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스케치 핸드북 : 태블릿 드로잉 어반 스케치 핸드북
우마 켈커 지음, 허보미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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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굴 벽이나 바위 등 고정된 매체가 아니라 종이나 천과 같이 휴대가 가능한 소재에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2차원의 재현예술은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휴대할 수 있는 캔버스와 무한한 색채의 다양한 혼합 매체를 활용해 드로잉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제2의 전환점입니다"(7).

사랑을 글로 배우는 사람처럼, 그림을 책으로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어릴 적, 그렸던 그림일기 수준에서 벗어나 취미로 그림을 좀 배우고 싶었는데, 우연히 태블릿 드로잉의 세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반 스케치'라는 신조어(?)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어반 스케치'란 "일상에서 담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담아내는 사람들"이라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제 "어반 스케치는 하나의 운동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어반 스케치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하나의 운동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태블릿'이라는 도구의 역할이 큰 것 같습니다. <어반 스케치 핸드북 : 태블릿 드로잉>은 거의 '태블릿 예찬' 수준으로 태블릿의 기술이 어떻게 드로잉의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보면, 태블릿이 얼마나 강력하고도 매력적인 예술매체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태블릿 드로잉의 가장 큰 매력은 아마 온갖 그림 도구를 통째로 '휴대'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종이, 도구들, 색연필, 여분의 잉크 등을 모두 챙길 필요가 없이" 언제 어디서나 드로잉이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태블릿 덕분에 스케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온갖 장소에서도 스케치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음을 강조합니다. 물감을 사용하다 침대에 쏟거나, 작업이 끝나면 치워야 한다는 걱정을 하지 않으면서도, 온갖 컬러를 사용하며 어디서나 언제든 드로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로 행복해하는 저자를 보며 이것은 가히 '혁명적'인 수준이구나 싶습니다.



"이 책은 어반 스케치 핸드북의 다른 시리즈와는 달리 드로잉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며 설명서도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로 완성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영감의 커닝페이퍼라고 할 수 있죠"(7).

친구에게 선물 받은 새 것은 아니지만 새 것 같은 테블릿으로 어번 스케치에 입문해 보자는 큰 꿈을 꾸고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충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떨어뜨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작업실을 통째로 잃게 되니 거치대와 케이스는 필수이다 등등 친절하고 세심한 잔소리가 많은 책인데도, 이 책은 태블릿 드로잉 초보자를 위한 "친절한 설명서"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태블릿 드로잉'의 세계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보여줍니다. '프로크리에이트', '아트레이지'를 사용한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저자의 의도대로 이미 어반 스케치의 세계에 들어선 이들에게는 "하나로 완성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영감의 커닝페이퍼"(22)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입문자들에게는 이 길에 들어서면, 우리가 어디까지 가볼 수 있는지 그 세계를 미리 보여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드로잉 어플의 반응속도나 필압의 기술력 등을 고려할 때, 확실히 지금이 태블릿 드로잉을 배울 수 있는 적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까지의 그림이나 드로잉이 그리는 사람의 '솜씨'에 전적으로 의지했다면, 태블릿 드로잉은 예술가의 '솜씨'에 기술력이 더해진 예술의 세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건이라 할 만한 만남입니다. 아마도 저와 같은 초보자들은 "아, 이런 작품이 가능하구나", "이런 효과가 가능하구나", "이런 그림까지 가능하구나" 하며 감탄하다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 매력에 푹 빠져 태블릿 드로잉이라는 신세계에 한 발 들여놓고 싶었는데, 일단 '프로크리에이트'와 '아트레이지' 어플은 '유료'라고 해서 깔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누가 가르쳐주면 빨리 배우는 편이긴 한데, 무엇인가를 책으로 처음 시작하는 데에는 확실히 한계를 느낍니다. 저자가 일러준 대로, 한동안 태블릿 디바이스를 가지고 놀며 도구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나 포토샵을 다룰 줄 아는 분들은 기본 원리를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취미를 넘어서 작품으로, 작품을 넘어서 예술로 발전하고 있는 태블릿 드로잉을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엔 여행을 기록하려고 사진을 찍다 사진이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것처럼, 어떤 풍경을 보면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단순한 감정이었는데, 이제는 드로잉을 위해 풍경을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게 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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