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만나거든 - 현실과 씨름하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야고보의 지혜
박대영 지음 / 두란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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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는 '이미 받은 구원'과 '아직 완성되지 않은 구원' 사이에 엄연한 긴장이 있는 자리이며, 씨를 심을 수도 열매를 맺을 수도 없는 불임의 자리이다. 놀라운 사랑과 능력으로 자신들을 구원하신 하나님을 얼마든지 의심하거나 마음이 요동할 수 있는 조건이며, 순쉬운 풍요와 쾌락의 제안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조건이다. 이미 죽음의 자리일 뿐 아니라 믿음을 잃고 영원한 죽음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이 엄연한 자리이다. 동시에 광야는 가장 적나라하게 나 자신과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는 은혜의 자리이다"(17).

밑줄을 열심히 그으면서 읽다가 밑줄 긋기를 포기한 책입니다. 인상적인 구절, 새로운 가르침을 주는 구절, 뜨거운 도전을 주는 구절, 깊은 통찰이 무지를 깨우는 구절 등을 만날 때마다 밑줄을 긋다가는 책 전체에 밑줄을 그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한 번 정독한 책은 두 번 읽는 읽는 일이 별로 없는데 박대영 목사님의 야고보서 강해집인 <시험을 만나거든>은 야고보서를 공부하며 여러 번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야고보서>라고 하면, 신약의 지혜서이며, '행함이 있는 믿음'을 강조하는 서신서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시험을 만나거든>은 우리의 그러한 앎이 얼마나 피상적인 정보인지를 통렬하게 일깨웁니다. <시험을 만나거든>은 <야고보서>가 신약의 지혜서이기는 지혜서인데 그 지혜는 광야를 지나는 순례자들에게 필요한 지혜임을 읽어냅니다. 우리의 삶의 현장, 실존의 자리가 곧 광야라는 것, 광야의 길에서 만나는 시험은 우리로 진정한 생명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이라는 것, 그래서 광야를 지나는 순례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지혜'라는 것, 그리고 이 지혜가 곧 '믿음'이라는 것을 깊은 통찰력으로 풀어냅니다.

<야고보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견인해 가는 모티브는 '시험'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하나님과 상관 없이 건강하고, 하는 일마다 잘되게 하시려고, 하나님이 그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주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에게 고통과 불편과 역경을 가져다주는 광야를 '악'으로 보고, 광야를 빨리 통과하기만을 바랍니다. 그러나 이 책은 광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믿음 안에서 교정되어야 함을 가르쳐줍니다. 이 광야야말로 철저히 나밖에 모르는 사람을 철저히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가시는, 그리하여 하나님 앞에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가시는 하나님의 지혜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주의 형제 야고보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약 1:2)는 말로 흩어져 있는 형제들에게 편지한 이유라는 것이지요.

여기서 우리가 하나 더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가난, 질병, 곤고와 같은 빈곤과 실패가 곧 광야(시험)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의 신앙을 뒤흔드는 시험은 번영과 성공의 형태일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부한 것, 평탄한 것, 건강한 것이 더 큰 시험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이 시험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이것이 우리에게 독이 될 수도 있고, 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야고보서>에서 말하는 지혜와 믿음은 바로 그 시험을 다루는 방식을 말합니다.



야고보가 먼저 제시하는 시험이 물리적인 고난이 아니라 돈과 말이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말과 돈, 이 두 가지는 언제나 하나님의 주권을 대체하려는 인간이 하나님 대신 선택해 온 '힘'의 도구이다(60-61).

<시험을 만나거든>은 <야고보서>에서 시험의 두 예로 제시되는 돈(부)과 혀(말)가 어떻게 지혜를 구하는 기도와 말씀을 듣고 순종하는 것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것이 왜 '길이 참는 것'과 '원망하지 않는 것'으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맹세하지 않는 것'과 '믿음으로 기도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성경이 담고 있는 진리와 통찰이 얼마나 깊고 깊은 것인지를 깨달을수록 놀라고 또 놀랄 뿐입니다.

<시험을 만나거든>을 읽으며, 가장 크게 도전을 받은 부분은 '의인의 기도'입니다. "비 오기를 구하기는 쉬워도 비가 오지 않기를 구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악한 세대, 죄가 관영한 시대가 하나님을 깨닫고 돌아오기 위해서라면 가뭄을 구할 수 있는 것이 의인의 기도이고 믿음의 기도이다"(379). 우리의 기도가 응답받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기도가 이 의인의 기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통해 내 욕심, 내 욕구, 내 유익만 챙기려할 뿐, 하나님과 소통도 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으로 빚어져갈 갈망도 없고, 하나님을 떠난 세상의 깨어짐과 차별과 혼돈에 대한 탄식도 없다면, 그것은 엄밀히 말해 기도가 아닌 것입니다.

이 일을 이루시려고 하나님은 아주 놀라운 일을 작정하셨다. 하나님이 아니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예수님의 겸손한 행위를 통해 우리의 교만을 탕감해 주신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처럼 되려고 인간힘을 다할 때 하나님은 인간이 되기로 하셨다. 우리가 위로 올라가고 있을 때 하나님은 아래로 내려오기로 하셨다. 우리가 모든 한계를 대적하고 있을 때 하나님은 가장 중한 한계를 택하셨다. 우리가 자아실현을 위해 싸울 때 하나님은 자기의생을 택하셨다. 우리가 목숨을 건지려고 달아날 때 하나님은 죽음을 택하셨다(306).

하나님의 약속과 성취 사이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상황을 만나든 하나님의 선하심과 통치하심을 믿고 '오늘'을 신실하게 살아가도록 부름받은 자들임을 다시 기억해봅니다. 광야를 걷고 있지만 하나님 나라를 소망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향한 나뉨 없는 정결한 마음으로 새로운 가치를 천명하는 일이며, 타협하지 않고 맞서는 것이며,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는 것이며, 절망하지 않고 소망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웁니다.

<시험을 만나거든>은 그리스도인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입니다. 구원의 확신이 아니라, 값싼 구원 안에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자들에게 자신의 구원을 의심하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여전히 땅의 지혜, 귀신의 지혜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사는 사람인지, 아니면 위로 난 지혜, 하늘의 지혜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사는 사람인지, 그 소속을 분명히 밝혀주는 책입니다. 인간의 한계를 일깨우며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진리에, 자신의 전 존재를 건 실존적인 모험을 하도록 도전을 주는 책입니다.

예수를 주님으로 영접하는 결신의 순간이 구원의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이며, 구원은 과정이며, 경주이며, 전투라는 것을 새롭게 일꺠워줍니다. 그리고 광야 같은 우리의 실존 속에 교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도 뜨겁게 깨닫게 해줍니다. 이 세상이 주는 것보다, 하늘의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들이 더 값지고, 더 귀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교회가 <야고보서>를 다시 읽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험을 만나거든>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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