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반 스케치 핸드북의 다른 시리즈와는 달리 드로잉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며 설명서도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로 완성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영감의 커닝페이퍼라고 할 수 있죠"(7).
친구에게 선물 받은 새 것은 아니지만 새 것 같은 테블릿으로 어번 스케치에 입문해 보자는 큰 꿈을 꾸고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충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떨어뜨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작업실을 통째로 잃게 되니 거치대와 케이스는 필수이다 등등 친절하고 세심한 잔소리가 많은 책인데도, 이 책은 태블릿 드로잉 초보자를 위한 "친절한 설명서"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태블릿 드로잉'의 세계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보여줍니다. '프로크리에이트', '아트레이지'를 사용한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저자의 의도대로 이미 어반 스케치의 세계에 들어선 이들에게는 "하나로 완성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영감의 커닝페이퍼"(22)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입문자들에게는 이 길에 들어서면, 우리가 어디까지 가볼 수 있는지 그 세계를 미리 보여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드로잉 어플의 반응속도나 필압의 기술력 등을 고려할 때, 확실히 지금이 태블릿 드로잉을 배울 수 있는 적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까지의 그림이나 드로잉이 그리는 사람의 '솜씨'에 전적으로 의지했다면, 태블릿 드로잉은 예술가의 '솜씨'에 기술력이 더해진 예술의 세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건이라 할 만한 만남입니다. 아마도 저와 같은 초보자들은 "아, 이런 작품이 가능하구나", "이런 효과가 가능하구나", "이런 그림까지 가능하구나" 하며 감탄하다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 매력에 푹 빠져 태블릿 드로잉이라는 신세계에 한 발 들여놓고 싶었는데, 일단 '프로크리에이트'와 '아트레이지' 어플은 '유료'라고 해서 깔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누가 가르쳐주면 빨리 배우는 편이긴 한데, 무엇인가를 책으로 처음 시작하는 데에는 확실히 한계를 느낍니다. 저자가 일러준 대로, 한동안 태블릿 디바이스를 가지고 놀며 도구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나 포토샵을 다룰 줄 아는 분들은 기본 원리를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취미를 넘어서 작품으로, 작품을 넘어서 예술로 발전하고 있는 태블릿 드로잉을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엔 여행을 기록하려고 사진을 찍다 사진이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것처럼, 어떤 풍경을 보면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단순한 감정이었는데, 이제는 드로잉을 위해 풍경을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게 될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