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 현실은 엉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원지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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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결심했다.

나는 소중한 것을 누군가에게 쉽게 빼앗기지 않도록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되겠노라고(27).

이 책은 "여행 유튜버 원지"의 성장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이 만약 한 청춘 유튜버의 '피땀눈물'로 범벅이 된 화려한 성공기였다면 부럽기는 해도 큰 감동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 책이 깊고 진한 향처럼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것이 알고보면 실패담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포장도 없이 건네주는 선물처럼 솔직담백한 그녀의 '여행 같은 일상, 일상 같은 여행' 이야기는 짠내가 가득합니다. 그런데 그 짠내 속에 저자와 독자가 함께 깨달아가는 것이 있습니다. 별일 없는 여행보다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여행이 두고두고 음미할 것이 많은 추억으로 남듯이, 실패처럼 보이는 삶의 모든 순간들도 그 하나하나가 다음으로 나아가는 변화의 기회를 만들고 결국 한 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완성하는 소재가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누군가가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용기는 어떻게 얻으시나요?"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진정한 여행의 용기는 '무를 수 없는 비행기 표'에서 나오노라고(49).

이 책은 한 사람의 이야기이고, 아직 그리 긴 시간을 살았다고 할 수 없는 30대 청춘의 이야기이지만, 참 다양한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책입니다. 저자의 "짠내 나는 판잣집살이부터, 현실에서 탈출하다시피 했던 아프리카 종단, 서울에서 우간다까지 이어지는 스타트업 도전, 곧바로 이어지는 미국 취업, 그리고 지금의 여행 유튜버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기까지의 일"을 담고 있습니다(20). '후원이 없는 외로운 군대가 힘에 벅찬 적군과 맞서 온 힘을 다하여 싸움'이라는 뜻을 가진 '고군분투'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용감해서가 아니라 절실해서, 강해서가 아니라 피할 수 없어서 선택했던 일들이 그녀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놓았고, 온 힘을 다해 현실과 부딪히느라 앞뒤 없이 벌인 인들이 예상치 못한 인연을 이어주며 매번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줍니다.

 

그때보다 몇 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다행히 답을 알고 있다.

퇴사를 하든 안 하든, 장기 여행을 하든 안 하든

'앞으로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라는 문제는

각자 죽을 때까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라는 것을 말이다(94).

많은 이들이 지루하고 무료한 일상에서의 탈출,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일탈을 외치며 저마다의 버킷리스트에 여행을 우겨놓고 있는 이때에,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는 장기 여행에서 돌아온 일상의 '변함없음'과, 또 "내게는 무료하고 답답했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큰 꿈이자 사치였"(142)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한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다른 손에는 비싼 요금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들고, 내일에 대한 불안과 현실의 팍팍함을 토로하는 청춘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비록 그 끝에 남은 건 하나도 없을지라도) 온 마음을 다해 열심히 산다는 것이 바로 이런 삶 아니겠나 싶어서 말입니다.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자기 인생에 대한 이 정도의 책임감과 열정은 배워야 하지 않나 싶어서 말입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조금이나마 나를 위로해주었던 것은

헛짓거리라 생각하며 벌여온 일들이 (금전적 보상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꼭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놀랍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258).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생각의 깊이가 글의 재미를 더해서 읽는 재미도 넘치는 책입니다. 누군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벅차게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녀의 좌충우돌 성장기가 독자들에게 남기는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이 고백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결과만 보고 헛된 노력이었다고 우울해했던 모든 '짓'들은 지나고 보니 쓸데없는 시간 낭비만은 아니었던 것이다"(172). 혹시 무엇인가에 최선을 다했는데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좌절감에 주저앉아 있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헛짓거리라고, 실패라고, 상처라고 여기는 모든 일들이 어떻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신비한 자양분이 될 수 있는지를 이 책이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모든 독자에게 소리 없이 건네는 응원의 한마디를, 이 멋진 "여행 유튜버 원지"에게 다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 Stay awesome. (계속 멋있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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