구절에는 "지혜로운 사람의 마음은 초상집에 가 있다"고 하지요. 어떤 시간관리 전문가는 자기 인생을 잘 설계하는 방법은 자신이 죽을 날을 먼저 염두에 두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전하는 교훈도 그것입니다.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기억할 때, 우리는 더 잘 살 수 있다는 교훈말입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스크루지라는 심술 궃고 욕심 많은 영감도 한 때는 순수한 어린이였고, 푸른 꿈을 지닌 청년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이 탐욕으로 길들여진 후에는, 베풀기보다 움켜쥐기를 택하게 되었고,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외면하다 보니, "곰팡내 나는 구닥다리 사무실이나 먼지 풀풀 날리는 집 안에서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기회를 놓치고"(120)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매년 돌아오듯,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는 매년 주어졌지만, 사랑을 나누는 일을 헛짓거리로 여기다 보니, 그 모든 기회를 날려버리고 누구 하나 울어주고 슬퍼해주는 사람 없는 쓸쓸하고도 고약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스크루지를 평할 때 늘 따라붙는 말이 있었으니,

그것은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기릴 줄 아는 이가 있다면

단연 스크루지라는 것이었다(179).

초상집, 더 정확하게는 자신의 장례식에서 지혜를 얻은 스크루지 아저씨는 자신에게 아직 삶을 돌이킬 기회가 있음에 기뻐하며, 나누어주는 사랑을 실천하기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기쁨을 알게 된 것이지요.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우리에게 무엇이 삶의 가장 큰 기쁨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영광스러운 하늘 보좌를 버리고, 낮고 천한 죄인을 찾아 이 땅에 오셨으며, 그 자격없는 죄인들을 사랑하여 자기 목숨을 선물로 내주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무엇이 참 사랑인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사랑은 말과 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것을 베풀고 나누는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는 것임을 말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살 때, 세상은 구원받을 수 있음을 알려주며, 인류에게 구원의 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스크루지 아저씨처럼 이 비밀을 깨닫고 우리가 이 전의 삶에서 돌이켜, 사랑을 실천하는 전혀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하는 것, 이것이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기적임을 묵상해봅니다.

더스토리에서 새롭게 펴낸 이 책은 "1843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으로 세상에 다시 나왔습니다. 이 책이 귀하여 좋아하는 밑줄도 긋지 않고 조심조심 읽었습니다. 소장가치도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스크루지 영감님을 알고는 있으나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며, 세대를 이어 간직해야 할 귀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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