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알고 있다
엘리자베스 클레포스 지음, 정지현 옮김 / 나무옆의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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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거야.

이제 우리는 하나로 이어졌다.

서로의 비밀을 안다.

그 결속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42).

이 이야기는 한 사립학교의 비밀 클럽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행방불명된 엄마와 한 집안의 과거와 현재가 씨줄과 날줄로 얽히며 매혹적인 심리 스릴러가 촘촘하게 짜여집니다. 제인 오스틴이 <오만과 편견>을 그려냈다면, 이 책의 작가 엘리자베스 클레포스는 위태로운 <비밀과 진실>의 간극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부동산 재벌가의 딸 찰리 캘러웨이가 학교의 비밀 클럽으로부터 초대장이 배달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놀우드' 사립학교에는 소수만 들어갈 수 있는 '에이스'라는 '비밀 클럽'이 존재합니다. 학교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에게만 초대장이 주어지지만, 정식 멤버가 되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 있습니다. 후보자들에게는 세 번의 미션이 주어지는데 미션을 수행하지 못하면 탈락입니다. 그들이 수행해야 할 미션은 놀이 수준이 아니라 범죄라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게임의 법칙은 하나뿐"입니다. "들키지 말 것"(33). 미션에 실패할 때를 대비해, 후보자들의 치명적이고도 비밀스러운 약점을 잡아두는 것이 에이스의 전통입니다. 그 비밀이 그들을 하나로 묶어줍니다. '충성심'은 에이스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며, 한 번 에이스면 영원한 에이스입니다. 빠져나가도 다 같이 빠져나가고 망해도 다 같이 망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함께'라는 결속력과 소속감을 갖게 해줍니다. 에이스의 권력은 바로 그 결속에서 나옵니다. 그들은 결속이 만들어내는 권력으로 자신들만의 특권도 누리지만, 그 결속이 그들을 날아오르게 할 수도 있고, 망하게 할 수도 있음을 압니다. "어떤 식으로든 모두가 유죄이기에"(463).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힘 있는 사람, 자신의 뜻대로 타인을 움직이는 사람이 될 것이다"(37).

찰리 캘러웨이는 에이스의 정식 멤버가 되기 위해 친구가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버려둡니다. 에이스에 대한 충성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엄마가 행방불명된 여름 이후 접근 금지 당한 외삼촌 행크가 갑자기 찾아오면서, 찰리에게는 풀어가야 할 수수께끼가 하나 더 주어줍니다. 어쩌면 엄마가 자신의 의지대로 떠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 엄마의 남자 친구 제이크, 제이크의 죽음, 제이크와 같이 놀우드에 다녔던 아빠, 이 모든 조각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조각들이 들어맞게 해줄 연결고리가 있을 거라는 느낌! 총 4부로 구성된 <너는 알고 있다>는 딸인 찰리 캘러웨이(2017년)의 시점과 엄마인 그레이스 캘러웨이(2007년)의 시점, 그리고 아빠 앨리스테어 캘러웨이(1996년)의 시점에, 엄마가 그레이스가 '그레이스 페어차일드'(1996년)일 때의 시점까지 더해지며, 어둡고 잔인한 비밀에 접근해갑니다.

"네가 어떤 사람이고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앞으로 평생토록 사람들이 규정하려고 할 거야. 절대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말렴"(196).

<너는 알고 있다>는 "매혹적인 성장 스릴러"입니다. 독자들은 '찰리 캘러웨이'라는 한 인물이 "역겨운 자부심을 용기로, 강압과 최악의 괴롭힘을 힘으로 착각했음"을 깨닫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계속 거짓을 진실로 내세워야 하는 현실에 용감하고 진실하게 맞서는 과정을 숨죽여 지켜보며, 이런 질문을 갖게 될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502).

학교다닐 때, 친구가 별로 없었다거나 왕따를 당해본 경험이 있다면, 결속과 소속감의 힘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 것인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결속을 버리고 용감하고 진실되게 행동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혼자일 때보다 집단적으로 나쁜 짓을 할 때 죄책감을 덜 느끼는 이유가 바로 그 '함께'라는 느낌이 치명적인 독이 되어 우리의 양심을 마비시키기 때문이 아닐까요. 누구도 잔인하고, 더럽고, 나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정의롭고, 선하고, 아름답게 살기를 원하나, '어쩔 수 없음'이라는 변명 뒤에 숨어 오늘도 부당함과 강합, 괴로힘에 눈을 감아버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칼리 캘러웨이'라는 캐럭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녀가 바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단 한 번의 결정적인 선택이 우리를 용감하고 진실한 삶으로 인도할 수도 있고, 어둡고 잔인한 삶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이 책이 500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장편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껍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두고 두고 꼽씹으며 모두와 나누고 싶은 한 문장이 있어 옮겨 적어봅니다.

"저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평생 아이들을 세상의 슬픔과 악으로부터, 부당함과 잔인함으로부터 지키려 애썼던 것처럼. 하지만 이제야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깨달았다. 어둠을 가려줄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살아남고 빛으로 헤쳐나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어야 했다. 달이 뜨지 않은 밤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별을 가리키며 어둠 속에서도 저렇게 빛난다는 것을 보여주었어야 했다"(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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