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가 먼저 제시하는 시험이 물리적인 고난이 아니라 돈과 말이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말과 돈, 이 두 가지는 언제나 하나님의 주권을 대체하려는 인간이 하나님 대신 선택해 온 '힘'의 도구이다(60-61).
<시험을 만나거든>은 <야고보서>에서 시험의 두 예로 제시되는 돈(부)과 혀(말)가 어떻게 지혜를 구하는 기도와 말씀을 듣고 순종하는 것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것이 왜 '길이 참는 것'과 '원망하지 않는 것'으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맹세하지 않는 것'과 '믿음으로 기도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성경이 담고 있는 진리와 통찰이 얼마나 깊고 깊은 것인지를 깨달을수록 놀라고 또 놀랄 뿐입니다.
<시험을 만나거든>을 읽으며, 가장 크게 도전을 받은 부분은 '의인의 기도'입니다. "비 오기를 구하기는 쉬워도 비가 오지 않기를 구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악한 세대, 죄가 관영한 시대가 하나님을 깨닫고 돌아오기 위해서라면 가뭄을 구할 수 있는 것이 의인의 기도이고 믿음의 기도이다"(379). 우리의 기도가 응답받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기도가 이 의인의 기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통해 내 욕심, 내 욕구, 내 유익만 챙기려할 뿐, 하나님과 소통도 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으로 빚어져갈 갈망도 없고, 하나님을 떠난 세상의 깨어짐과 차별과 혼돈에 대한 탄식도 없다면, 그것은 엄밀히 말해 기도가 아닌 것입니다.
이 일을 이루시려고 하나님은 아주 놀라운 일을 작정하셨다. 하나님이 아니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예수님의 겸손한 행위를 통해 우리의 교만을 탕감해 주신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처럼 되려고 인간힘을 다할 때 하나님은 인간이 되기로 하셨다. 우리가 위로 올라가고 있을 때 하나님은 아래로 내려오기로 하셨다. 우리가 모든 한계를 대적하고 있을 때 하나님은 가장 중한 한계를 택하셨다. 우리가 자아실현을 위해 싸울 때 하나님은 자기의생을 택하셨다. 우리가 목숨을 건지려고 달아날 때 하나님은 죽음을 택하셨다(306).
하나님의 약속과 성취 사이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상황을 만나든 하나님의 선하심과 통치하심을 믿고 '오늘'을 신실하게 살아가도록 부름받은 자들임을 다시 기억해봅니다. 광야를 걷고 있지만 하나님 나라를 소망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향한 나뉨 없는 정결한 마음으로 새로운 가치를 천명하는 일이며, 타협하지 않고 맞서는 것이며,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는 것이며, 절망하지 않고 소망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웁니다.
<시험을 만나거든>은 그리스도인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입니다. 구원의 확신이 아니라, 값싼 구원 안에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자들에게 자신의 구원을 의심하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여전히 땅의 지혜, 귀신의 지혜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사는 사람인지, 아니면 위로 난 지혜, 하늘의 지혜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사는 사람인지, 그 소속을 분명히 밝혀주는 책입니다. 인간의 한계를 일깨우며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진리에, 자신의 전 존재를 건 실존적인 모험을 하도록 도전을 주는 책입니다.
예수를 주님으로 영접하는 결신의 순간이 구원의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이며, 구원은 과정이며, 경주이며, 전투라는 것을 새롭게 일꺠워줍니다. 그리고 광야 같은 우리의 실존 속에 교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도 뜨겁게 깨닫게 해줍니다. 이 세상이 주는 것보다, 하늘의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들이 더 값지고, 더 귀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교회가 <야고보서>를 다시 읽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험을 만나거든>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