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조각 100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100
차홍규.김성진 지음 / 미래타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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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조각 100>은 "서양 예술사를 압축해놓은, 위대한 조각가의 예술혼으로 생명을 얻은 유럽의 찬란한 문화예술의 현장을 찾아가는 격조 높은 예술여행이다. … 책으로 떠나는 유럽 조각 여행은 조각보다 영롱한 역사의 순간들을 시대마다 다른 예술 양식으로 연출해낸 다채로운 건축과 조각, 개선문, 분수대, 기마상 등으로 변주해 보여준다"(6).

얼마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데이비드 호크니> 전을 보고 왔습니다. 처음엔 생존하는 작가 중 최고의 경매가를 기록했다는 말을 듣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을 그린 생존 작가의 작품을 직접 관람하는 일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림 해설을 따라가다 보니, 그는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어떻게 혁신적이고 모험적인 접근 방식으로 "보는 방식"과 "재현의 문제"에 관해 의문을 제기해온 예술가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지식, 학문, 예술은 우리가 사는 '세계'(나를 포함하고 있는)를 '설명'(해석)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조각 100>은 서양 조각을 '읽어주는' 책입니다. '읽어준다' 함은 서양 예술사에 찬란하게 빛나는 "조각들을 통해" 인류는 무엇을 추구해왔으며, 신화와 영웅과 믿음(종교)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재현하며 그 이야기를 간직해왔는지, 조각이 품은 상징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역사를 대변하면서도 예술가들은 그것을 어떻게 섬세하고 신비롭고 화려하게 변주해왔는지를 "눈을 열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한 작품, 한 작품 작품 해설을 따라 가다 보면, 눈으로 보면서도 미처 보지 못했고, 깨닫지 못했던, 곳곳에 숨은 예술적 신비를 친절하게 일깨워줍니다. 예술이 세계를 설명(해석)하고자 했다면, 이 책은 세계를 설명(해석)하고자 했던 예술을 풀이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조각은 3차원적 입체형상을 조형하는 예술"입니다(16).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각의 기원으로 구약성서 <창세기>를 주목합니다. 그것은 헤겔의 영향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헤겔은, 태초에 하나님이 흙으로 빚어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의 형상을 만드시고 입김을 불어넣어 생명체가 되게 했던 장면에 주목하여, "조각은 물질적 성질을 초월하여 그 속에 인간의 정신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했다"(16)는 말로 조각을 멋지게 정의하고 있으니까요.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조각 100>은 "조각이 독립된 장르로 발달"했다는 고대 그리스의 고절기부터 그리스-로마의 신화의 역사, 중세 고딕 교회사를 거쳐 르네상스의 인문학 부흥사, 바로크-로코코 양식사, 그리고 근대의 지성사까지 총 100개의 작품을 통해 서양조각사를 방대하면서도 총체적으로 훑습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고, 알게 되니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조각의 특징은 '생동감'이라는 사실입니다. '고졸기의 미소'라고 일컬어지는 조각상의 귀여운 미소에서부터, 조각이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전해주는 감동과 찬탄은 '유려한 움직임'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뭉클했던 작품은 로마의 공동묘지(칼리스토 카타콤베) 안에 있는 '성녀 체칠리아 석상'이었습니다. 순교자의 시신을 그대로 옮겨놓은 조각상인데, 목부분에 나타나는 참수의 흔적과 3개의 오른쪽 손가락과 하나의 왼손 가락을 통해 그녀의 믿음을 표현한 이 조각상이 마치 살아 있는 듯, 그렇게 성스럽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이밖에도 미켈란젤로와 같이 워낙 유명한 작품들도 다시 보였지만, 베일을 쓴 여인(젖은 천 주름 기법), 로댕과 카미유 같이 너무나 생생해서 파격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작품들을 만나는 일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조각 100>은 '이야기'가 있는 예술사, 예술여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각에 대한 깊은 조예 뿐 아니라, 서양문명사까지 재미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입니다. 이야기뿐 아니라 풍부한 사진 자료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누구라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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