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영광스러운 소명을 말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자로서의 부르심입니다(61).
설교자로서 설교에 대한 부담을 느낄 때마다,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할 뿐이며, 열매는 '밭'의 상태가 결정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합니다. <설교 듣는 법>도 이 사실을 일깨웁니다. 말씀을 듣고 열매 맺기 위해서는 '좋은 밭'이 되어야 하는데, 말씀을 듣는 태도가 그 '밭'의 정체, 다시 말해 그 사람의 정체를 드러낸다고 강조합니다.
<설교 듣는 법>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자로서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 그 놀랍고 은혜로운 부르심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분별과 은혜입니다. "설교를 잘 듣는다는 것은 설교를 분별해 들으면서 그 말씀을 통해 깊은 은혜를 경험하는 것입니다"(11).
여기서 '분별'은 비판적으로 듣는 것과 구별됩니다. 분별하라는 것은 설교나 설교자를 평가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 말씀이 사도들이 전한 그 복음의 메시지인지, 성경이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원리를 견지하는 메시지인지 설교를 들으며 부지런히 살피라는 요청입니다. 설교를 듣는 사람에게도 의무가 있음을 기억하며, 이제 더 이상 설교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채, 예배자의 자리에 게으르게 앉아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또한 말씀을 듣고 깊은 은혜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들은 말씀을 믿음과 결부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84). 설교를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들려지는 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작업이 아닌 것입니다. 들은 말씀이 나의 믿음과 섞여야 역사가 일어나는데, 들은 말씀을 믿음과 결부시키는 씨름은 듣는 자의 몫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특별히 가슴을 쳤던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많은 말씀을 들으면서도 순종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128). "가장 근원적인 원인인 물론 그 말씀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지만, 이 책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자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권위 인정의 결핍과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신뢰의 결핍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권위 인정의 결핍은 "하나님이 말씀하시지만 나는 내 인생을 살겠습니다"라고 하는 자아 우상의 태도를 말합니다.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신뢰의 결핍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못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우리는 평생 말씀을 많이 듣습니다. 설교 듣기, 혹은 하나님의 말씀 듣기는 듣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되고 그것이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기도의 삶 속에서 그 말씀을 계속 묵상하면서 자기를 부인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 들은 말씀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들은 말씀에 믿음을 결부하시는 일, 또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말씀을 듣는 것은 곧 들은 하나님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 기도하는 것입니다"(157).
<설교 듣는 법>은 "들음과 순종함 사이에는 기도가 자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것은 온전히 말씀을 듣는 자의 책임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며, 그 말씀 속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찾고, 그렇게 찾은 약속을 붙잡고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 예배자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책에서 강조되고 있는 또 한 가지 교훈은 바로 '지금' 말씀을 듣고 반응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내 인생에 획을 긋는 사건이 될 만한 일이 오늘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설 때 일어날 수 있음을 기대하십시오. 오늘! 오늘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설교를 듣는 것!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이보다 더 중요한 순간은 없습니다"(88-89).
하나님은 말씀하시는 하나님이시며, 그 음성을 듣는 자는 살리라고 약속하십니다(요 5:25). <설교 듣는 법>은 하나님의 말씀이 듣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일깨우며, 그 은혜가 여전히 주어지고 있는 '오늘', '지금'을 절대 놓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오늘 들은 하나님의 말씀이 내 영혼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설교 듣는 법>이 무섭게 일깨우는 사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일에 실패하면 모든 것에서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나의 신앙을 위해 좋은 설교자를 찾아 헤매며, 나의 신앙 상태에 대한 책임을 설교자에게 모두 전가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이제 그런 핑계를 대지 못하게 합니다. (감사하게도,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만큼은) 말씀은 이미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실은 그래서 더 분별력 있게 들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 말씀하시는 하나님 앞에 뜨겁게 반응하는 깨어 있는 성도가 되기를 기도하며, 특별히 종말론적인 메시지에 혼란을 느끼며 바른 교회, 바른 설교를 분별하기 원하는 예배자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