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
김형석 지음 / 두란노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예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 시인 하이네가 말한 "인간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황금빛이 비치는 별 저편에는 누가 사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그 해결을 위해 철학이 있었고, 예술이 전해졌고, 모든 사상이 생겨났다. 그러나 누구도 근본적인 해명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모름지기 인류의 영원한 문제가 되고야 말 것이다(241).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계시에 의한 말씀, 즉 '성경'을 읽고 연구하고 묵상하여 진리를 발견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 인생의 의미와 가치와 목적을 해석합니다. 다시 말해,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진리 탐구 방식에 익숙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만 익숙해지다 보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일에는 점차 서툴러 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계시에 익숙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합니다. 교회 안에서 세상 밖으로 향하는 자리에 익숙한 그리스도인들에게, 밖에서 안을 향하는 방식으로 기독교 진리의 내용은 무엇인지, 세상에 왜 복음이 필요한가를 고민해보도록 돕습니다. 교회에서는 듣는 설교가 하늘 언어로 선포된 말씀이라면, <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는 땅의 언어로 듣는 설교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성향이 소위 말하는 '인문학적' 설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처음부터 이 책에 큰 흥미를 느낀 것은 아니지만, 평소 존경하고 즐겨 읽었던 김형석 교수님의 메시지라면 무조건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믿음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문학이 왜 필요한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교회의 사명과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처럼 큰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지혜로운 선생님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세계 문제에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217).

김형석 교수님은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로 이야기를 시작하시는데, "자연과학이 인간이 필요로 하는 자연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사회과학이 인간의 사회적 삶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인문학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인간 자체를 연구하며 인간의 삶을 이끌어가는 사상을 연구하는 학문"(18)이라고 정의하며, 왜 우리에게 인문학적 사고가 필요한지를 설명합니다. '인문학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인간은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인문학적 사유의 자유에 뿌리를 둔 휴머니즘의 발전만이 인간다운 삶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피력하지요.

그런데 이러한 인문학이 풀지 못한 인문학적 과제, 최후의 문제가 있습니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답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어떠한 윤리와 도덕도, 올바른 양심도,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얻은 확실한 사실은 단 하나, "죽음으로서의 종말을 통해 모든 수고와 노력이 마침내 공허와 무의미로 돌아가버린다는 사실"입니다(204). <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한다면, "인간이 가진 문제에 관해 오직 복음만이 명확한 대답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겠습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한계와 절망에 빠진 휴머니즘을 구출해줄 수 있는 것은 복음 제시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기독교의 과제를 이렇게 정리해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휴머니즘의 학문인 인문학도 인간다움을 위해 수용할 수 있고 인문학적 과제를 기독교의 진리로 흡수 완성시켜 줄 책임을 다 해야 한다"(169).

이 책은 그리스도인이 읽어도 좋고, 비그리스도인이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독생자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 왜 윤리를 초월한 유일한 진리의 근거가 되는지 밖에서 기독교 안으로, 아래서 위를 향해 진리를 탐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세대에게 왜 우리가 진리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지, 그 진리는 어디에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보물 지도와 같은 책입니다. 그리고 교회만에 세상에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