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요리 백과사전 - 한국인이 좋아하는 진짜 중국 음식
신디킴.임선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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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요리, 어디까지 먹어봤습니까?

이 책은, 프랑스, 이탈리아, 태국 음식과 더불어 세계 4대 음식으로 꼽힌다는 중국요리의 맛있는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중국요리의 정석 8대 요리(산둥요리, 쓰촨요리, 광둥요리, 화이양요리, 저장요리, 푸젠요리, 후난요리, 후이저우요리)를 기본으로 중국음식문화 전문가(신디킴)와 음식작가이자 미쉐린가이드 칼림니스트(임선영)와 함께하는 '중국요리 미식회'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음식은 예술이자 학문입니다. 단순한 끼니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역사를 가능케 한 위대한 창조물이지요. 이 안에는 전통과 문화, 생활상이 내포되어 있습니다"(14).

모든 음식은 맛과 향, 소리와 색(컬러)뿐 아니라, 음식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인간 삶의 애환을 위로하는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중국요리 백과사전>은 바로 그 이야기를 전하는 책입니다. 중국에서 치킨을 즐기는 최고의 스폿은 왜 기차인지, 결혼 상대를 고를 때 왜 곰보투성이라는 '진씨 아주머니'를 이상형으로 꼽는지, 세계 각지의 차이나타운에서 왜 구루러우가 가장 인기 있는 요리가 되었는지, "난징에서는 오리 한 마리도 살아서 성을 넘지 못한다"(155, 281)는 말은 왜 생겨나게 되었는지, 푸젠인들은 왜 며느리를 들일 때 하이리젠으로 요리 솜씨를 테스트했는지를 듣다 보면, 중국요리가 간직하고 있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 지리적인 특징, 식재료의 종류, 생활풍습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중국을 처음으로 여행하게 된 한 선배가 중국에서 마주했던 가장 큰 문화적 충격은 '음식'이었다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특히 상상을 초월하는 식재료에 놀라 중국요리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독자들이라면, 중국인들조차도 다 먹어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중국요리를 어디까지 먹어봤는지 확인해보며 중국요리에 대한 식견을 넓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맛이 가장 궁금한 중국요리, 솬라펀

이 책을 통해 정말 다양한 중국요리를 만나며 가장 먹어보고 싶은 요리는, 스님도 담벼락을 넘게 하는 최고의 보양식 '불도장'도 아니고, 연두부를 머리카락처엄 얇게 썰어 만든 예술에 가까운 요리 '원스터우푸'도 아니고, 천하일미라는 민물 게 '양청후 따자시에'도 아니고, 총 108가지 요리가 포함되는 '만한전석'도 아니었습니다. 그 맛이 가장 궁금한 중국요리는, 탄탄면과 쌍벽을 이루는 면 요리, 새콤매콤한 당면요리라는 이름의 '솬라펀'입니다(68-71).

충칭이라는 도시가 유난히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상림>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솬라펀에 한 그릇에 충칭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세상살이의 애환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중국요리 백과사전>은 솬라펀의 맛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솬라펀의 맛은 신들린 듯 미묘합니다. 입술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이 올라오다 급기야 신맛에 눈을 찡그리게 됩니다. '뭐지? 고통스러운데 맛있어'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 젓가락 더 집어먹는데 이로부터 중독은 시작됩니다"(69).

중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며, 시큼매콤함이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라는 솬라펀. "이 한 그릇 비워내면 실연의 아픔 정도는 잠시 내려둘 만"하다는 솬라펀, 맛있는 자극이 필요할 때 기억하라는 솬라펀. 14억 인구라는 중국인들조차 다 먹어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중국요리 중 제 원픽은 바로 '솬라펀'입니다!

중국요리는 거대한 용광로 같습니다.

<중국요리 백과사전>을 보니, 중국요리의 가장 큰 미덕은 포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땅과 계절의 신비가 요리에 녹아들고, 자기를 고집하고 않고 먹는 사람의 입맞에 맛을 맞출 줄 알기 때문에 중국요리가 세계 각지로 퍼져나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중국요리 백과사전>에서 만난 요리 중 가장 궁금한 요리가 '솬라펀'이라면,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는 중국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는 '청두'입니다. "먹고 먹고 먹고 차 마시는 동네"라는 한 문장만으로도 그곳의 매력이 전해지는 듯 합니다. 재스민차가 잘 어울린다는 도시의 은은한 여유로움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천부적으로 미각이 발달했다고 하니, 천부적인 미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요리는 어떤 맛인지 궁금해집니다.

이 책에는 알아두면 잘난척 하기 좋은 중국요리에 관한 잡학지식이 가득합니다. 예를 들면, 짜장면의 원조는 베이징인데, 베이징 짜장면은 차갑게 먹는 면식이라고 합니다. "베이징에서 짜장면은 여름에 즐겨 먹는 가정식입니다. 무더위에 입맛이 없을 때 집에 있는 야채와 볶은 된장을 면에 비비면 한 끼 식사로 훌륭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277). 베이징 짜장면은 투박한 비빔국수에 가깝다는 것을 상식으로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마라탕' 가게가 자고 나면 하나씩 생겨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인기인데, 마라탕이 중국인들에게 어떤 의미의 음식인지 아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중국요리 백과사전>은 미식을 테마로 한 중국여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요리에 대한 식견도 넓히고, 중국을 이해하는 데 지평도 더 넓어진 기분이 듭니다. 맛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특별한 여행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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