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것도 없지만 잘하는 것도 딱히 없는,
잘생기지 않았는데 개성 있게 생겼다기엔 한 끗이 부족한,
못돼 처먹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저절 착하다고 할 수는 없는,
아주 애매한 선상에 위치한 인간,
이른바 과도기적 인간,
나쁘게 말하면 그냥 좀 찌질이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 박정민, 쓸 만한 인간 中에서
배우 박정민은, 순전히 글 때문에, 순전히 글만으로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몇 안 되는 사람,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저'에게 '박정민'은 연기 잘하는 '국민 배우'이기도 하지만, 글을 참 맛깔나게 잘 쓰는 '인기 작가'이기도 하지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와 부쩍 친해진 느낌이 들고, 마치 우리끼리만 아는 그 무엇이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 친밀감은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모두 찾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게 처음 영화 <동주>를 보고 반했고, 그의 책 <쓸 만한 인간>을 읽고 또 반해서, 그후 그가 나왔거나, 나온 작품은 아마도, 거의, 모두, 챙겨보았을 것입니다. 섬세하고 반듯하고 개구지고 유머러스한 성품이 글의 결에 잘 나타나 있듯이, 그의 연기의 결에도 잘 나타나, 나는 영화 <변산>을 보고 그에게 또 한 번 반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만난 <쓸 만한 인간>을 또 읽고 또 반하고 말았네요. 그때도 재미 있었는데, 다시 읽어도 무척 재밌습니다. 책 읽을 내내 웃고 있었는지 다 읽고 나니 얼굴 근육이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마냥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순박한 글 안에 담긴 어떤 진심이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평범하지만 소중한 우리네 삶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찌질하다의 반대말이 뭔가. 찌질하다의 반대말은,
찌질했었다.
라고 할 수 있겠다.
모두, 행복하시라.
- 박정민, 쓸 만한 인간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