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이 3년 후 나에게 : Q&A a day 빨강머리앤 Q&A a day
더모던 편집부 엮음 / 더모던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길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전 가장 좋은 게 있다고 믿을래요!"

이대로 일상이 무너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새벽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습니다. 사실 전세계적인 전염병의 재앙이 모두의 일상을 멈추게 하기 전부터, 제 일상은 멈춰 있었습니다. 몇 달 전, 어떤 오해를 계기로 전력을 다했던 '꿈'을 잃고, 삶의 '리듬'을 잃고, 돌연 내일 해야 할 '일'을 잃었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던 건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믿었던 친구의 배신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쓰라리고 아팠습니다.

<빨강 머리 앤이 3년 후 나에게>라는 이 다이어리북을 보고,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삼켰던 건, 친구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이고,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하는 책 속 캐릭터이며, 누구보다도 가장 친해지고 싶었던 '앤'이었으니까요. <빨강 머리 앤이 3년 후 나에게> 뿐 아니라, 시리즈로 <5년 후>, <10년 후>도 있는 것을 보았지만, 저는 빨강 머리 앤이 '3년 후 나에게'로 선택했습니다. 지금은 먼 미래를 그리는 것보다, 하루치씩 살아낼 힘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슨 일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What do you think you can do to achieve your goal?)

이 책은 일기장처럼 하루하루 빨강 머리 앤과 대화를 나누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매일 빨강 머리 앤이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짧은 질문이지만 그리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2020년 3월 23일 월요일, 오늘의 질문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슨 일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였습니다. 사실 이 질문 앞에 얼어붙어버렸습니다. 이 질문이 무섭게 느껴진 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단단한 각오를 세우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너무나 가까웠고, 믿었고, 평범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슨 일(짓)까지 할 수 있는지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채, 시간을 그냥 덧 없이 흘려 보냈습니다. '나는 이런 각오로 반드시 이 일을 해내고야 말꺼야'라고 할 만한 목표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자꾸만 거꾸로 된 답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무슨 일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친구를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을 꺼야, 내가 하지 못한 일을 해내는 사람을 시기하지는 않을 꺼야, 내가 잘 안 됐다고 남도 잘 안 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꺼야' 하고 말입니다.

'빨강 머리 앤'이 내게 묻는 질문 앞에 설 때마다, 질문이 가진 힘을 실감합니다. 어디선가 올바른 질문을 찾고 던질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단순히 일기를 쓰는 것보다, '빨강 머리 앤'의 질문에 답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생각의 힘이 더 자라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생각을 정리하게 해주니까요. 무기력하신 분들, 친구가 필요하신 분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지 점검해보고 싶은 분들, 무엇인가 새롭게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성경에, 잠언 27장 17절 말씀을, 표준새번역 번역본으로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쇠붙이는 쇠붙이로 쳐야 날이 날카롭게 서듯이, 사람도 친구와 부대껴야 지혜가 예리해진다." 딱 이 책을 비유하는 말씀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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