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 엄마가 준 상처로부터 따뜻하게 나를 일으키는 감정 수업
이남옥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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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시작,

엄마를 찾아갑니다

심리학 도서를 왜 읽느냐고 물어보면, 항상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쉽게 재단해버리기 쉬운데, 어쩌면 스스로에게도 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는 나를 '이해'하는 기쁨을 넘어, 내 안에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는 경험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참 고맙고 놀라운 책입니다.

최근 위기청소년을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데,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 뒤에는 대부분 '불안'한 엄마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엄마의 '불안'이 자녀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게 된 것이지요.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엄마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심리적 자원이 엄마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원인 모를 심리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나의 엄마'를 다시 찾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인 모를 분노와 두려움, 체념으로 자신의 소중한 삶을 더 이상 몰아세우지 않고, 온전하게 나 자신을 찾아서 내가 맺는 관계들이 평온하고 굳건해지는 방향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엄마'를 다시 찾아가야 합니다. 엄마와의 상처는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우리의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꺠닫고, 엄마와 나 사이의 적절한 거리와 깊이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13).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는 '애착'의 관점에서 엄마와 나와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저는 불안정 애착 중, '양가적 저항 애착'에 가까워 보입니다. '양가적 저향 애착'은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이 아이가 필요할 때가 아니라, 엄마가 내킬 때 줄 때 발생합니다. 엄마의 마음이 내킬 때, 엄마의 상황이 될 때 사랑을 주면, 자녀의 마음에 결핍이 생기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은 크게 인정하지 않으시지만) 2남 2녀 중 둘째로 자란 저에게는 차별에 대한 상처가 있습니다. 엄마는 장남이라는 이유로, 어떤 면에서는 저보다 부족하다는 이유로 몸과 마음이 늘 오빠를 향해 있었습니다. 집안의 대소사마다 제가 장남의 역할을 할 때가 많지만, 그럴 때에도 저에 대한 고마운 마음보다는 늘 오빠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커서 칭찬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결혼 후에도 오빠는 여전히 퍼주어야 하는 자식이지만, 저에게는 무엇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하십니다. 다른 형제들에게는 무엇을 해줄 때 기뻐하시면서, 저에게는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시는 모습을 볼 때, 한번씩 서러움이 폭발하곤 합니다.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는 부모님의 차별이 자녀에게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차별은 '모두에게' 나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로부터 미분화된 과한 사랑이 사랑을 덜 받은 것보다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146)라는 설명을 오래 곱씹어 보았습니다. 결혼 후에도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적인 오빠를 보며, 엄마의 차별적인 사랑이 어쩌면 오빠 인생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그것도 안타까워지더라고요.

엄마가 저를 미워하거나 방치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엄마와의 애착 관계가 '양가적 저항 애착'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2남 2녀를 키우며 살아온 엄마에게 저는 무엇을 졸라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우선순위에서 제가 꼴찌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뗴를 써도 소용 없다고 일찌감치 단념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는 "나를 새롭게 이해하는 엄마와의 대화" 편에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방법을 바꾸어 보라고 조언해주었습니다. "나에게는 좋은 일이 없었구나. 난 참 사랑을 못 받았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부모는 나에게 해준 것이 하나도 없었구나"(130)라는 부정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하면 우리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억누르고 억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의식적으로 부모와의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 볼 것을 권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늘 서러운 기억만 곱씹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노트를 펴고 부모님과의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열심히 생각을 해보니, 엄마가 저에게 첫 성경책을 선물하시며 "사랑하는 큰딸에게"라고 써주셨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아빠가 퇴근하시면서 저에게만 예쁜 머리핀을 사다주셨던 기억도, 상장을 받아왔을 때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자랑을 하셨던 날도 기억났습니다.

나에게 주는

특별한 예언

그리고 이렇게 따뜻한 기억을 적어내려가다 알았습니다. 다른 형제들과 달리 저는 부모님께 무엇을 잘 요구하지 않는데, 그러면서도 늘 부모님이 알아서 무엇인가를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제 욕구를 표현하는 일에 참 서툴다는 것도요. 엄마는 지금도 오빠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나르십니다. 저는 그런 엄마에게 한번씩 외식을 시켜드리면서도 서운한 마음을 티내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이제는 저도 한번씩 무엇이 먹고 싶다는 말을 해봐야겠습니다.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는 여기서 멈추지 말고, "부모가 싶어 놓은 말이 아닌, 나를 위한 말을 준비해야 합니다"(150)고 격려합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엄마, 아빠가 준 상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좋은 것들도 숨어 있다고 알려주며 그것을 발견해보라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내 안에 있는 책임감의 뿌리, 시를 좋아하는 마음, 식물을 키우는 습관, 예절, 까다롭지 않은 식성,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친화력, 그리고 평생 그리지 않아도 되는 짙은 눈썹, 숱이 많은 머리 등등 좋은 것을 많이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은 자녀를 사랑으로 지켜보면서 한 인간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는 엄마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연약하고 작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울음을 토해내던 사람들에게 부와 명예는 얼마나 무력하던지요"(59).

이 책을 읽으며, (다른 형제들에 비해) 나는 사랑받지 못한 아이라고 생각해 움츠려 있던 마음이 조금은 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다른 형제들에게 하듯 따뜻한 애정 표현은 안 하셨지만, 그보다는 늘 존중해주셨다는 것도 새롭게 깨달아졌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상담은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찾는 작업이라"(160)고 말합니다. 상담은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가해자도, 절대적인 피해자도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며"(27), 내 안에 숨어 있는 은혜를 일깨워 스스로를 '은혜받은 자'로 인식하게 하는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상처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덕분에 마음이 힘을 얻었고요. 우리 안에는 부정적인 기억과 행복한 기억이 공존합니다. 부정적인 기억이 더 많다고 해도 내가 행복한 기억에게 먹이를 더 많이 주면, 작은 행복이 더 크고 강한 상처를 이길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상처를 대면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분도 있겠지만, 따뜻하게 잘 읽히는 책입니다. 나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기 원하는 본들에게 추천합니다.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내 몸처럼 이웃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당신은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고, 그럴 만한 힘을 가진 강력한 존재입니다"(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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