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빨간 머리 앤 내 삶에 힘이 되는 Practical Classics 1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깨깨 그림, 이길태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 아이가 우리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우리가 저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지."

우연한 기회에 <빨간 머리 앤>의 명대사 하나가 마음에 씨앗처럼 뿌려졌습니다. 빨간 머리의 앤이 에이번리의 초록 지붕 집을 처음 찾아왔을 때, 남자 아이를 입양하기 원했었던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슈 아저씨의 대화입니다(65). 어쩌면 이 명대사를 만난 날이 제 인생에서 '사고의 전환'이라는 걸, 처음 경험했던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충격적이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릴 적 애니메이션으로 보았을 때는 <빨간 머리 앤>이 이처럼 묵직한 감동을 담고 있다는 걸 몰랐기에,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를 꼭 책으로 읽어볼 수 있기를 소원하고 있었습니다. 문학으로 다시 만나기를 원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삶의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빨간 머리 앤>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어릴 때 보았던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오면서, 동시에 <빨간 머리 앤>을 읽는 또 하나의 틀을 제공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단발의 빨간 머리 앤'과 북극곰 '꼬미'가 등장하여 <빨간 머리 앤>을 읽는 '나'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앤처럼 씩씩하게 순간순간을 기쁨으로 채워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동안 온갖 지식들을 우걱우걱 밀어넣기 바쁘게 살아왔는데, 우리에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했던 것은 이러한 지혜와 위로였다는 것을요.

주근깨 투성이에 빼빼마른 빨간 머리의 앤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전형적인 '씩씩한 캔디'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빨간 머리 앤'은 자신을 그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꺼내줄 키다리 아저씨나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며 쓴 눈물을 삼키고 있지 않습니다. "희망을 묻어 버린 묘지"(79) 같은 고아 인생이지만, 기쁠 때는 온 마음으로 기뻐할 줄 알고, 경쟁을 할 때는 죽을 힘을 다 하고, 슬플 때도 온 마음으로 슬퍼하되,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과 아름다운 것을 열정을 다해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그리고 그 상상력과 사랑의 에너지가 삶의 얼마나 큰 활력이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앤보다 더 큰 어른이 되고 나서야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너는 앤처럼 매순간 사랑과 열정을 다해 살왔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 어떤 것도 타고날 때부터 주어진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권리 혹은 이상적인 꿈의 세계를 앤에게서 빼앗을 수는 없다. 그리고 길에는 언제나 모퉁이가 있기 마련이다!"(590)

어쩌면 모든 것이 그때보다 풍요로운 시대여서 앤과 같은 이야기를 우리가 더이상 상상할 수 없게 되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 만났던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보다 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아직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앤을 만나고 앤과 같은 친구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함을 느낍니다. 창의력을 훈련하기 위해 이런 저런 학원에 끌려다니는 요즘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 아이들 모두에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