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디모데 - 지금 여기, 초대교회를 살아가는 위그노의 후예들
방선기.신광은 지음 / 두란노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No Vision, No Project, No Plan!

저도 "미션디모데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미션디모데>는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위그노의 후예'들을 소개합니다. 그들은 복음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부름받은 디모데'라는 정체성을 가진 개신교 공동체입니다. '교회'라고 이름하기보다 '공동체'에 더 강조점을 두는 것은 신앙공동체이자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소속감'을 강조하는 의미에서의 '공동체'가 아니라, 초대교회의 친밀한 공동체성을 삶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도전적이었습니다.

특히 도전이 되었던 것은 그들이 쉼터를 섬기는 방식이었습니다. 미션디모데는 교회보다 쉼터가 먼저 출발한 공동체인데, "기거할 곳이 마땅하지 않은 이들"(알코올중독자, 마약중독자, 노숙자, 실업자 난민, 잠깐 머물다 가는 손님 등)을 위해 '쉼터'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노숙자 전용 숙소에 노숙자들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공동체에 기꺼이 받아들여 '함께' 생활하는 방식으로 섬깁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사역이 확대되는 미션디모데는 마치 누룩이 밀가루를 부풀게 하는 것처럼 하나님 나라의 모습(마 13:33)과 닮았다. 비전도 없고, 프로젝트도 없고, 계획도 없이 한 아이의 필요를 보고 반응했는데 길이 열리고, 환경이 변화되고,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다. 인간이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면 나머지는 성령이 인도해 주신다"(155).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신뢰하고 전도나 선교에 있어서 인간적인 수단이나 방법을 철저히 배제하는 미션디모데는 비전도 없고, 프로젝트도 없고, 계획도 없고, 예배는 단순하고, 삶은 간소합니다. 미션디모데가 집중하는 것은 오직 말씀과 이웃의 필요입니다. 광야 시대 이스라엘 백성이 낮에는 구름기둥과 밤에는 불기둥을 따라 움직였다면, 미션디모데는 이웃의 필요에 따라 움직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션디모데>를 보며, 이웃의 필요보다는 교회의 필요에 의해 사람들을 동원하고, 이웃의 필요에 진정으로 반응하기 보다 우리의 비전, 우리의 프로젝트, 우리의 계획을 이루기 위해 이웃의 필요를 사역에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하나님의 뜻은 문제를 해결하는 특별한 전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의 필요를 발견하는 데 있다. 그들은 구제든, 전도든, 선교든, 교회 개척이든 전략을 세운 다음에 그것을 실행하기보다는 이웃의 필요를 먼저 발견하고 그 필요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되면 실행한다. 그들이 믿음으로 한다는 뜻은 이루기 어려운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재정 상태보다 이웃의 필요를 먼저 고려한다는 을 뜻한다"(313).

교회 개척의 사명을 가진 자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교회의 중심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를 함께 토의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 개척에 뛰어든지 만 2년 정도가 지났는데, 이 책은 우리가 아직도 대형교회 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충격적으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동역'은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역'을 '동업'으로 해석하는 듯 했습니다. 동역에 실패하고 있는 목회 현장,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사역,"은혜롭고 감동적인 설교를 소비하기 위해서 설교자를 선택"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영적 감동을 찾아다니는"(312) 풍조, 소비자의 구매 욕구에 초점을 맞추듯 펼쳐지는 '쇼'와 같이 펼쳐지는 공연을 예배로 착각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미션디모데>는 신선한 충격과 도전을 던져줍니다. 아니, 어쩌면 불같은 충격과 도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말씀을 통해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시는지 '잘 듣고 잘 순종하면' 족하다고 생각한다(131).

<미션디모데>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매사에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말씀에 순종하고자 할 때 하나님께서 그들을 통해 어떤 일들을 이루어가시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합니다. 우리가 자랑하는 '교회'(특히 대형 교회)라는 이름을 부끄럽게 합니다. <미션디모데>라는 공동체를 '모델'로 삼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어렵다고 해도,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 또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가르쳐주고 있다는 점에서 '나침반'으로 삼아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미션디모데>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서, '교회'라는 조직에 대한 선입견, 특히 대형 교회 시스템에 맞추어져 있는 우리의 고정관념이 깨뜨려지기를 바래봅니다.

미션디모데로부터 배운 점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 하나는 하나님이 자연을 통해서도 말씀하시고(자연 계시), 성경을 통해서도 말씀하시지만(특별 계시), 이웃의 필요를 통해서도 말씀하신다는 거시다. 그러고 보니 성경에는 이를 지지하는 말씀이 꽤 있다(잠 19:17; 사 58:6-7; 마 25:45). 이웃의 필요는 곧 하나님의 음성이다(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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