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인간 - 개정증보판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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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는 것도 없지만 잘하는 것도 딱히 없는,

잘생기지 않았는데 개성 있게 생겼다기엔 한 끗이 부족한,

못돼 처먹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저절 착하다고 할 수는 없는,

아주 애매한 선상에 위치한 인간,

이른바 과도기적 인간,

나쁘게 말하면 그냥 좀 찌질이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 박정민, 쓸 만한 인간 中에서

배우 박정민은, 순전히 글 때문에, 순전히 글만으로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몇 안 되는 사람,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저'에게 '박정민'은 연기 잘하는 '국민 배우'이기도 하지만, 글을 참 맛깔나게 잘 쓰는 '인기 작가'이기도 하지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와 부쩍 친해진 느낌이 들고, 마치 우리끼리만 아는 그 무엇이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 친밀감은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모두 찾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게 처음 영화 <동주>를 보고 반했고, 그의 책 <쓸 만한 인간>을 읽고 또 반해서, 그후 그가 나왔거나, 나온 작품은 아마도, 거의, 모두, 챙겨보았을 것입니다. 섬세하고 반듯하고 개구지고 유머러스한 성품이 글의 결에 잘 나타나 있듯이, 그의 연기의 결에도 잘 나타나, 나는 영화 <변산>을 보고 그에게 또 한 번 반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만난 <쓸 만한 인간>을 또 읽고 또 반하고 말았네요. 그때도 재미 있었는데, 다시 읽어도 무척 재밌습니다. 책 읽을 내내 웃고 있었는지 다 읽고 나니 얼굴 근육이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마냥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순박한 글 안에 담긴 어떤 진심이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평범하지만 소중한 우리네 삶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찌질하다의 반대말이 뭔가. 찌질하다의 반대말은,

찌질했었다.

라고 할 수 있겠다.

모두, 행복하시라.

- 박정민, 쓸 만한 인간 中에서



별 수 없었다.

연습만이 살 길이었다.

- 박정민, 쓸 만한 인간 中에서

<쓸 만한 인간>은 웃겨서 읽기 힘든 책입니다. 웃느라 얼굴 근육이 아프거든요. 공부도 잘했고, 연기도 하고, 글도 쓰고, 피아노도 치고, 랩도 하고, 이번 책에서는 그림까지 그린 이 '쓸 만한 인간, 박정민'이 가진 가장 위협적인 '스킬'은 '연습하는'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평범한 찌질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배우 박정민에게 끈끈한 동지애를 품게 해주며, 마치 내 일이든 듯 그의 일을 열렬히, 어느 분야에서든 승승장구하기를 끊임없이 응원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찌질하게 '연습'이라는 땀을 흘리고 있을 테니까요. 그의 응원 덕분에 나도 구차하지만 구차하지 않게 '오늘'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쓸만한 인간이라는 걸, 이 책이 가르쳐주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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