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영성은 흔들리지 않는다 게리 토마스의 일상영성 1
게리 토마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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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행복보다 큰 것이 딱 하나 있으니 바로 거룩함이다"(474).

이 책은 기적은 원하지만, '거룩'에는 실패하고 있는 교회들을 깨우는 책입니다. 우리는 '거룩'이라고 하면, 저 높은 곳에 위치하여 우리가 감히 닿을 수 없는 초월적인 무엇이라고 생각하거나, 현대의 사회적 환경에서는 온전한 실천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하여 아예 포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경건훈련이나 영성훈련이라고 하면, 오락과 미디어를 멀리하는 '금기'나 기도 몇 시간, 성경 읽기 몇 시간과 같이 '자기계발식'의 훈련을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영성생활의 본질은 아니라는 점을 쉽게 간과해버리고 맙니다.

이 책이 말하는 일상의 영성, 뿌리 깊은 영성의 초점은 거룩의 근본이신 '하나님'을 친밀하게 알아가는 생활에 있습니다.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경건의 경지에 이른 '나'가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서부터 영성 생활이 시작됨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게리 토마스는 이것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기독교 영성은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다. … 성취하는 사람은 자신을 주목하게 하지만, 받는 사람은 남들로 하여금 주시는 그분을 인정하게 한다"(27).

게리 토마스는 이러한 영성 훈련의 지혜를 기독교 고전에서 찾습니다. 먼저 우리가 오해하기 쉬운 것 중에 하나가 영성 훈련의 기초는 주권적 체험이 아니라, 객관적 진리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많은 성도가 자기의 영적 상태는 '기분'으로 판단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이 뜨겁거나 기쁨이 넘치면 영적으로 깨어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이 메마르거나 흥분(?)이 사라지면 신앙이 떨어지고 있다고 느끼기 쉬운데, 게리 토마스는 "세상에 개인의 영적 체험만큼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것은 없을 것이다"(28)라고 경고합니다.

<뿌리 깊은 영성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가짜 거룩함을 경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기독교 영성은 내 유익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라는 것, 참된 거룩함은 겸손으로 나타나는 것, 영적 성숙의 열매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뿐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맺혀진다는 사실을 강하게 일깨워줍니다.

"우리가 죄를 그치는 것은 훈련 때문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121).

가장 마음에 깊이 새겨진 가르침은, 하나님을 가까이 하여 우리의 욕구가 달라지면 거기서 거룩함이 싹튼다는 영적 원리입니다. 게리 토마스는 성경과 고전이 말하는 거룩함이란, 열정의 대상이 바뀜으로써 순전한 덕이 싹트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한마디로, 영성 훈련이란 영적 입맛을 바꾸는 훈련이라는 것입니다.

"은혜의 반대는 공로이지 노력이 아니다"(451).

<뿌리 깊은 영성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거룩한 삶을 갈망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유익을 주는 지혜로운 생활 지침들을 일러주기도 합니다. 고전에서 건져올린 지혜이지만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해 보이는 몇 가지 생활 원리를 정리하면 이런 것들입니다. 유혹이 가장 거센 시간에 자고 영적 기능이 가장 민감한 시간에 일어나는 게 가장 좋다는 것, 지루함을 질색하는 문화적 배경에서 우상 숭배가 무르익는다는 것, 고요한 생활에 힘쓰지 않고 삶을 과도한 소음과 분주함으로 가득 채우면 하나님의 음성이 뚫고 들어올 수 없다는 것, 하나님은 우리가 일개 병사가 아니라 전체 군대로서 죄와 싸우기를 원하신다는 것(우리는 군대로 부름받았음을 기억) 등이 그것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교회 안에 탁월한 사람은 많은데, 거룩한 사람은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느 새 거룩한 삶을 살려는 갈망을 잃어버린 세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입니다. 이 책은 참된 기독교는 참된 변화를 낳는다는 사실을 매섭게 일깨웁니다. [바울은 은혜에 털끝만큼이라도 무엇을 더하는 사람을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은혜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마다 이런 내용의 말을 덧붙이지 않은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더는 전과 같이 살지 않는다."](96).

이 책은 '경건한 나'가 아니라, 거룩하신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게 하는 책입니다. 책을 덮을 때, "참으로 담대한 마음으로 내게 가까이 올 자가 누구냐"(렘 30:21)라는 말씀이 주는 뜨거운 도전이 영혼에 새겨지는 듯 했습니다. 진부해보이는 주제이지만,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가르침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사소해 보이는 모든 '일상'을 기독교 영성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책의 가르침대로 서서히, 꾸준히, 그리고 겸손히 자라가기를 기도하며, 지금은 회개해야 할 때임을 긴박하게 느끼고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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