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 아이스너 상 수상 Wow 그래픽노블
레이나 텔게마이어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스마일>은 그래픽 노블계의 최강자, 레이나 텔게마이어의 작품이라고 소개됩니다. 책의 맨 뒷장에 보면, 그래픽 노블이란 만화의 재미와 소설의 감동을 다 담은 책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으로 "일반 만화보다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며 스토리에 완결성을 가진 단행본 형식으로 발간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나와 있습니다(시사상식사전 참조). 그러니까 제가 이해한 대로 정리하면, <스마일>은 만화로 그려진 성장소설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마일>은 6학년(우리나라 중학교 과정에 해당) 때 사고로 앞니가 빠진 뒤로, 4년 반이나 걸려 치아를 교정하며 작가가 겪어내야 했던 일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앞니가 두 개 빠져 버리고 잇몸까지 망가져서 오랜 시절 교정기를 낀 채 지내야 했던 주인공 레이나에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교정의 통증, 처방받은 약을 먹는 것, 병원에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 좋아하는 음식(딱딱한)을 먹지 못하는 것, 교정기의 불편함 같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웃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레이나는 변해버린 외모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신경 쓰였던 것입니다.

주인공처럼 교정의 경험은 없지만, 평생 '앞니'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온 저는 레이나에게 심하게 감정이입을 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집안 내력으로) 윗니 하나가 부족하게 태어난 탓에 앞니들이 자유분방합니다. 벌어진 앞니가 사람의 인상을 얼마나 달라지게 만들 수 있는지 알게 된 후로 한 번도 '스마일-'을 외치며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미소 짓지 못하는 레이나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사춘기 시절에 절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별 것 아닌 말도 놀림으로 받아들여지고, 진짜 놀림을 받을 때면 얼굴뿐 아니라 귀까지 빨개지고, 그런 탓에 정말 튼튼한 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그러고 보면, 4년 반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교정'을 받을 수 있었던 레이나가 부럽기도 합니다. 레이나는 교정이 끝난 후, 자연스러운 미소를 되찾았으니 말입니다.

생각해 보니, 저에게 참 고마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순간의 방심으로) 벌어진 앞니가 다 드러나도록 활짝 웃으며 단체 사진을 찍고 말았는데, 그 사진을 보며 웃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전까지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보지 않은 교회 오빠였는데, 한동안 그 오빠를 볼 때마다 설레여서 혼났습니다.

독서가 주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겠지요? 내가 책 속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고, 책 속 주인공이 나의 어린시절과 겹쳐지기도 하고, 주인공에게 내 삶을 대입해보기도 하고, '내가 주인공이라면' 하고 가정해보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해,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해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통찰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마일>은 이를 교정해가는 과정과 함께 성장해가는 주인공에게 나를 대입해 볼 수 있는 성장소설 같은 책입니다. 만화로 그려져 있어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재미도 있는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